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맥키니씨 사건을 보도한 <텔레그래프> 기사.
맥키니씨 사건을 보도한 <텔레그래프> 기사. ⓒ <텔레그래프>

한국에서 개의 체세포를 이용해서 애완견을 복제했다는 뉴스가 이곳 영국에도 주요한 기사로 보도됐다.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서 비중 있게 보도했고, 특히 <타임스> 인터넷판에서는 한 주의 주요 기사로 배치하기까지 했다. 개를 무척 사랑하는 영국 사람들에게 애완견 복제는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었으리라.

그런데 영국 언론과 사람들은 점차 복제 개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복제를 의뢰한 이 여인에 대해 앞 다퉈 다루고 있다. 왜일까. 영국에서 그녀의 과거 행적이 무척이나 '엽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대와 알앤엘바이오 연구팀에 자신의 애완견 복제를 의뢰한 사람의 이름은 버냉 맥키니(Bernnan McKinney). 그러나 그녀의 원래 이름은 조이스 맥키니(Joyce McKinney)다. 원래의 이름을 바꿔야할 사연이 무엇이었을까.

애완견 복제 뉴스에 31년 전 엽기적인 사건 떠올린 영국인들

 맥키니씨 사건을 보도한 <타임스> 기사.
맥키니씨 사건을 보도한 <타임스> 기사. ⓒ <타임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1977년 가을 영국은 우울하고 비참했다. 치솟는 물가와 경제 악화에 세계적인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했을 때다. 그때 히트곡은 밴드 바카라의 'Yes Sir, I can Boogie.'

맥키니가 엽기적인 사건의 주인공으로 영국 언론에 나온 때가 그즈음이다. 당시 사건의 등장 인물은 세 명. 맥키니와 그 친구, 그리고 맥키니가 사랑하는 남자 커크 앤더스(Kirk Anderson).

맥키니와 커크는 미국 유타 주의 한 대학에서 서로 알고 지내고 있었다. 당시 맥키니는 북캐롤라이나의 미인 대회 여왕(Beauty Queen)으로 선발될 정도의 미모로 인기가 높았다. 맥키니는 "나는 그를 너무 사랑해서 그가 에베레스트 산에서 누드로 스키를 타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커크를 사모했다.

그러나 맥키니와 커크의 관계는 틀어졌다. 커크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한 맥키니는 결국 그가 영국 써레이(Surrey)에서 모르몬교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맥키니는 사랑하는 남자 커크를 찾아서 미국에서 그녀의 친구와 함께 영국으로 날아온다.

사랑 거부한 남성을 납치·감금

 맥키니씨 사건을 보도한 <데일리메일> 기사.
맥키니씨 사건을 보도한 <데일리메일> 기사. ⓒ <데일리메일>
그러나 커크는 맥키니와 다시 사귀기를 거부했다. 그러자 맥키니는 함께 온 친구와 함께 커크를 총으로 위협한 다음 약으로 마취시켜서 정신을 잃게 했다. 이들은 미리 빌려둔 17세기의 한 오두막으로 정신을 잃은 커크를 납치했고, 그곳에서 맥키니는 광적인 행동을 했다.

맥키니는 수갑을 몇 개나 채워서 그를 침대에 묶고는, 자신과 결혼해줄 것을 며칠 동안 계속 강요했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맥키니는 처음에는 성경을 읽으면서 커크에게 자신의 아기 아빠가 되어달라고 설득했다.

커크가 이를 계속 거부하자 맥키니는 전략을 바꿨다. 이번에는 속이 다 비치는 야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로맨틱한 음악을 들려주면서 물리적으로 억지로 그녀와 관계를 맺도록 시도한 것. 커크의 아이를 너무도 갖고 싶었다고 맥키니는 나중에 밝혔다.

며칠 동안 계속된 집요하고 가학적인 요구에 공포를 느낀 커크는 마지못해 결혼을 승낙했다. 맥키니가 커크를 묶고 있던 수갑과 체인을 풀어주자, 커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경찰서로 줄행랑을 쳤다. 결국 맥키니는 경찰에 의해 바로 붙잡혔고 법정 구속되어 3개월간 감방살이를 했다. 다행히 보석으로 풀려난 맥키니는 캐나다로 도망쳤다. 당시 영국 언론은 이 사건으로 들썩였다. 선정적인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그녀를 성에 광적인 여성으로 묘사했고, 점잖은 중앙 일간지도 "선교가 섹스 때문에 족쇄가 채워졌다"며 힐난했을 정도였다.

개 복제 뉴스 계기로 다시 드러난 맥키니씨의 치부

이번에 한국에서 복제된 개와 키스를 하는 장면이 영국에도 보도되면서, 영국 네티즌들은 '이 여인이 그 못된 조이스 맥키니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확인한 영국 언론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버냉 맥키니는 자신은 조이스 맥키니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에 정식으로 기록을 조회해 동일 인물임을 확인한 <가디언>은 그녀의 과거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공개했다. 시간이 흘러 살이 쪘을 뿐,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내용이었다.

 한 면을 털어 맥키니씨 관련 사안을 보도한 <가디언>.
한 면을 털어 맥키니씨 관련 사안을 보도한 <가디언>. ⓒ <가디언>
1977년의 그 사건 이후 맥키니는 공개 활동을 꺼렸다. <타임스>는 그녀가 캐나다와 미국의 여기저기에서 숨어 살았고 때로는 수녀로 변장해서 다녔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1984년에 커크가 일하는 곳 주위를 배회하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붙잡혔는데, 당시 그녀의 차에서는 밧줄과 수갑 등이 발견되었다. 그녀는 그때도 다행히 보석으로 풀려났다. 맥키니는 지금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살던 미니아폴리스에 있는 작은 마을의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가디언>은 이번에 복제한 개는 1993년에 사람을 공격해서 죽임을 당할 뻔했던 불독 같다며 맥키니가 "나는 이 불독들을 너무 사랑한다, 너무나 동정심이 가는 동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복제 개의 주인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맥키니의 과거 행적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주홍글씨로 남아 있다.


#복제견#맥키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