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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잎에서 쉬고 있는 참개구리 모습
▲ 참개구리 수련 잎에서 쉬고 있는 참개구리 모습
ⓒ 이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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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엔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마늘과 양파 수확은 끝났고, 모도 거의 다 심었습니다. 물잡은 논에 갓 심은 연초록 어린 모들이 줄을 서서 뜨거운 여름볕을 기다리고 며칠 지난 모들은 땅내를 맡아 제법 의젓하고 반듯하게 몸을 곧추고 있습니다.

강마을의 여름이 시작되면 개구리 울음이 요란합니다. 산개구리는 '오로로록, 오로로록' 예쁜 악기 소리를 냅니다. 비가 올 때면 꽉꽉 울어대는 청개구리 소리는 참 요란합니다. 마치 "비 온다, 빨리 장독 덮어"라고 소리치는 시어머니의 호된 꾸지람 같습니다. 참개구리는 '개굴 개굴' 이렇게 평범한 소리로 무논 어디서나 넘치도록 울어댑니다. 이런 무수한 개구리 울음 소리는 한여름 내내 강마을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저는 이런 개구리 울음소리가 좋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개구리 소리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개구리소리 역시 다 같지 않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저마다 다른 소리로 우는 개구리들. 사람에게도 저마다 다른 모습과 향기가 있듯, 세상의 모든 사물에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매일 무논의 개구리 소리를 듣고, 풀벌레 소리를 감상하고, 집 앞 화단에 핀 보랏빛 초롱꽃에 인사를 하고 조금씩 주름이 늘어가는 제 얼굴을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예쁘게 늙어야지.' 이렇게 주문을 외우면서  살고 있습니다.

여름이 등 뒤에 서 있습니다. 여름은 내 어깨에 슬쩍 손을 얹어 보기도 하고 뺨을 스치기도 합니다. 자기가 왔다고 이렇게 저렇게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 인가 봅니다. 아니면 제가 반가운 인사를 하지 않아서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지난 일요일(8일)은 단오였습니다.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단오를 천중절이라고 합니다. 예전의 어른들은 단오날 창포물에 머리도 감고, 차륜병이라는 떡도 해먹고, 부채선물도 하였다고 합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을 맞이하는 행사가 아니었을까요.

저도 이제 강마을 중학교에서 여름꽃처럼 싱그러운 아이들과 함께 여름맞이를 하려고 합니다. 크고 화려한 행사보다는 우리 곁에 다가선 계절 앞에서 잠시 나를 돌아보고, 개구리 소리도 함께 들어보렵니다.

저와 함께 여름밤 눈을 감고 우리 곁에 있는 수많은 풀벌레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하는 이 지구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한 여름날의 추억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닷컴에도 실려있습니다.



태그:#산개구리, #여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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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의 전교생 삼십 명 내외의 시골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 이선애입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 눈 속에 내가 걸어가야할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나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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