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컨테이너-용접-그리스-정운천' 이어지는 공권력 행사를 보면서 마음 한 켠에는 불안감이 돋았다. 1990년 3당 야합에 저항하던 대학생들의 '분신투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해 3당 야합으로 시작된 분신투쟁은 강경대 학우 타살 사건이 겹치면서 1987년 6월 항쟁처럼 들불처럼 타올랐다. 하지만 정원식 당시 총리가 한국 외국어대학에 강의를 하러 갔다가 대학생들에게 달걀과 밀가루 세례를 받으면서, 여론이 순식간 학생들에게서 등을 돌린 사건이 있었다.  

 

'컨테이너-용접-그리스-정운천'에서 컨테이너와 용접은 소통을 먹통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리스와 정운천은 의도성이 분명 있다.

 

그리스는 윤활유다. 쉽게 말하면 기름이다. 기름과 촛불이 만나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50만명이 모인 자리에 정운천 장관이 참석하여 쇠고기 협상에 관한 발언을 했다면 통제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정운천 장관이 말 한마디 잘못하여 시민들을 흥분케 했다면 아무리 비폭력을 외쳐도 한 두 사람 때문에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책회의의 냉정한 판단으로 정운천 장관을 돌려 보냄으로써 상황을 안전시킬 수 있었다.

 

'명박산성' 컨테이너에 그리스를 발랐다. 시민들은 명박산성에 오르기 위하여 스티로폼을 설치했다. 스티로폼은 불에 취약하다. 그리스-스티로폼-촛불이 만났다. 모든 발화조건을 갖추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해냈다. 어떤 불상사도 없었다. 시민들이 위대한 이유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스티로폼 설치와 함께 명박산성에 오르는 것에 대하여 7시간 동안 논쟁했다.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된 모습이다. 컨테이너로 소통을 먹통으로 만들어버린 이명박 정권과 명박산성을 오르기 위하여 7시간 동안 논쟁한 시민권력 중 누가 위대한가? 불도저 답게 밀어붙인 결과 전세계에 웃음거리가 된 이명박 정권과 비폭력과 안정성 때문에 7시간을 논쟁한 시민권력. 이건 누가봐도 시민권력의 승리다.

 

<SBS>는 경찰은 갑호비상까지 내렸지만 시민들은 평화집회를 했다고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비폭력이어서 그 울림이 더 크고 매섭다"며 "주최측 주장 최대 70만 명이 모인 시위가 비폭력으로 끝난 것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없을 것이다. 비폭력 시위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모든 이의 카타르시스였다. 이 땅에 평화시위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보도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촛불문화제. 비록 거리시위대와 같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같이 동참했던 시민권력도 위대하다.

 

이명박 정권은 6월 10일을 컨테이너-용접-그리스로 무사히 넘겨 다행이며, 이제 총리 교체와 장관 경질, 수석 교체만 하면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패배했다. 승리는 시민들이 이루었다.

 

이 아침 직장과 가정, 학교, 사회 모든 영역에서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명박-어청수-컨테이너-그리스-용접-정운천과 시민권력을 비교할 때 누가 진정 민주주의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은 아니다.

 

어젯밤은 시민권력이 공권력을 그릇되게 사용한 이명박 정권을 이긴 위대한 밤이었다. 이 위대한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다.


태그:#컨테이너, #시민권력, #평화시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