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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를 6월 26일 목요일, 그가 살고 있는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에서 만났다. 최근 정국 관련하여 견해를 얘기하고 TV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하고 있는 그가 궁금했다. 평소에도 좋아하는 작가라 감성마을 가는 길은 들뜨기만 했다. 내 마음을 아는지 산에서 까마귀가 정말로 '하악하악' 하고 울어댔다.

 

처음에 주민들, 감성마을 반대

 

- 감성마을에 대해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처음에는 다 결사반대했어요. 나에 대해서 알아 찬성하고 반대하고 그런 건 아니고, 문화적 가치 같은 건 감안하지 않은 거 같아요. 당분간 의식이 바뀔 때까지 내가 노력을 많이 해야 되죠. 내가 TV에 자주 나가거나 인터뷰하는 건 마을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것도 있어요. 내가 펼치는 문화사업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건 어려운 입장이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감성마을을 알려서 주목을 받고 알릴 목적도 포함되어 있죠. 최근 오락프로그램 <무릎팍도사> 출연도 그 하나죠. 지금은 많이 좋아졌죠."

 

이외수는 11일, 18일 양일간에 걸쳐 <무릎팍도사>에 출연, 숨겨둔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두 아들의 출생비화는 물론 현 시국에 대한 시니컬한 발언까지 다채로운 이야기 거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 많이 아프셨다고 들었는데, 요즘 건강상태는 어떠신가요?

"감기 끊은 이유가 천식 때문에 호흡곤란이 있었어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요새 며칠 많이 좋아졌어요."

 

- <장외인간>(2005, 해냄) 이후 소설 보다는 산문집이 나오는데 다음 소설은 언제인가요?

"소설은 단기간에 나오지 않아요. 자료 수집을 해야 하고 피나는 주제의식이 있어야 해요. 재미가 있든 없든 작가에게는 엄청난 노력과 부담을 요구하는 작업이죠.

 

그냥 재미만으로 되는 작업도 아니고 메시지가 있어서 세월이 지나도 생명력 있게 독자들에게 의미와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해요. 준비기간도 오래 걸리고 작업시간도 오래 소모되죠. 소설작업 준비하고 있어요."

 

소설이 전해야 하는 것은 깨달음과 행복

 

- 이외수 선생님 책을 보면 정신을 맑게 하려고 얼음을 깨서 먹으며 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라는 구절이 기억나네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결국, 소설이 최종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것은 깨달음과 행복이에요. 스스로가 깨달아야 하고 행복해야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죠. 작가가 끊임없이 수행자 자세로 계속 써야하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공부를 해야 해요.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과 작품이 일치해야 하죠.

 

그럼 마실 다녀오듯 안 되죠. 충분히 체력도 갖춰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아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인가 치밀하게 계산을 해야 해요. 소설은 즉흥 소설이 있을 수 없어요. 작가가 치밀하게 연출하고 소설적 리얼리티 전부 갖추어야 하죠. 나 같은 경우에는 단어하나하나 다듬고 먼지를 털어내서 씁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각오도 그만큼 되어야 하고 환경과 글 쓸 준비도 그만큼 갖춰야 해요."

 

- 글이 삶이고 삶이 글이네요. 지금 돌아보면 소설가로서 행복, 많이 느끼셨나요?

"한때는 글 쓰는 사람들이 전생에 굉장히 죄를 많이 지어서 이런 직업을 선택했나 생각도 했지요(웃음).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독자들이 사랑과 격려를 해주고 기대를 하죠. 옛날에 비하면 엄청나게 행복한 입장이에요. 다른 작가에 비해 오래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는 소설이란 장르를 선택한 거에 대해서 후회는 없어요. 다시 태어나면 더 나은 소설을 쓰고 싶을 정도로. 지금보다 몇 배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에도 이런 마음으로 글을 썼어요.

 

막상 군대 가면 PX든지 연대 본부 있든지 사단사령부에 있든지 대한민국 군대는 군화 신으면 힘들 듯이 예전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어려움 없이 글을 쓰고 있지만 글쟁이는 원고지 앞이면 분골쇄신입니다. 혼신을 다해 글을 써야한다고 알고 있고 그렇게 해왔어요. 엄살 안 떨고 감쪽같이 감춰서 치열하지 않게 보일 뿐이지 한 줄을 쓰든 열 줄을 쓰든 치열에야 글이 나와요. 보기에만 안 그럴 뿐이지. 나이 들면 구원과 행복에 대해 글을 쓰게 되요. 나이든 사람은 행복하게 만들고 편안하게 만드는 글을 해봐야 해요."

 

젊은이들, 피시방보다는 도서관에 앉아야

 

- 이외수 선생님은 누리꾼과 소통하고 젊은이들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시잖아요. 이제는 세월이 흘러 사회의 연륜이 있는 세대라 할 수 있는데 젊은 세대를 바라보면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기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남에게 물어보고 '나는 왜 좋아하는 게 없을까요?'라고 묻습니다. 잘하는 것도 없고 늘 무기력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거 같고 재미도 없다고 얘기하는데 너무 정신이 빈곤해요. 안타깝죠.

