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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물길’로 이름표를 바꿔 달고, 강바닥을 6m 깊이로 파헤쳐 2,500톤 바지선을 띄우겠다는 보도이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고 머리숙여 사과하면서 80%에 가까운 국민들이 반대하고 걱정하는 한반도 대운하를 이제는 조각을 내서라도 관철해보겠다는 이 대통령의 깡다구와 고집에 혀가 내둘린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자기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성찰을 해 보았을까? 가뜩이나 쇠고기로 곤욕을 당하면서도, 눈가림의 편법으로 운하를 파겠다는 이 대통령은 과연 생각이 있는 사람일까?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약속은 아무래도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한마디로 4대강의 짧은 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보다 더 못하다. 배가 다닐 수 없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엊그제 TV 화면에 비친 목포-영산포의 황포돛배와 같은 뱃놀이 배만 다닐 것이다. 짐 실은 배는 다닐 수가 없다.

 

어느 분야든 원리(principle)라는 게 있다. 우습게 보이는 운송물류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원리가 있다. 배는 대량의 저가화물을 장시간 장거리로 운송할 때에 경쟁력이 있다. 운송거리가 짧으면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철도, 운하, 해운, 항공 등은 이른바 자기완결력이 없어 트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싣고 내리고 이동하고 장치하는 7단계의 사전운송(pre-carriage)과 사후운송(post-carriage)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통개발연구원 강승필 박사의 연구(1988년)에 따르면, 366km 이상이 되어야 철도가 11톤 트럭(도로)과 경쟁할 수 있다. 독일의 IFO 운하전문가 로트 마이어는 “계산을 해봤더니 저가화물인 목재운송의 경우도 800km 이내이면 트럭이 운하보다 유리하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540km 경부운하도 비경제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변함없는 기본원리이다. 이 원리에 어긋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다. 깡다구도 원리 앞에는 통할 수가 없다.

 

 지금 도라산-봉동의 남북열차가 빈차로 왔다갔다하고 있다. 열차의 운송거리가 짧아 화주들이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양공항이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영동고속도로가 뚫려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김포공항과 양양공항으로 오고가는 시간과 비용을 계산하면 자동차가 훨씬 편리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를 몰랐거나 무시하여 막대한 국고를 탕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구미, 대구, 창원 지역사람들이 경부운하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해서 커다란 착각이라고 말해왔다. 이들 지역은 운하나 철도보다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 빠르고 경제적이다. 광주·나주·영산포-목포는 배보다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대전-군산도 마찬가지이다.

 

 치수(治水)라는 가면을 씌워 4대강의 강바닥을 파헤치고 갑문을 만들어 배를 띄워 짐을 나르겠다는 계획은 접는 것이 좋다. 그것은 귀한 돈을 허공에서 불태우는 것과 같은 낭비이다. 운송거리가 짧아 운하로서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다. 짐을 나르는 뱃길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 자연하천일 때에만 경제성이 있다.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교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 수로, #4대강 물길, #한반도 대운하, #경부운하, #양양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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