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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Seoul!

 

외국인들, 특히 코가 높고 얼굴이 하얀 외국인들이"서울아, 안녕?"하고 물으면 까마귀씨와 오얏나무씨는 활짝 웃으며 "그럼, 안녕하지" 하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뒤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못 생긴 마누라가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깥 바람 쐬는 걸 좋아하는 남편은 이 놈의 여편네를 숨기고 싶어 합니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하이 서울 행사가 한창이고, 그보다 가까운 시청 앞 마당에서는 작은 투쟁이 벌어졌습니다. 집은 붕괴될 위험에 처했고 자력으로는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없는 사람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릉 3동 스카이 아파트 사람들입니다.

 

- 아주머니 : 왜? 지난 번에 집 허물면서 죽이려고 하더니만……. 어디 한 번 죽여 봐. 또 죽여봐 이놈들아! 아니, 그냥 죽을 수 없지. 오세훈이 얼굴 한 번 보고 죽자.

 

- 아주머니 : 당신 말고 오세훈!

 

- 행인 1 : 나라가 부자들만 위하면 안 되지. 이렇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어요?

 

- 행인 2 : 나도 이명박 찍었지만, 잘못했어. 가난한 사람을 찍어야 했어.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 마음을 알지.

 

공무원들의 침통한 표정이 이어지더니,

 

어느 새 시청 대문은 굳게 닫히고 기괴한 안내문이 걸렸다.

 

- 철거민 대책위원 : 임대주택 줄 테니, 나가라고? 다 늙은 노인네들이 어디 임대료 내고 살 수 있겠어? 살 곳은 제대로 마련해주고 나가라고 해야지. 못된 놈들. 다섯 평밖에 안 되는 다 낡은 집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이 주인이었다고. 

 

Hi, Seoul!

 

밤에도 하이 서울은 계속된다. 시장님은 시청 앞 광장을 구경하면서 전화를 거셨을까? 

"홍보팀 뭐하는 거야? 왜 이렇게 사람이 적어?"

그것이 궁금하다면 반대편 방으로 가 창문을 열고 귀에 손을 올리고 외쳐보세요.

"하이, 서울?"

수많은 사람들이 대답할 것입니다. "안녕 못하거든요?."

또 그 수많은 인파가 한 번 더 외칩니다. "미친 소 너나 먹어!"

 

Hi! Seoul을 외치려면 미국산 쇠고기에 버터를 발라 먹고 혀를 굴려야 합니다.

아, 아쉽네요. 하이쐬우얼에는 어륀지의 아알 사운드가 없습니다.

 

아저씨, 아주머니, 힘 내시십시오!


태그:#정릉3동, #스카이아파트, #철거민, #하이서울, #창의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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