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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함벽루 모습. 함벽루 누각 축대와 황당이 붙어 있어, 누각 처마의 물이 바로 황강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이전 함벽루 모습. 함벽루 누각 축대와 황당이 붙어 있어, 누각 처마의 물이 바로 황강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었다.
ⓒ 강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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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은 최근 함벽루 바로 아래 황강을 매립해 산책로를 냈다. 함벽루와 황강이 격리되어버렸는데, 누각 처마의 물이 바로 황강에 떨어지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합천군은 최근 함벽루 바로 아래 황강을 매립해 산책로를 냈다. 함벽루와 황강이 격리되어버렸는데, 누각 처마의 물이 바로 황강에 떨어지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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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이 산책로 개설공사를 하면서 문화재 경관을 훼손시켜 원상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민선 초대, 2대 합천군수를 지낸 강석정 전 군수는 함벽루(涵碧樓,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59호)가 훼손되었다고 지적했다.

경남 합천군 합천읍에 있는 함벽루는 고려시대인 1321년(충숙왕 8년)에 창건되어 여러 차례 중건되었다. 건물은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 구조다. 처마의 물이 황강에 바로 떨어지는 배치로 유명하다.

누각 뒤 암벽에는 '함벽루(涵碧樓)'라고 각자(刻字)한 글씨가 있는데, 우암 송시열이 썼다. 경남도는 1983년 7월 20일 문화재자료로 지정했다.

합천군은 최근 황강체육공원에서 군민생활체육공원 사이에 산책로 개설공사를 벌였다. 이 사업은 합천군청 도시개발과가 담당했는데, 합천군은 경상남도 문화재 전문위원들로부터 '영향성 검토'를 거쳐 시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강석정 전 군수는 "최근 공사가 완공된 뒤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함벽루 일대를 둘러보았다"며 "함벽루 원형이 훼손된 사실을 보고 함께 갔던 주민들도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합천군은 산책로 공사를 하면서 함벽루 축대와 닿아 있는 황강 바닥을 3m 정도 폭으로 매립해 길을 냈다. 이전에는 함벽루의 처마 물이 바로 황강에 떨어지도록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함벽루와 황강 사이에 산책로가 생겨, 누각 처마의 물이 황강에 떨어지지 않게 된 것.

강 전 군수는 "누각과 강물은 격리되어 원형을 잃게 되었고, 건축물의 배치상 예술성을 상실하게 되었으며, 전체적으로 경관의 가치가 없어졌다"면서 "함벽루라는 이름은 전혀 그 뜻이 쓸데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강 전 군수는 "문화재 원형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현상변경을 하려면 경남도의 허가를 얻은 뒤에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데, 합천군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해 문화재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합천군은 산책로 개설공사를 하면서 함벽루 축대 부분에 대해서는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얻어야 함에도 '문화재 보존 영향 여부 검토의견서'를 첨부하여 합법적 처리로 가장할 목적으로 볼 수 있는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경남도 문화재전문위원한테 검토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화재 보존 영향 여부 검토'를 의뢰받은 문화재전문위원 중에는 함벽루가 전국 유일의 예술적 건축물 배치임을 내세워 원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합천군은 주민생활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강 전 군수는 "문화재청과 경남도는 합천군의 문화재 불법훼손에 대한 진상을 밝혀 함벽루가 원형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주민 편의를 위해 산책로를 개설했다"면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함벽루를 훼손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산책로 공사를 하기 전 경남도 문화재 전문위원들의 자문을 받아 영향성 검토를 거쳐 시공했다"면서 "이번 사업은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대상이 아니라 '영향 검토'만으로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태그:#함벽루, #합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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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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