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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하지만, '임명'을 '임면'으로 해석한 것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게다가, 정연주 사장 측도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지만 한편으로는 변호인단과 '법적 대응'을 거론함으로써, 만만치 않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이명박 정부 측에서는 차기 KBS 사장에 대한 선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언론지상에는 이미 후보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 내정자가 나올 수도 있으며, 의외의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정부 측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내부 인사 발탁' 가능성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KBS 내에서 자사 출신 인사가 사장이 된 일이 없기 때문에 (내부 인사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보 물망에 오른 인사들도 대부분 KBS 출신들이다.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코드 인사' 논란이나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할 수 있을까. 후보 물망에 오른 인사들, 저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인규 전 KBS 이사]

 

YTN 구본홍 사장 내정자에 대해 YTN 노조와 촛불시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그가 '낙하산 인사'라는 점과 "대통령 후보자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특보' 출신이 어떻게 방송사 사장으로 부임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김인규 전 이사가 후임 KBS 사장으로 내정될 경우에도, 이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인규 전 이사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의 방송전략실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김인규 전 이사도 정연주 사장이 건재할 때에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YTN 사태와 맞물려 이명박 정부에서 오히려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이미 특보 출신 인사들을 방송사 및 관련기관의 기관장으로 '낙하산 안착'시켰던 전례가 있는 상황에, KBS라는 대형 공영방송사 사장에까지 '특보단 인사'를 관철시킬 경우, 비판 여론은 극에 달할 것이다.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KBS 사장으로 내정될 경우, 김인규 전 이사의 내정 가능성보다 더욱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그는, 이른바 '녹취록 파문'의 중심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강동순 상임위원은, 2006년 11월 9일에 서울 여의도 일식집 '유메'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과 신현덕 전 경인TV 공동대표 및 윤명식 KBS 심의위원 등과 만나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한 'KBS 제2노조' 설립을 추진한다"는 식의 대화를 나눴던 대화가 도청·녹취됐던 자료가 외부로 유출돼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KBS 제2노조'가 바로 KBS 공정방송노조다. 윤명식 심의위원이 조합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당시 대화에서 강동순 상임위원은 "이제 우리(한나라당)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은 하얀 백지에 새로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윤명식 심의위원과 더불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걸쭉한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는 사실도 드러나 있다. (<미디어오늘> 2007년 4월 7일자 기사 <[전문] 강동순 유승민 윤명식 대화 녹취록 > 참조)

 

'방송 장악 논의'를 했다는 전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인사를 방송사 사장으로 '낙하산 안착'시킬 경우, 이명박 정부가 직면할 비판 여론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의 경우, 지난해 9월 4일자 <조선일보>가 일명 '4시회의'의 참석자라고 보도했던 적이 있다. '4시회의'는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선거 전략 및 정책 개발, 후보 동선 등을 결정하는 '전략홍보기획회의'를 일컫는다.

 

이로 인해 김원용 교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 이용자위원회 대표에서 사퇴한 바 있으며, 김원용 교수는 "사실과는 다르지만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사퇴한다"고 해명한 적이 있다.

 

<주간한국>이나 <중앙일보> 등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캠프 및 선거대책본부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정무적 조언을 자주하는 등의 비중있는 인물"이었음이 드러난다. 김인규 전 이사나 강동순 상임위원과 비슷한 소지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그가 사장에 내정돼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 것이다. 

 

[안국정 SBS 부회장]

 

KBS PD를 거쳐 SBS 사장을 지냈던 전력이 있는 안국정 SBS 부회장. 그에 대해서는 KBS 노조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안국정 부회장의 배우자가 '주수도 스캔들'로 유명한 제이유그룹의 '디렉터(사업자)'로 가입해 활동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초기 수개월간 활동하다가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면서, '주수도 스캔들'이 크게 불거지자 공식적으로 탈퇴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안국정 부회장은 "위법은 없었고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해명했지만, 배우자가 직접적으로 인정했듯이 "언론인 윤리부분에 있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왜 이런 일을 했는지 후회된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한 적이 있다. KBS 노조는 이 부분에서 '도덕성'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안국정 부회장은 경남고 출신으로서, 김형오 국회의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교 선배다.

 

[박찬숙 전 의원]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내부인사 출신'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전 의원'이라는 신분은 인사 논란을 유발하기에 좋은 신분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찬조연설에 나선 적이 있으며, 이명박 후보의 '문화예술' 및 '관광체육' 분야 공약을 전담했던 최측근이기도 하다. 역시나,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오명 건국대 총장]

 

<동아일보> 사장 및 회장을 역임했던 인사로서, 역시나 '코드 인사' 논란에서 비켜나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첫 교육부총리에 발탁됐지만, '국보위 참여 경력'으로 인해 반발이 심해 물러난 전력도 있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 당시의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동아일보>는 사주가 '탈세'로 구속되는 등의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오명 총장은 1996년부터 언론사 세무조사 직전인 2001년 2월 당시까지 <동아일보>의 사장 및 회장을 지냈다가 '사주 구속'의 여파로 사퇴했던 전력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동아일보> 사장 재직 당시, '한국통신 프리텔'에 대한 주식투자 등으로 <동아일보>가 거액의 시세차익을 벌어드림으로써, 사주 일가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는 것도 유명한 사실.

 

'방만한 경영에 따른 적자'가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명분'임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 측으로서는 오히려 주목할 수도 있는 인사다. 일각에서는 그의 사장 임명 가능성을 '신문-방송 겸영'의 포석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

 

뜬금없는 사장 후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김앤장' 출신 변호사이기도 하며, 하나로텔레콤 사장 재직 당시 자신이 경영을 맡은 회사를 SK에 매각하는 등, 역시나 '김앤장' 출신다운 M&A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가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혹시나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명박 정부가 '사유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KBS2 TV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하나로텔레콤 매각 당시의 수완을 KBS2에도 발휘할 수 있을지, 중요한 점은 그점이다.

 

그외에도 <조선일보> 기자 출신 이민희 전 KBS미디어 사장이 지난 2월부터 "정 사장이 물러날 때 공모에 응할 예정"이라는 e메일을 <동아일보> 기자에게 보낸 적이 있다고 하며, 이병순 전 KBS 비즈니스 사장 등도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나같이 '낙하산' 의혹 후보...'코드 인사' 논란 일어날듯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출신 후보, 혹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과 깊은 연관이 있는 후보, 그리고 뜬금없는 M&A 전문가 후보 등, 지금까지 거론된 KBS 사장 후보는 역시나 '코드 인사' 내지는 '방송 장악 기도'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야당과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 그리고 촛불 시민들의 반발을 다시금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정연주 해임'에 대한 부당함을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법적인 무리를 동반한 '정연주 해임'을 밀어붙인 자체에서 이명박 정부는 '방송사 코드 인사' 논란이나 '방송 장악 기도' 논란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지 오래다.

 

물론, 이들이 아닌 의외의 인사가 발탁될 수도 있다. 하지만 "KBS 사장은 정부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던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발언을 감안하면, 거론된 이든 의외의 인사든 박재완 수석의 발언 그 자체에서 '코드 인사' 논란이 불어닥칠 것이다.

 

과연, 누가 '독이 든 성배' KBS 사장에 임명될 수 있을까? 언론인과 촛불 시민의 눈이 이미 'KBS'에 집중된 상황이다. KBS 사장이 되려면, '독이 든 성배'를 들이킬 준비가 단단히 돼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BS 정연주, #KBS, #언론장악,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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