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나라당 의원들도 '탄돌이'와 다를 게 뭐가 있나?"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 앞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여당 의원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탄돌이'는 17대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의원에 손쉽게 당선된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을 비하하는 말. 노무현 정권이 실정을 거듭할 때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눈치만 봤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역할을 못했다는 질책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 정부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18대 국회에 들어온 한나라당 의원들도 벌써부터 '함량 미달' 조짐을 보이면서 '탄돌이'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153명중 초선은 82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쇠고기 고시 관보 게재를 유보시키고 정부로 하여금 미국과의 추가협상에 나서게 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흔드는 것은 대한민국을 흔드는 것"이라며 뒤늦게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선 전여옥 의원이 비난 여론에 시달리는 것도 여당 의원들의 운신 폭을 넓히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이들의 요구사항도 '쇠고기 재협상'에서 '정권 퇴진'으로 수위가 높아가는 상황인데도 여당 의원들이 특별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침묵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당내 '재협상 불가피론' 확산에도 지도부 움직이진 못해

 

한나라당은 6·10 시위 전날(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는 물론이고 내각도 대폭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하기로 했지만, 여당 지도부가 이미 내각 쇄신을 포함한 시국수습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한 상황에서 "뒤늦게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

 

여당의 핵심당직자는 "청와대 수석들이 사의를 표명한 다음날(7일) 당 지도부는 대통령에게 내각 개편의 필요성을 전했다"며 "9일 의총은 의원들이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 것이지, 당이 청와대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원 개개인의 의견만 취합해 봐도 여당 내에서 '재협상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최근 의총 분위기로는 당내에서 재협상파가 60%는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원희룡 의원은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재협상은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지만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다. 전면재협상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고, 주성영 의원은 "국민적 저항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한미FTA 비준을 반대한 것처럼 쇠고기 협상도 반대해달라"고 호소하는 공개편지를 당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한국노총 출신 의원 '재협상 촉구' 기자회견, 무기한 보류되기도

 

역시 재협상파로 분류되는 정태근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대통령의 고민을 다음과 같이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 이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남아있는 재협상 카드를 효과적으로 써야하는데, 대통령은 '재협상을 선언할 경우 협상 타결이 실제로 가능할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 미국이 '노(No)'라고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협상 파기밖에 없다. 협상도 안 되고 경제적 후유증이 온다면 나라를 책임질 사람으로서 올바른 선택일까?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재협상을 선언할 테니 앞으로의 후유증에 대해서는 야당도 함께 책임지자"고 요구하고 싶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의 응집된 에너지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12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한국노총(이하 노총) 출신 여당 의원들의 '쇠고기 재협상 촉구' 기자회견이 무기한 보류된 것도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이 나머지 의원 3명을 설득해 노총 간부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었지만, 다른 의원들에게 이 같은 뜻이 전달되지 못하거나 당사자들로부터 미온적인 반응이 나오자 기자회견을 보류한 것이다.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울시청 광장으로 가서 거리의 시민들을 직접 설득하자", "비상대책위원회라도 꾸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지만 직접 행동으로 표면화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태근 의원은 "거리 시위가 6월 말까지는 계속될 텐데, 대통령과 국민이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국면인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태그:#김성태, #정태근, #한나라당, #탄돌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