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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롱지피엔
▲ 북경 요리 푸롱지피엔
ⓒ 노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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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芙蓉)'은 계란 흰자를 넣어 만든 일련의 요리를 일컫는 말이다. 부용요리는 색깔이 희고 깨끗하며, 맛이 섬세하고 시원하여 고급요리 부류에 속한다. 그럼 왜 계란으로 만든 요리를 부용(연꽃)이라고 하는가?

중국어 중에서 알을 나타내는 '蛋(딴)'자는 북경 말에서 '업신여기고 조롱하다', '비웃고 경멸하다'의 속된 의미를 가지고 있어 북경 사람들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글자로 서비스업에서는 더더욱 사용을 꺼리는 말이다. 즉, 계란을 중국어로는 '지딴'이라고 하는데 북경사람들 중 특히 나이든 사람들은 이 '딴' 자를 조심해서 쓰는 편이다.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거나 주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계란을 재료로 해서 만든 요리들은 비교적 우아하고 고상한 다른 말을 차용해서 쓰는 경향이 있다.

'계화나무 밥'은 계란 볶은 밥

예를 들면 '계란 볶은 밥(원래 중국어로는 딴챠오판)'을 '무쉬판(木鬚飯)'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목수(木鬚)는 목서(木犀)의 잘못 쓰인 글자로 '목서'는 물푸레나무과로 흔히 계화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계화나무 꽃과 계란을 풀었을 때의 색상이 닮은 데서 착안한 말인 것 같다. '부용'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아름다운 새하얀 연꽃을 뜻하기도 하고 자태가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는 말에서 차용해 요리이름에 쓰인 경우다.

혹자는 '부용'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부인인 홍부용의 얼굴처럼 새하얗고 예쁘다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견도 있지만 사실 홍부용은 삼국지에 나오지 않는 가공의 인물(일본의 요시가와 에이지가 지은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로 실제 중국 삼국지에는 나오지 않는다)로 호소력이 떨어지는 말이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다.

푸롱지피엔은 아주 정교한 요리로서 만들어진  요리는 크기와 두께가 균일해야 하며 부서지거나 튀김옷이 부풀어 올라서는 제대로 된 조리가 아니다. 색상은 흰 연꽃처럼 깨끗해야 하며 맛은 아주 연하여 씹히는 맛이 느껴지지 않아 고기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그래서 간혹 손님들 중에서 닭고기요린데 왜 닭고기가 없느냐고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맛이 순수하고 향긋하며 느끼하지 않고 시원하다. 그래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다음 먹으면 어울리는 요리다.

일반 식당에서는 닭 가슴살을 편으로 떠서 계란 흰자를 묻혀 볶아내는 것을 푸롱지피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독자들은 반드시 주문하기 전에 어떻게 조리를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만들기도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일반 식당에서는 원하지 않는 메뉴다. 북경 내에서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알려진 곳은 동직문(東直門)에 있는 똥씽로우(東興樓)가 있다. 한 접시에 7500원 정도로 충분히 먹을 만한 가치가 있다.

중국요리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푸롱지피엔'
재료는 아주 간단하여 닭 가슴살과 계란, 몇 가지 야채가 전부다.

우선 도마에 깨끗한 행주를 깔아 놓고 칼등으로 닭 가슴살을 잘게 다진 다음 풀어놓은 계란 흰자를 반 정도 넣고 젓가락을 사용하여 한족 방향으로 저어 재료가 뻑뻑해 지면 다시 나머지 계란 흰자와 물 전분, 파 생강 우린 물을 넣고 충분히 저어준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를 90℃ 기름에 숟가락으로 수제비 끓이는 것처럼 넣어 튀기는데 가라앉았다가 떠오르면 바로 들어내야지 색상이 새하얗게 된다. 튀겨낸 재료를 먼저 탕으로 기름기를 한번 씻어낸 후 표고버섯, 죽순, 햄과 함께 살짝 볶은 다음 맑은 탕과 완두콩, 양념장을 넣어 잠깐 조리면 된다.

전통적인 조리법으로는 죽순과 완두콩만 사용하는데 요즈음 조리경향은 색상과 맛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재료를 넣기도 한다. 전체 조리과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름의 온도다. 그리고 조릴 때 너무 세게 젖거나 자주 저으면 형태가 부서져 외관이 아름답지 못하다.

푸롱지피엔은 높은 난이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요리로 중국에서 요리사 시험을 볼 때 빈번히 출제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노태권기자'는 현재 중국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태그:#북경요리, #북경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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