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5일(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오산종주는 불암산(507m), 수락산(638m), 사패산(552m), 도봉산(739m), 삼각산(북한산, 836m)을 잇는 종주코스를 말한다.
 
이 코스는 불암산 청록약수터를 출발해 삼각산 의상봉을 거쳐 북한산 초등학교로 하산하는 약 67km거리다. 올해 6회째인 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대회는 이 코스를 13시간 제한시간 내 완주하는 대회를 말한다. 보통 등산객들은 무박 2일이나 1박 2일로 종주할 수 있는 코스다.
 
대회는 매년 6월 중순경 신청 선착순 최대 500명으로 참가 제한하며 제한시간 내 완주율은 약 60%선으로 마라톤계에서는 매우 '빡센' 대회로 알려졌다. 참가비는 없으며, 서바이벌 방식(식수, 식사 모두 참가자 준비)으로 진행되고 제한시간 내 완주자에게는 완주증만 제공된다.
 
5개 산 정상부위에 마련된 5개 체크 포인트와 능선 주요 길목에 마련된 5~7개 체크 포인트에서 각각 감독관의 통과 확인 도장 날인을 받아야 한다. 제한시간 내 완주해도 이 날인이 하나라도 빠지면 완주증을 받지 못한다.
 
 
밧줄타고 오르고 내리고, 온몸으로 달리는 마라톤
 
산에서 달리는 마라톤대회 특성상 때에 따라선 위험 등산로는 우회한다 해도 경사진 길목들마저 피할 수는 없다. 이럴 땐 그야말로 온몸으로 달리는 마라톤이 된다. 포장된 평지에서 달리는 일반 마라톤과는 차원이 다른 근력과 지구력이 요구된다.
 
오르막길에선 최대한 힘을 안배하고 위험하지 않은 내리막길이나 평탄한 능선길에서는 달린다. 등산도 마찬가지이지만 오르막길보다는 내리막길에서 주자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릎관절이나 발목에 손상이 올 수도 있고 미끄러질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은 반드시 트레킹화를 신어야 한다. 일반 마라톤화는 미끄러지기 쉽고 특히 발바닥에 가중되는 하중에 취약해 발바닥 통증을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달리는' 마라톤 특성상 등산용 장갑도 필수항목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3시간 제한시간에서 아깝게 '컷오프'
 
평소에 등산을 좋아하고 능선종주를 선호하는 성격상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대회에 참가했다. 준비는 부족했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서울의 5산을 종주해 보나?' 하는 마음과 작년 대회에서 컷오프 되었던 아쉬움도 만회해 보려는 의도였다.
 
작년 제5회 대회 때는 13시간 8분의 기록으로 완주했었다. 대회규정상 13시간을 넘기면 완주증을 발급하지 않지만 8분 차이로 제한시간에 컷오프된 데다가 컷오프된 완주자 중에 두 번째 순서였던지 대회관계자의 배려로 완주시간이 기록된 완주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올해는 작년 기억을 되살려 13시간 제한시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페이스를 조절했다. 4개 산을 종주하고 경험자들로부터 ‘마의 구간’으로 알려진 우이동에서 삼각산을 오르는 구간도 별다른 고통없이 넘길 수 있었다. 제한시간까지 남은 시간도 여유가 있어보였다.
 
일요일, 게다가 국립공원 입장료가 무료로 전환되면서 더욱 늘어난 등산객들로 인해 삼각산 위문과 백운대를 오르는 길목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등산객 사이를 뚫고 위문에서 만경대를 돌아 용문, 동장대, 대동문을 거쳐 칼바위능선 초입에 도착할 때까지는 제한시간 완주를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칼바위능선 초입 체크 포인트를 담당하는 감독관에게 제한시간 내 완주가 어렵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때 보니 완주제한시간까지 약 2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작년의 기억과 경험으로는 충분히 완주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왜 제한시간 내 완주에 실패했을까?
 
 
두 번의 완주제한시간 컷오프에서 얻은 교훈
 
작년과 올해 대회 모두 5산 중 마지막 구간인 삼각산 주능선에 있는 칼바위능선 초입과 보국문 체크포인트까지는 나름대로 여유있는 종주 페이스였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두 번 모두 제한시간 내 완주를 의심치 않은 '심리적 상태'였기 때문이다.
 
실패한 원인은 두 번 모두 명확했다. 먼저 심리적으로 너무 방만했다는 것이고, 경험자들로부터 '마의 구간'이라는 우이동에서 삼각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목만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 사실은 삼각산 대남문에서 의상봉 능선을 지나 마지막 체크포인트인 의상봉 정상까지의 2.5km 구간이 제한시간 내 완주를 결정하는 '숨은 마의 구간'이었다.
 
이 의상봉 능선 2.5km 구간은 결코 달릴 수 없는 곳이다. 문수봉,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 용출봉, 의상봉에 이르는 이 구간은 위험구간이기도 하지만 모두 험준한 봉우리나 우회로를 타고 넘어야 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상봉 정상 체크포인트에서 완주지점인 북한산 초등학교까지 하산하는 길은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작년 실패에 대한 교훈을 망각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사전에 미리 종주코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놓거나 한 번 정도의 사전답사가 필요한 대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열두 번째 체크포인트인 의상봉 정상에 도착해 보니 제한시간에서 10분 정도만이 남아있었다. 결국, 최종완주시간은 13시간 21분.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을 흔하게 한다. 그런데 정작 항상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고 굴곡 많은 인생에서 지난 실패의 교훈을 잊어버린 꼴이 되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결국 완주증을 받지 못했다. 작년과 같이 8분을 넘긴 아까운 시간에 첫 대회참가라 기념으로 받아 들었던 완주증을 이번엔 부탁할 수 없었다.
 
대회를 마치고 조금은 차분한 기분으로 돌아오는 귀가길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1년 전과 비교해 발전하지 못한 나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큰 소득이었다. 이것은 단지 마라톤 완주의 기록이 아니라 내 삶의 다른 기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2008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대회 2008년 6월15일(일),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삼각산(북한산)을 종주하는 제6회 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대회 현장.
ⓒ 유태웅

관련영상보기

 

태그:#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대회, #제6회 런다오산종주산악울트라마라톤대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