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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11일)은 하루종일 더웠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무겁게 내려앉은 기압. 한 여름에도 등을 지져야 하는 어머니는 방구들을 뎁히기 위해 군불을 땠다. 굴뚝으로 빠져나가야 할 연기가 아궁이로 나오며 낮게 깔렸다.

 

"낼 비온다더냐?"  

"안 온다던데?"

"그런데 무슨 날씨가 이러게 물쿠(푹푹찐다는 표현)냐."

"그러게, 깔따구들이 꼬이는 거 보니 내가 보기에도 꼭 비올 것 같은데?"

 

그래도 기상청 예보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어머니의 무릎이 아파도, 연기가 낮게 깔려도 기상청은 비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기상청 말만 믿었다가 낭패 본 국민들 "당신은 너무합니다~"

 

금요일(11일) 밤까지만 해도 기상청 예보는 다음날인 토요일엔 비가 오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기상청은 주말 나들이를 하기에도 좋다고 했다.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기상청 예보는 어김없이 빗나갔고, 토요일 새벽부터 내린 비는 휴일까지 이어졌다.

 

몇 시간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예보로 인해 기상청은 국민들로부터 '오보청'이라는 비난을 또 한 번 받아야 했다. 주말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분노했다. 비로 인해 행사 계획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여기저기에서 벌어졌다.

 

토요일 내린 비로 인해 개인적으로도 피해를 입었다. 토요일 비가 오지 않는다는 기상청의 발표에 따라 나도 내일 날씨를 묻는 어머니께 "내일 비 안온대요" 했던 것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다음 날인 토요일 장터에 내다 팔 것들을 마당에다 미리 꺼내 놓았다.

 

안심하고 잠든 사이 예상치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비가 내린 것이다. 그 중에는 비에 젖지 말아야 할 것들도 많았다. 새벽 5시. 어머니는 비에 젖은 것들을 챙기며 하늘을 망연히 올려다 보았다. 며칠 동안 애써 말린 산나물도 비에 젖어 흐물흐물 늘어졌다.

 

"거참, 분명히 기상청에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들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기상청 예보를 믿은 것에 대해 뒤늦은 후회를 했다. 기상청의 발표만 믿었다가 공연히 아들까지 어머니께 거짓말을 한 셈이었으니 아들 체면도 우습게 되어 버렸다.  

 

"기상청이 하는 일이 그렇지 뭐~"

 

하긴 지난 일을 생각해 보면 기상청 발표가 한 두번 틀렸던가. 폭설이 내린다고 했지만 해가 쨍하고 난 날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황사가 몰려온다고 했으나 아무렇지 않은 날도 많았다. 이런 오보는 그나마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으니 애교로 넘길 수 있었다.

 

문제는 기상청의 오보로 인해 인명 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입었을 때다. 온다던 비가 오지 않는 것보다 오지 않겠다던 비나 눈이 내렸을 때 피해는 더욱 크다. 간밤에 내린 기습 폭우로 강원도 홍천 계곡에서는 야영을 하던 야영객들이 고립된 일까지 있었다.

 

야영객들로서는 예기치 못한 일이었지만 목숨을 잃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름철의 일기예보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 많아 그 중요성이 대단히 크지만 사고가 나면 늘 그렇듯 관계당국은 천재지변으로 돌려 버리기 일쑤다.

 

그래서인가. 보통 국민은 '하늘에서 하는 일을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겠냐'며 관대하다. 그 관대함의 밑바탕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믿지 못하는 강한 불신이 깔려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하니 기상예보가 잘못되었다며 호들갑을 떨거나 기상청에 항의 전화를 하는 것도 싱거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고, 좋게 넘어가려 해도 몇 시간 후의 일기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기상청 하는 일이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가기엔 그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7년 기상청은 '일기예보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조사하여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했다. 기상청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개월 동안의 장기예보에 대한 국민 만족도가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50.3점, 6개월 예보는 48.4점에 머물렀다.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한 것은 기상특보였으나 그것도 72.6점에 멈추었다. 3일 동안의 단기예보는 71.8점, 일주일 예보는 61.1점으로 나타나 예보기간이 길어질수록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기예보 아닌 기상 실황 중계하는 기상청"

 

지난 금요일의 경우 자정까지도 다음 날인 토요일의 일기예보는 '날씨 맑음'이었다. 그러나 불과 3시간 후 비가 내렸고 기상청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 두어 시간 지난 후에야 부랴부랴 예보를 수정 발표했다.

 

하지만 급하게 수정 발표한 예보 또한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기상청 예보는 서울 경기 지역 5~20㎜ 온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6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호우주의보까지 내렸지만 기상청은 언제나 뒷북만 둥둥 쳤다.

