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국내외의 압력이 있을 때마다 “연구위원회를 발족시켜 검토를 하겠다”며 시일을 끌곤 했다. 그러다가 2007년 9월 18일 느닷없이 “국민의 여론이 달라졌다"면서 "2009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정부안으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여론 조사 등 신중한 검토 끝에 한센병원 등 정신병원에 군 복무의 2배 정도라면 악용자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해결의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약속은 결국은 2008년 5월 UN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를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UN인권이사회에 참석한 국방부 관계자를 포함한 정부합동 참가단은 시행을 하겠다고 국제적으로 약속을 했다. 그 이후 국방부는 대외적으로는 관련법안의 손질을 위해서 공청회 등을 준비하고 있음을 수시로 흘리면서 시간을 끌다가 이제 와서 ‘신중접근'이라는 말로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시행불가‘ 내지 정권 '눈치'를 보는 것 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리 말 뒤집기에 익숙한 국방부라도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해결을 위해 지난 8년간 보인 행태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국가기관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스럽게 한다. 이제 와서 또 연구와 여론조사를 하겠다니. 지금까지 한 연구조사 결과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세금으로 용역비를 지불했으니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

 

국방부가 연구소인가? 지구상 35개국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8년을 연구하고도 더 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책을 다루는 능력과 자질이 전무하다고 자인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면 분단국이고 병역에 대한 기피풍조가 유례가 없는 국가라서, 보수정권의 지도 아래 완벽한 결과물을 내어 35개국의 기존 대체복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노벨상 수상에 버금가는 전 세계적인 결과물이라도 내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실력이 없으면 정직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얄팍한 기만술로 꽉 차 있으니, 양심적 병역거부 해결책을 이들에게 맡겨서는 설사 대체복무가 시행된다 한들 그것은 또 다른 처벌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방법만 다를 뿐 같은 처벌인데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당초 병역거부의 문제가 공론화 되자, 국방부는 말도 안 된다며 ‘불가론’을 펼치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 권고를 받자, 한 발 물러서면서 국방장관은 “문화사적으로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며 한시적인 ‘대체복무연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기한이 다할 때쯤인 2006년 11월, UN인권이사회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완료한 2명의 거부자에게 국가가 변상을 하라는 권고를 하자, 국방부는 서둘러 “6개월 더 연구를 하겠다”며 ‘연구론’를 시작했다. 결과는?

 

연구를 위한 모임보다 식사를 위한 모임이 되었는데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뿐이었다. 회의는 이단의 성토장이었지 연구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지기도 전에 간판을 내린다는 공식적인 발표도 없이 유야무야하다가 2007년 6월 그 유명한 ‘시기상조론’이 위세를 부리며 등극을 했다. 7년을 꿈틀거렸던 ‘시기상조'가 물을 만나서 승천을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2007년 9월 18일 예상도 못하던 ‘시기도래론‘이 펼쳐졌다. 아래는 국방부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관련 보고‘ 발표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찬성여론 : 사회복무제도 도입 발표 이후 과반수 차지

05, 7월 23.3%(KIDA) 06. 8월 39.3%(국방부) 07. 7월 50,2%(KBS)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합리적인 대체복무 허용

허용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함

 

위의 발표문을 보고 어느 누가 의심을 하겠는가?

 

당사자들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기한이 너무 길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심정으로 쌍수를 들고 환영을 했다. 지니고 보니 너무 순진했다. 징역을 살아야 할 양심적 병역거부를 붙잡고 국방부가 장난을 칠 줄이야 어찌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임신만 되면 나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데, 낙태를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속이는 자보다 속는 자가 더 어리석다고 보는 세상이 아닌가? 이제 '신중접근론'이 되었으니 최소 정권교체기인 5년은 더 번 것이다. 더는 국방부의 입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대한민국 국방부가 어찌해서 '늑대다!'고 외치는 양치기 소년이 되었는가?

덧붙이는 글 | 2007년 9월 국방부의 발표를 믿고 사회복무제 편입을 기대하고 있던 병역거부자들은 이번 조처로 또 다시 징역형의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주무부서인 국방부가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그토록 중요시 한다면 국방의 의무를 다른 방법으로 이행하도록 그 방법을 열어주는 것이 의무자 모두의 형평성에 맞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약속한 주요 정책의 시행을 스스로 무산시키려고 하는 것은 공복의 자세가 아닐 뿐만 아니라, 자연인으로서 인간의 자세도 아니다.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청년인적 자원이 징역형으로 엄청남 사회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정권으로부터  그윽한 눈길을 받으려는 관계자들의 행태에 더 연민을 느낀다. 


태그:#사회복무제, #양심적 병역거부, #국방부, #UN인권이사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유-사회의 제반 문제거리들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그 이면 에 숨은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리고저.... 관심분야- 소수자의 인권문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