 

너무 쉽고 편하게 무엇을 얻으려거나 성취하려고 하지 않아야 합니다. 노력을 기울여서 얻으려는 것이 있다면 그 가치만큼 자기 땀과 피를 바쳐야 해요. 젊은이들이 되도록 피시방보다는 도서관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야 하고 정신 풍요를 위해서 고민해야 해요.

 

너무 등한시하면 정신이 빈곤하게 되어 늘 욕구불만에 시달립니다. 정신의 빈곤은 물질적 풍요로는 메울 수 없습니다. 정신의 빈곤을 채우려면 자연과 예술을 가까이 해야 해요. 가까이 하려면 풍성한 감성이 필요하죠. 물질의 풍요보다는 정신의 풍요를 획득할 수 있도록 젊었을 때 정신 친화적으로 자기 생활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해요."

 

- 살아오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가치나 좌우명이 있다면?

"난 항상 창조성을 중시해왔어요. 예술은 창조하는 것이고 인생도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에요. 그래서 '길이 있어서 내 가는 게 아니라 내가 감으로서 길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써 붙이고 다녔죠. 글을 쓰는 것도 길을 내는 것하고 같은 것이에요. 지금도 길을 내는 것이 즐겁고 보람 있죠. 남이 만든 길을 가는 것은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일이죠." 

 

- 삶이란 건 짧고 찰나잖아요.  이외수 선생님에게 삶이란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는 건 사실은 자기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수행하는 것으로 봐야 해요. 어떤 사람은 진보하고 어떤 사람은 퇴보하죠. 삶은 체험이고 지혜이어서 그걸 통해 자기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에요.

 

인간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해요. 그렇게 되려면 자기 목숨 하나 지탱하려면 안 됩니다. 많은 사물, 이웃들에게 눈길을 주고 가슴을 열줄 아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끊임없이 나는 그 얘기를 계속 했어요. 하도 반복하니까 사람들이 '너 밑천 떨어졌냐'라고 하는데 욕먹을 거 알면서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강조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계속 말해줘야 하니까요."

 

- 그럼 죽음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누에의 한 살이를 보세요. 알도 살아 있잖아요. 애벌레로 다시 태어나면 알은 죽은 거예요. 알은 사라지고 기어 다니는 애벌레의 삶이 다시 시작되는 거죠. 알에게는 죽음이지만 애벌레에게는 새로운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거죠. 애벌레에서 다시 번데기가 되고 고치로 들어가 나비가 되는 일련의 과정이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는 과정이에요. 죽음이란 없고 끝없는 다시 태어남만 있을 뿐이죠."

 

'바다를 봐라, 바다를 치듯이 두드려라. 마음속으로'

 

- 소설가 박민규씨나 이철환씨, 황신혜 밴드의 김형태씨와 윤도현 밴드가 자주 찾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인연을 닿았는지?

"젊은 세대들은 보통 내 글을 읽고 좋아해서 가깝게 되거나 만났을 때 반가워 말을 걸고 친해지게 되었죠. 특이한 경우는 윤도현 밴드의 드러머 김진원씨는 과일 배달하다가 새벽에 만취해서 걷고 있는 나를 보고 말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대요. 지금 과일배달을 하고 오는 길인데 30분만 같이 얘기해달라고 해요.

 

나를 아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면서 그냥 통할 거 같아서 말을 걸었대요. 그때 굉장히 외로워보였어요. 다방에 가서 얘기를 하였죠. 난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그 친구 이야기를 들어주었죠. 처음 만났을 때 정말로 드럼을 사랑하고 좋아한 친구라는 걸 느꼈어요. 드러머 공부를 하고 세상이 불만스럽고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바다를 봐라, 바다를 치듯이 두드려라. 마음속으로' 이 말을 해주고 헤어졌는데 10년이 지난 다음에 윤도현 밴드의 드러머가 되었더라고요.

 

춘천에서 공연할 때에요. 바다를 두드리듯이 드럼을 솔로로 치는 걸 봤을 때 굉장한 감동을 받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말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대요. 윤밴에서 술만 먹으면 그 얘기를 했다고 해요. 춘천 공연 때 대기실에 찾아갔더니 윤밴이 감동하고 좋아했죠."


이외수 홈페이지(http://www.oisoo.co.kr)에 가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글을 남기고 이외수 선생과 접촉하려 한다. 그리고 글쓰기 교육을 통해 행복으로 안내해주고 전달하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고 한다. 7월 21일까지 제 7기 문하연수생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다.


감성마을의 맑은 공기와 수려한 산세도 좋았지만 이외수 선생이 있어서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환갑을 넘긴 그에게 꿈을 물으니 "소설가니까 최고의 꿈은 멋진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말한 소설가 이외수. 그에게서 치열한 작가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만남이었다.


태그:#이외수, #감성마을, #하악하악, #젊은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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