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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네티즌 목소리를 듣겠다며 개설한 '의견 게시판'.
 네이버가 네티즌 목소리를 듣겠다며 개설한 '의견 게시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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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는 의연한 듯 보였던 국내 1위 포털 네이버가 변했다.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게시판을 열었고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있다. 촛불과 관련된 콘텐츠도 적극 배치하고 있다.

'촛불'에 대한 네이버의 변화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지난 10일 촛불문화제 현장 동영상 생중계를 시작으로, 12일에는 포토갤러리 서비스에 '촛불문화제 현장사진' 채널을 개설하고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해명성 공지글을 올렸다.

이 공지글에서 네이버가 언급한 '최근의 오해'라는 것은 네티즌들이 제기해오던 '4대 의혹'으로 '네이버가 정부 편을 들기 위해 특정 단어를 금칙어로 정하거나 급상승 검색어에서 삭제하고 친정부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 그 골자다. 

네이버는 이 글에서 "오해가 오해를 낳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각 의혹에 대해 상세히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에도 네티즌들의 의혹제기가 끊이지 않자 아예 '의견게시판'과 '답변게시판'을 만들어 네티즌의 문제제기에 대해 상세히 답변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검색어 조작 의혹, 즉 '탄핵', '촛불집회' 등의 검색어가 급상승 검색어에서 갑자기 사라진 의혹에 대해 네이버는 그래프까지 동원해서 상세히 설명했다.

네이버의 적극적인 해명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팬클럽에 의한 검색어 조작' 등 지금까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이 있었지만, 네이버는 그때마다 '검색어 조작 세력에 의해 악용될 것이 우려된다'며 상세한 설명을 피해왔기 때문.

네이버의 이런 '변화'에 대해 '이용자 이탈 우려로 다급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촛불정국' 타면서 미디어다음 ↑ -  네이버뉴스 ↓

인터넷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 발표 자료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에 네이버뉴스는 7억6199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하면서 10억6650만 건을 기록한 미디어 다음에 3억 건 이상 뒤처졌다. 6월 들어서는 그 격차가 3억6천만여 건으로 더 벌어졌다.

4월까지만 해도 네이버뉴스에 뒤지던 미디어 다음이 '촛불정국'을 타고 '아고라'에 네티즌들을 집중시키면서 네이버뉴스를 앞서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격차를 벌이기 시작한 것.

뉴스 분야 뿐 아니라 '네이버의 아성'이라고 여겨지던 검색 분야에서도 이같은 징후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코리안클릭이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의 5월 통합검색점유율이 전달에 비해 0.71% 포인트 하락한 73.46%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년간의 최저치. 다음은 전달에 비해 0.71% 오른 18.27%를 기록했고, 이는 최근 1년 중 최고 수치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점유율이 떨어진 부분은 '통합검색' 부문에 한정되고, 전체적인 검색 점유율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체 검색 점유율이 4월 말 75.57%에서 6월 초 77.14%까지 상승했다는 것.

네이버가  '검색어 조작' 의혹에 대해 그래프까지 동원해서 상세히 설명했다.
 네이버가 '검색어 조작' 의혹에 대해 그래프까지 동원해서 상세히 설명했다.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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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질타는 계속...네이버 "'오해'말고 어떤 말 가능하겠나"

실제적인 수치가 어떻게 나타났든 네이버에 대한 네티즌 감정이 촛불정국에서 더욱 악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네이버가 '소통'을 강조하면서 개설한 '의견게시판'에는 개설 첫날 1만여건의 질타 글이 올라온 뒤로 꾸준히 문제 제기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사태의 원인을 '네티즌들의 오해'에서 찾고 해결책으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실제적인 서비스 개선 없이 반박과 해명에만 급급하는 모양이 '이명박 정부와 닮아도 너무 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네이버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오해'라는 단어 말고 어떤 말을 쓸 수 있겠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으리라는 것을 예상은 했다"며 "그러나 그런 의견들도 우리 입장에서 소중한 의견이고, 네이버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갖게 한 것은 네이버가 결국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게시판을 열어 의견을 듣고 해명을 하는 것은 네이버의 변화가 시작되는 단계로 봐주시면 되겠다"며 네티즌 의견이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서비스 정책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중립성 고수'를 현재와 같은 형태로 고수하는 한 네티즌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 댓글 일원화 때 정나미 떨어져"..."조중동 고정 배치가 중립이냐"

네이버 아이디 'annajoe0416'은 '의견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대선기간동안도 문제 있었죠. 정치뉴스 댓글 금지시켰었죠. 인터넷뉴스의 가장 큰 장점이 빠른 소통과 의견 교환인데, 선거에 영향준다는 이유로 금지시켰었죠.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개진과 교환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대선 후보는 뒤가 구린 후보겠죠?…전 그때부터 네이버 정나미 떨어졌어요"

'중립성 고수'를 내세우면서 대선기간 동안 정치 기사에 대한 댓글을 '정치토론장'으로 일원화해버린 그 자체가 네티즌의 상호 소통을 막고 결국은 어떤 후보를 도와주는 편파성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느냐는 지적.

블로거 '서연아빠'(http://hitmedia.tistory.com)도 '네이버의 공지사항, 외려 화를 자초한 셈'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네이버가 강조하는 '중립성 고수'를 질타했다.

"그 어떤 주최도, 배후 세력도 없는 시민들이 아고라를 통해 토론을 하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때도 네이버는 중립을 지킨다는 이유로 메인 뉴스란에 언제나 조중동 기사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위에 나열한 이런 이유 외에도 이용자가 네이버를 점차 외면하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었습니다. (중략) 블로그스피어에서 한동안 소통없는 네이버에 대해 공격적인 질타가 이어졌지만, 네이버는 일축해왔습니다."

기계적 중립성에 함몰돼 조선·중앙·동아가 낸 친정부적 기사를 메인면에 배치해 온 것이야말로 편파성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네이버 언론홍보팀 관계자는 "균형성을 담보하기 위해 그렇게 서비스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역설적이기도 하다"면서도 "우리가 의도한 바는 아닌데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계속 해명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태도는 관료적...검색만 해봐도 비판 목소리 찾을 수 있다"

한편 네이버가 네티즌들의 반발에 대처하는 지금의 모습 자체가 '관료주의적이다'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블로거 '블루문'(http://i-guacu.com/)은 'NHN 혁신의 과제'라는 글에서 네이버의 공지글 게시와 '의견게시판' 운영에 대해 "마치 청와대 홈페이지의 공지를 보는 느낌"이라며 "NHN은 자신들 특히 네이버에 대한 각종 소문이 '잘못된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참고 참다 결국 공지를 한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관점은 관료적 태도와 완벽히 일치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NHN이 그토록 자랑하는 통합 검색만 해 봐도 NHN과 네이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수십만 개를 검색할 수 있을텐데 무슨 게시판을 통한 의견 수렴이냐"면서 "고객이 원하는 대답과 먼 거리에 있는 엉뚱한 대답만 계속한다면 NHN의 온라인 비즈니스는 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고 비판했다.


태그:#네이버, #중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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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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