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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관심이 집중되는 시위는 KBS 본관 앞 연좌시위다. 평일임에도 변함없이 본관 앞 계단에 연좌해 촛불을 들고 자유발언과 노래로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장소도 장소인 만큼 그리고 시위 형태도 그야말로 평화적인 만큼 경찰 병력이 개입할 명분도 없어 이상적이다.

 

13일 밤에 뜬금없이 전경병력이 도착했다가 민변 소속 변호사와 시위참가자들의 강력한 항의, 기자들의 관심 집중으로 인해 물러난 이후 전경병력이 KBS 본관 앞으로 몰려온 적은 없다.

 

신학림 전 위원장의 거침없는 <조선일보> 규탄

 

16일은 월요일임에도 변함없이 수백명이 연좌시위를 벌였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 때문인지 유명인사들도 현장을 찾아왔다는 점이다. 다음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발언이다.

 

"올해로 기자생활 24년째지만 늘 느끼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참 무섭다는 점이다. 21년 전 오늘(16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는가? 1987년 6월 16일에는 전두환 정권이 부산에 군 위수령을 발동시킨 날이다. 그 당시의 6월 혁명도 무서웠지만 2008년 5~6월의 촛불시위가 더 무섭다. 이걸 이명박만 모른다.

 

5년 전에는 KBS 사장으로 서동구씨가 임명됐다. 개인 서동구씨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다. 하지만 그 당시 KBS 노조는 서동구씨가 '노무현 선대위 언론고문'이었었다는 점 그 자체로 사장 임명에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KBS의 일부 사람들이 '이명박 측근'을 사장으로 옹립하려 한다.

 

나도 정연주 사장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기가 남은 사장을 끌어내고 새로운 대통령의 측근이 임명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그러면서 신학림 전 위원장은 <조선일보>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을 날렸다. 사주 일가의 집안 내력까지 상세히 시위참가자들에게 전하면서 <조선일보>를 '범죄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각오'와 같은 한 마디도 남겼다.

 

"여러분들이 이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더 널리 알려달라. 혹시 <조선일보>가 '명예훼손' 운운하거든 나한테 다 뒤집어씌워라. <조선일보>가 이상하게도 나한테는 소송을 안 건다…."

 

시위참가자들은 그의 긴 발언을 '박수'로 화답했다. 사회를 맡던 중년남성이 그의 발언이 너무 길다는 판단 아래 끊으려 하다가 시위참가자들이 "더 해라"라는 구호로 화답함으로써 사회자를 무안하게 했을 정도였다.

 

최문순 의원과의 인터뷰

 

그 다음으로 주목받은 인사가 있다면 MBC 사장을 역임했던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그저 고맙다"는 내용의 간단한 이야기, 그러자 시위 참가자들은 그에게 "노래해"를 외쳤고, 쑥스러운 듯한 웃음과 함께 그는 시위참가자들과 함께  '아침이슬'을 불렀다.

 

 

다음은 최문순 의원에게 다가가 시도했던 간단한 인터뷰 내용이다. 즉석 인터뷰였기 부족함이 많은 인터뷰였다.

 

-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촛불시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시민들이 언론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 놀랐다. 촛불시위는 '쇠고기 문제'로 시작됐지만 시민들은 그 본질이 '언론'에 있음을 알고 그것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언론으로서의 '본질'을 제대로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렇게 행동에 나서신 것 같다. 여기에는 시민들이 보여준 (비폭력 평화시위를 중요시 여기는) 새로운 행동방식과 (아프리카 생중계나 블로그와 같은) 새로운 대안매체가 많은 영향을 줬다는 것도 중요하다."

 

- KBS와 관련된 요즘의 논란 그리고 시위참가자들의 비판론이 KBS 노조 문제에도 미치고 있다.

"KBS의 현실은 '부부싸움 도중에 강도가 침입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부싸움은 제쳐두고 힘을 합쳐 '강도'를 몰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정연주 논란'은 내부 문제이며 이 사태에 있어 하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움직임'은 상위문제이며 본질이다. 언론과 정치를 구분해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 KBS 못지 않게 MBC가 처한 현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시위참가자들도 KBS와 더불어 MBC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MBC 사장을 역임하신 입장에서 느낌이 남다르실 것 같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언론의 독립성은 영원하다. 나로서는 그 영원한 가치, 즉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가치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 18대 국회의원이 되셨다. 국회의원으로서의 각오를 말씀해주신다면?

"시민들의 흐름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하지만 기존 정치는 이 상황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이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기만 해도 대단할 것이다. 기존 정치를 잘 이해하진 못하지만 나로서는 그 흐름을 따라잡는 일에 이바지하고 싶다."

 

더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시위참가자들이 최문순 의원에게 지속해서 건네는 인사와 질문 등을 감안하면 내가 그를 오래 붙잡을 수는 없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아프리카' 문용식 대표 긴급구속 소식에 '술렁'

 

그 이후로도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다가 밤 11시를 넘기면서 내일을 기약하며 자발적으로 해산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하지만 그 순간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의 '진보신당 칼라TV' 인터뷰가 시위참가자들의 시선을 끄는 상황에서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생중계 사이트 '아프리카' 문용식 대표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긴급구속됐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자리에 주저앉은 시위참가자들이 많았다. 시위참가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또 일을 벌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소리바다' 사태 당시에도 대표가 불구속 입건됐던 전례가 있는데 긴급구속이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들이다.

 

현재 시간은 17일 새벽 1시 47분, 집으로 돌아가려던 나도 결국 현장에 남아버렸다. 기사는 '아프리카 생중계'로 유명한 '라쿤'과 함께 현장을 촬영했던 동료의 노트북을 빌려 작성했다. 나로서도 '문용식 대표 구속'은 얼떨떨할 따름이다.

 

인터넷에서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과연 문용식 대표 구속이 촛불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도대체 시민들을 잠 못들게 하는 사람들, 과연 누구일까? '문용식 구속'이라는 소식과 함께 나는 다시 이 의문에 빠져들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BS지키기, #촛불 대 명박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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