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나도 젊었을 때 황학동에 비정규직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때 고용 안정이 없다는 점과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이 반도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서러움이었다고 회상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잘 안다고 강조한 말이었다.

 

그러나 전문패널이 "기륭전자·이랜드 등 비정규직 장기 투쟁 사업장에 대통령이 직접 가볼 생각은 없나"라고 던진 질문에 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기업 하나하나를 두고 말하기 어렵다"고 피했다. 

 

"이 대통령, 비정규직 상황 몰라도 너무 몰라"

 

지난 10일 파업 445일째를 맞이한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이들은 이날 추석 집중투쟁 '이랜드 사태 해결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장기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겠냐는데 대한 의문이 흘러나왔다.

 

이남신 이랜드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투쟁 사업장에 검찰, 사법부, 행정부 등 제3자를 개입한 것이 누구냐"며 "이제 와서 제3자 개입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철면피 같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으로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운 삶을 외면하겠다는 태도 아니냐고 분개하기도 했다.

 

이어 이 수석부위원장은 "언론과 정부 보고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색을 내려면 차라리 '천막투어'를 하라"고 제안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천막텐트 안에서 새어나오는 고통의 신음을 직접 경청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또한, 이 부위원장은 "수치와 문서만으로 소통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이 대통령이 직접 투장현장에 와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느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이랜드노조 조합원은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해소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사간 끝없는 갈등으로 골이 깊어져 정부의 중재노력 없이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

 

이재영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제3자 개입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노사끼리 해결하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너무나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라며 "스스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고 밝힌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현재 단식투쟁 중인 기륭전자 유은희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 대통령에게 사람이 아닌 것으로 선언됐다"며 "곰도 100일이면 사람이 된다는 설화가 있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거리에서 1000일 넘게 투쟁했는데도 아직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이랜드 노조,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