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교육청이 영훈중학교와 대원중학교를 국제중으로 설립하려는 움직임에 발맞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도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두 학교는 재정상태가 튼튼한 건전 사학이 아니라 법정 전입금마저도 내지 못하는 부실사학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전 의원의 2007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영훈학원에서 운영하는 학교들의 재단 전입금이 초중고를 모두 합해 1년에 1200만원밖에 되지 않아 전체 학교 운영비의 0.07% 수준이다. 대원중을 소유한 대원학원 역시 법정전입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으며 총 예산 대비 재단 전입금 비율은 불과 0.25%밖에 되지 않는다.

재단 전입금 1%도 안 되는 영훈중과 대원중

예비국제중인 영훈중과 대원중의 예산/법정 재단전입금 운영 현황 : 영훈초등학교와 대원외고는 재단전입금이 0원이고, 두 학원이 부담하는 법정전입금은 전체 예산의 0.07%와 0.33%에 불과하다.
 예비국제중인 영훈중과 대원중의 예산/법정 재단전입금 운영 현황 : 영훈초등학교와 대원외고는 재단전입금이 0원이고, 두 학원이 부담하는 법정전입금은 전체 예산의 0.07%와 0.33%에 불과하다.
ⓒ 김행수

관련사진보기


2006년 한해 동안 영훈학원은 54억, 대원학원은 113억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재단의 법정부담액은 영훈 1200만원(전체 예산의 0.07%), 대원 6900만원(전체 예산의 0.25%)에 불과했다. 즉, 학교 운영비의 99.93%(영훈학원)와 99.75%(대원학원)가 정부의 혈세와 학부모의 부담금 등에서 나온 것이다.

대원중의 경우 2007년 역시 재단 법정전입금이 1150만원(0.30%)이었고 대원외고는 이전 해와 똑같이 0원이었다. 이 두 학교 모두 서울 일반 학교의 재단 전입금 비율인 초등학교 1.5%, 중학교 1.62%, 고등학교 3.07%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낮은 수치다.

위 결과는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이 재정운영 면에서 튼튼한 건전사학이 아니라 정부지원 없이는 운영하기 힘든 부실 사학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훈중과 대원중이 국제중으로 승인을 받을 경우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와 관련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은 "수익용 재산(건물과 땅)이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재단전입금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훈학원은 사립학교법 위반 백화점?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은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을 거쳐 현재 한국사립중고법인협의회 회장이다. 그가 회장이었던 사학재단연합회와 한국중고사학법인협의회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학교 폐교와 신입생 배정 거부를 주도했던 단체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반드시 공개해야 할 자료들은 영훈중학교의 홈페이지에서 찾기가 어렵다.

학교와 학교법인의 예결산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사립학교법 제31조(예산 및 결산의 제출)와 동법 시행령 제14조(예산과 결산의 보고 및 공시) 위반이다. 이사회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립학교법 제18조의2(회의록의 작성 및 공개 등) 및 동법 시행령 제8조의3(회의록의 공개기간 등) 위반이다.

또한, 임원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사립학교법 제20조(임원의 선임과 임기) 위반이다. 교원인사위원회와 관련해 교원 임면에 관한 사항과 신임교사 공개채용에 관한 것을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지 않은 것이나 심의기구인 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로 설치한 것은 사립학교법 제53조의3 및 동법 시행령 제21조(교사의 신규채용) 위반에 해당한다.

그야말로 사립학교법 위반의 백화점이라고 할 만 하다. 그런데도 서울시 교육청은 이러한 사학법 위반에 대해 어떤 제재도 하지 않고 있다.

