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자머리대기 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사자머리대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사자머리대기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사자머리대기' 놀이를 하고 있다. ⓒ 김영조

 

90년대 초 우리는 대학에서 활짝 핀 우리 문화를 보았다. 어디를 가나 대학 대동제에서는 풍물굿이 흐드러졌고, 탈춤을 비롯한 각종 민속놀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대학에서 그런 광경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대학생들은 오직 취업에 매달리고, 서양 문화에 빠진 것인지 우리 문화 동아리는 많이 위축되었다.

 

그런데도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풍물패연합(풍연장 박정걸)은 아직 대동제에서 풍물굿판을 벌이고, 사자머리대기 등 각종 우리 문화 한마당을 펼친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지금 대학교에서 이런 우리 문화 한마당이 펼쳐지는 곳은 경희대학교 외에 이화여대가 영산쇠머리대기로 유일하다는 소식이다 .

 

5월 16일 늦은 3시에 풍물패는 중앙 대자보 마당에서 학교 정문 그리고 학생회관을 다녀오는 길놀이부터 시작했다. 치배(농악에서 타악기를 치는 사람)들은 무려 1시간 30분을 쉬지 않고 굿판을 벌인다. 어디서 저런 열정이 나올까? 잠깐 숨을 고를 때는 조금은 지친 듯 하다가도 상쇠의 쇠소리가 들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혼을 사른다.

 

풍물굿 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흐드러지게 풍물굿판을 벌이고 있다
풍물굿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흐드러지게 풍물굿판을 벌이고 있다 ⓒ 김영조

 

 상쇠(맨 앞)와 치배들이 풍물굿판에서 쇠를 치고 있다.
상쇠(맨 앞)와 치배들이 풍물굿판에서 쇠를 치고 있다. ⓒ 김영조

길놀이에 이어서 30분 가량 더 풍물굿을 벌인 뒤 사자머리대기를 한다. 사자머리대기는 영산쇠머리대기를 경희대 상징인 사자머리로 바꾼 것이다. 3전 2선승제로 암사자와 수사자로 편을 갈라 놀이를 하는데 그 중간마다 대포수춤, 설장구놀이, 북춤, 퓨전북춤, 강령탈춤 따위를 공연한다.

 

중간 공연의 정점은 봉산 사자 탈춤으로 사자의 익살스러운 춤에 구경꾼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역시 우리 문화는 추임새 문화다. 공연 내내 구경꾼들의 온갖 환호와 추임새는 우리 문화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자머리대기 첫판은 수사자가 이기고, 둘째 판은 암사자가 이겼다. 마지막 판, 수사자 사자머리에는 나이 지긋한 대학 경비 아저씨가 올라가고, 암사자 편은 젊은 외국 여성이 오른다. 학생들과 교직원이 어우러지고, 나아가 외국 여성까지 온 세계가 한데 어우러지는 우리 문화 한마당이다.

 

함성과 함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드디어 수사자의 승리가 선언되면서 경비 아저씨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잘했다!"를 외친다.

 

대포수춤 잡색인 대포수가 익살스러운 춤을 추어 구경꾼들이 배꼽을 잡았다
대포수춤잡색인 대포수가 익살스러운 춤을 추어 구경꾼들이 배꼽을 잡았다 ⓒ 김영조

 

소고춤 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소고춤을 추고 있다.
소고춤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소고춤을 추고 있다. ⓒ 김영조

 

한마당 내내 누구나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학생들은 검정콩 막걸리를 치배들과 구경꾼들에게 권한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다. 막걸리를 마시고 추임새를 하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잔치가 흥겨운 만큼 막걸리도 정말 맛있다.

 

우리 문화는 남을 짓밟더라도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은 할 수 없는 모두가 하나 되는 '더불어 사는 삶'이다. 어쩌면 이 시대에 가장 소중한 철학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런 굿판은 '더불어 삶'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한마당이다.

 

강령탈춤 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강령탈춤을 추고 있다.
강령탈춤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강령탈춤을 추고 있다. ⓒ 김영조
 
 
상모돌리기 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상모돌리기를 한다.
상모돌리기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상모돌리기를 한다. ⓒ 김영조
 
 
봉산사자탈춤 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봉산탈춤을 추어 인기를 끌었다.
봉산사자탈춤경희대 풍물패연합 학생들이 봉산탈춤을 추어 인기를 끌었다. ⓒ 김영조
 
태평소 풍물 악기 중 유일하게 가락을 부는 태평소
태평소풍물 악기 중 유일하게 가락을 부는 태평소 ⓒ 김영조
 
수사자 승리 사자머리대기 결승에서 수사자가 승리하자 머리에 올라간 경비 아저씨가 주먹을 불끈 쥐며 "잘했다!"를 외치고 있다. 암사자 편의 외국인 여성은 멋쩍은 얼굴로 바라본다.
수사자 승리사자머리대기 결승에서 수사자가 승리하자 머리에 올라간 경비 아저씨가 주먹을 불끈 쥐며 "잘했다!"를 외치고 있다. 암사자 편의 외국인 여성은 멋쩍은 얼굴로 바라본다. ⓒ 김영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풍물패연합#경희대#대동제#사자머리대기#풍물굿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