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증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증시의 하락이 7일째 이어지면서 4개월만에 1600p를 내주었다. 지난 저점인 1574p는 지키면서 어떻게든 무엇이든 잡고 일어서려고 하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그냥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호재라는 것을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ECB의 금리인상으로도 유가 진정되지 않아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를 4%에서 25bp올리면서 미국의 금리 2%와 금리차를  2.25%p로 넓혔다. 그 동안 경기침체의 우려속에 금리를 인상하지 못했으나 유로존의 물가상승이 2%라는 관리권 밖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결단으로 금리를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향후 금리 동결을 시사하면서 달러가치는 오히려 상승하였고 유가도 145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버냉키로 공이 넘어온 상태이다. 오는 10일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어 여기서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달러의 가치 상승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약세장으로 들어선 미국의 증시를 비롯해 주택경기의 침체로 인한 신용위기의 재연과 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풀린 돈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강달러를 원하는 미국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라는 세계적인 위험은 미국의 서브프라임이 가져온 신용경색에서 촉발되었다면 또 다른 인플레이션이라는 위험은 풀린 돈이 실물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기름값을 비롯해 곡물, 철광석, 금 등 모든 원자재의 가격의 급상승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침체는 어느 정도 진압은 되었지만 여전히 남대문 기왓장 안에서 살아 있던 불씨처럼 언제 밖으로 나와 활활 타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제 각 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근본 원인인 유가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50달러는 기정사실화하는 단계이고 OPEC 의장의 말대로 170달러나 골드만삭스의 예상대로 200달러가 가능할 것인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유가만 잡는다면 인플레이션 걱정과 경기침체도 다소 완화시킬 수 있는 등 모든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유럽의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흥국가의 수요 증가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중동 불안 등 지정학적인 리스크도 가시지 않고 있어 한번 붙은 유정의 불을 쉽게 꺼트릴 수 없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제조업과 선진국으로 위험 확산

 

해외에서 불어오는 불안은 이것뿐만 아니다. 신용위기로 금융기관의 부실이 아직도 잠재되어 있는 가운데 미국의 3위 은행인 메릴린치의 신용등급을 무디스가 하향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에 시작해서 이제는 제조업까지 확산되어 거함 GM의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여파로 GM 주가는 54년만에 10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태이고 미국의 주식시장은 지난해 10월 19일 고점 이후 20.8%가 하락하였고 연말까지 10000P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머징 마켓과 프론티어 마켓 시장의 불안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지만 이번 ECB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선진국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연속마이너스 성장을 함으로써 침체를 공식적으로 진단 받은 국가가 되었으며 부동산 가격의 거품 붕괴로 인해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마이너스 성장과 최저수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아무리 잘 먹고 살 사는 나라라 하더라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는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과 그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유가와 수급불안으로 불안한 국내증시

 

국내증시도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연중최저치에 지수가 근접하면서 이제는 최저치가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원인은 역시 우리 통제할 수 없는 해외변수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도 고유가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주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내수 경기의 침체, 무역수지의 적자. 정부의 정책적인 신뢰 상실 등 우호적인 요인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주가가 급락하자 그 동안 손을 놓고 있던 연기금이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한다고 1400억원 이상 순매수를 해주었지만 20일 연속 6조원이 넘는 매도를 보이는 외국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프로그램 매수의 비중이 높은 상황으로 7조 3000억원에 육박하면서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더욱 머리를 무겁게 만들었다. 아직 하락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로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고 있는 기관들의 수급불균형이 시장의 안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 유가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성장도 4.7%로 대폭 하향 조정됨으로 인해 스태크플레이션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장의 투자심리를 급냉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가 안정이 주식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열대야가 시작되는 이 무더운 날씨에 얼어 붙은 투자심리를 돌려 세우기는 묘연하기만 하다.

 

정부의 정책 신뢰회복 시험대, 환율시장 개입

 

정부가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시중에 많이 풀린 유동성을 조이겠다고 했다. 수입물가의 급등으로 많은 중소기업, 음식점, 슈퍼마켓 등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돈줄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말이 시장에서는 더욱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기가 어렵고 거기에 물가까지 상승하는 어려운 국면에 너무나 쉽게 한 방향을 제시한 것이 화근이라고 생각된다.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급선회하면서 정부의 신뢰는 더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돌아선 것은 다행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이 헛일이 된 것을 보면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벌써 그 걱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시장에서 달러매도 개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탄력을 받은 환율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환율을 통해 성장에 목을 매다가 이제는 안정에 목을 매보지만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의 주식 매도, 달러 결제 수요 등 달라진 주변 여건으로 인해 잠시 개입할 때만 내려오다가 다시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환율시장의 개입은 몇 개월 전과 전혀 다른 정부의 행동을 보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 금리인하 하라고 한은에 억지를 부리고 환율 상승을 시키더니 이제와서는 안정을 위해 환율을 내리고 있는 것을 보면 환율 시장 참여자들도 촛불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일 최대 40억 달러 매도 개입을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외환보유고를 쏟아 부은 것이 100억 달러(1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한다. 환율헤지상품 KIKO 등의 손실까지 합치면 20조 이상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는 주장도 있다.

 

실적 발표는 종목 재구성 기회

 

금주부터 2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9일 LG디스플레이, 10일 신세계, 11일 POSCO 등 실적시즌이 도래한다.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미 해외의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의 침체에 묻혀 제대로 주가에 반영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용해 매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매수보다는 매도 관점으로 접근하고 매수는 확인한 이후에 들어가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은이 나서서 환율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물가안정을 위한 적정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개입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한다. 한은까지 나서서 환율을 내리기 위한 공조에 동참한다고 하지만 자연스러운 시장경제에 과도한 인위적 개입은, 쇠고기 협상에서 내세웠던 대외신뢰도를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버려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정책이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이번 환율개입마저 아무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면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용 경색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에 보다 신경을 쓰게 되고 하반기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달러 강세로 실물시장에서 금융시장으로 돈이 빠져 나온다면 유가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지만 수많은 변수가 있어 그냥 그려보는 상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타개책이 있을 때까지는 시장이 상승한다해도 상승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투자의 달인이라는 워렌 버핏도 이 약세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벅셔 해서웨이 주가가 작년 12월보다 20%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주가가 빠졌다고 워렌 버핏도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후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버핏의 투자원칙만을 따라가지 말고 이번에는 버핏의 마음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태그:#증시전망, #증시, #워렌버핏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