 

슈퍼컴퓨터가 도입되기 전에만 해도 슈퍼 컴퓨터만 있으면 예보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기상청을 향해 막상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이후 오보가 더 많아진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평소와 달리 갑작스럽게 관절이 욱씬욱씬 쑤시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런 날이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얘야, 빨래 걷어라" 한다. 만약 기상청의 예보만을 믿고 "어머니, 비 안 와요"라고 했다면 며느리는 분명 큰 낭패를 당하게 되는게 현실이다.

 

그 뿐인가. 선조들은 제비가 낮게 날아도 비가 오고, 청개구리가 울어도 비가 온다고 믿었다. 개미가 떼를 지어 이동을 해도 비가 올 징조로 여겼다. 반면 선조들은 새벽에 안개가 짙으면 쾌청한 하루를 짐작했다.  

 

그 일은 지금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변화나 신체적 변화에 따라 날씨를 예측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 예측은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예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듯 자연도 알고 사람도 아는 일인데 기상청에서는 왜 자주 오보를 내는 것일까. 기상청은 그 이유를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는 탓이라고 한다. 장기예보라면 백번 양보해 그 말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단기예보의 경우 기상청의 말은 무책임에 가깝다.

 

기상 변화를 100% 완벽하게 맞히는 일은 물론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몇 시간 후에 벌어질 기상변화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오보를 넘어 기상청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그 때문에 국민들은 기상청을 향해 '요즘의 기상청은 일기를 예보 하는 것이 아니라 기상 상황을 실황중계 하는 수준에 있다'고 비난한다.

 

슈퍼컴퓨터? 차라리 두꺼비와 개구리가 낫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가보면 지난 주말의 기상 오보로 인해 국민들이 얼마나 큰 혼란과 피해를 당하고 있는지 여실히 나타난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이아무개씨는 "기상청에 두꺼비나 개구리를 들여 놓으라"고 말했고, 최아무개씨는 "일기예보라 하지 말고 일기 체험후기로 바꿔라"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공사장 관계자는 기상청의 잇따른 오보로 공사 일정을 잡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다.

 

이아무개씨는 "아무리 기상이변이라 해도 몇시간 후의 날씨도 맞추지 못한다는 게 너무 우습지 않습니까?"며 "슈퍼컴퓨터? 당신들 그거 국민들 세금으로 산 것입니다. 그거 없어서 일기예보 못한다고 해서 국민의 혈세로 들여놓은 것입니다. 제대로 활용은 하고 계신 겁니까? 진심으로 묻습니다"라며 기상청의 무능을 질타했다.

 

몇 시간 후의 날씨도 왜 맞추지 못하는지 나도 묻고 싶다. 기상청의 오보로 인해 망가진 어머니의 산나물을 어찌해야 하는지도 묻고 싶다. 더불어 기상청의 오보로 지난 주말을 망친 국민과 갑작스런 비로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행사 주최 단체나 기업들도 묻고 있다. 왜 몇 시간 후에 벌어지는 일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인지 답하라고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날씨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날씨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기업은 날씨를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오보가 잦은 대한민국의 현재 수준으로는 날씨마케팅은커녕 야유회 날짜 잡는 일도 어렵다. 그런 이유로 국민들은 기상청을 향해 "슈퍼컴퓨터 말고 이젠 뭐가 필요하세요?"라며 비아냥을 쏟아낸다.

 

그 이유는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월 중순에는 장마전선이 소강상태를 보일 때가 있어 강수량은 평년보다 다소 적을 것으로 예상됨. 기온은 전반적으로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상층 한기의 남하로 일시적인 저온현상이 나타나는 등 기온변화가 크겠음.

 

7월 하순에는 대기불안정 및 기압골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다소 많은 비가 오겠으며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음. 8월 상순에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구름끼는 날이 많겠으며 대기불안정에 의한 국지성 호우 가능성이 높겠으나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음." - 기상청 발표 7.11~8.10  한 달 장기예보

 

기상청에서 발표한 기압계 전망으로 본 7월 11일부터 8월 10일까지의 한 달 장기예보이다. 내용을 보면 스포츠신문에 난 띠별 운세를 보는 듯 막연하다. 날씨 전망에 대해 전체의 대강을 쓴 듯하지만 어떤 날씨가 펼쳐질 것인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8월 초에 행사를 잡고 있는 나로서는 그 시기에 비가 오는지 해가 뜨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이쯤되면 8월 초에 비가 올 것인가 해가 뜰 것인가를 동네 할머니나 개구리에게 물어 보던가 점쟁이에게 물어 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태그:#기상청 오보, #일기예보, #슈퍼컴퓨터,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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