부실·불법사학의 국제중 설립 제고해야

서울시교육청은 "영훈중과 대원중의 재단 전입금이 다른 학교에 비하여 현저히 작은 현실에 문제가 있다ㅡ 국제중으로 승인되면 학부모에게 수업료 등을 받을 수 있고 장학금을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 관계자는 "영훈중과 대원중이 학교가 제대로 법정 전입금도 안 내면서 국제중으로 승인받아 학생선발권·교육과정편성권 등을 갖는 것은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챙기려는 특혜이다, 특히 영훈중의 경우 설립자가 친일파라는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국제중을 운영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국제중 설립이 눈앞에 다가온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이 부실사학에 불법사학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학교가 국제중이 된다면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이 증가할 것은 당연하고 그로 인하여 귀족학교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

재단 전입금조차도 제대로 내지 못해 정부지원금과 학부모에게 의존하고 있고, 사립학교법 위반을 하고 있는 학교가 국제적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이라도 서울시교육청과 교과부는 영훈중과 대원중의 국제중 설립 인가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국제중 설립은 친일과 족벌사학 합작품?

영훈중 설립자인 김영훈씨(일본명 金村有薰)는 친일 관료로 수록되어 있다.
▲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의 친일파 수록 예정 명단 영훈중 설립자인 김영훈씨(일본명 金村有薰)는 친일 관료로 수록되어 있다.
ⓒ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관련사진보기


영훈중은 서울시 초대 교육감을 지낸 고(故) 김영훈씨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학교이며, 지금은 그 아들인 김하주 한국중고사학법인협의회 회장이 이사장을 하고 있는 학교이다. 영훈학원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아들과 며느리 등 친인척들이 돌아가면서 학교장과 이사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족벌사학 중 하나다.

민족문제연구소, 위키디피아 백과사전, 역사정보통합시스템 등 각종 자료에 의하면, 영훈중의 설립자인 고 김영훈씨는 일제시대 히로시마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충청남도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학무과 시감(당시에는 시청과 교육청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도청 내에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었음)을 역임한 후 승진하여 당진군과 예산군의 군수를 역임했다.

영훈중 설립자는 일제 군수와 학무시감 전력 등으로 인하여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에 의해서 친일인명사전에 친일파로 수록될 인물 명단에 올랐다. 그런데 지금도 영훈중학교의 교내에는 친일파 의혹을 받고 있는 설립자(현 이사장의 아버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영훈중과 김하주 이사장은 '일제 때 군수가 왜 친일파냐?'며 억울해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얼마 전 작고한 전 문교부차관이자 홍익대 총장이었던 이항녕씨가 하동군수와 창녕군수를 하였던 자신의 친일행위에 대해 "일제 말 하동군수를 지내면서 출세와 보신에 눈이 어두워 군민들을 죽창으로 위협했던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신 하동군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양심고백하고 공개사죄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친일파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세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 설립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영훈중을 다니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학교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 국제중을 설립되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이고 반역사적인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또한 현 영훈중 김하주 이사장은 사학법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중고사학법인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김하주 이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사퇴운동을 주도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 중 하나인 뉴라이트 단체인 '선진화국민운동본부 유권자 운동'의 발기회원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하주 이사장은 이 뉴라이트 단체의 '선진화싱크탱크'와 '선진화NGO네트웤'이라는 두 개의 조직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뉴라이트 단체의 발기인 회원들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MB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곽승준 고려대교수, 초대 통일부장관 내정자였다가 중도하차한 남주홍, MB정부 인수위원회 위원이자 현 국회의원 조전혁, 이석연 현 법제처장, 청와대시민사회수석으로 기용하려다 실패한 홍진표 자유주의연대집행위원장,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을 지낸 한나라당 박세일 전의원 등 정치인과 서경석 목사, 조용기 목사, 최성규 한기총 회장 등 보수 기독교 인사 등이 이 단체의 회원이다.

대선 후 이 뉴라이트 단체의 핵심 인사들은 정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단체의 발기회원인 김하주씨가 이사장인 영훈중에 대해 국제중 승인이 유력시되는 것은 대선 논공행상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태그:#국제중, #영훈중, #대원중, #부실사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