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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목) 천안시 공원녹지사업소 잔디광장에서 제36회 어버이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평소 정성껏 부모님을 모셔 온 효행유공자와 전통모범가정, 장한 어버이상 등 주변에 모범이 되는 33명의 시민에게 충남도지사표창(3명)과 천안시장표창(30명)이 수여됐다.

 

그중에서도 결혼이민자로 한국에서 6년째 생활하고 있는 떠르지재벤(37·몽골)씨는 문화적 차이에도 한국인 며느리 못지않은 효행으로 도지사 표창을 받아 관심을 끌었다.

 

“멀리 타국에 와서 이렇게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시아버지도 더 정성껏 모시고 아이들도 잘 돌보겠습니다.”

 

그는 지난 2002년 11월 성환읍 대흥리에 거주하는 이정우(50)씨와 결혼해 한국에 귀화했다. 1997년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다는 제벤씨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한국인 특유의 정에 줄곧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고. 이후 이정우씨의 동생이 무역업을 하며 몽골을 오가다 자신의 형과 재벤씨의 만남을 주선했고, 재벤씨는 결혼과 함께 한국행을 결심했다.

 

재벤씨는 한국에 오기 전 고국에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몽골어를 가르쳤으며, 박싱이히소로꿀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고, 열심히 공부하며 보낸 시간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자리를 뒤로한 채 고국을 떠나오기는 쉽지 않았지만, 남편의 따뜻한 마음씨에 이끌려 한국에 오게 됐다고 한다. 남편 이씨도 여느 한국 남성들과 같이 평소엔 다정다감한 말도 잘 못하고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다고.

 

남편 이정우씨는 부인의 수상소식에 “부족한 남편을 만나 먼 한국까지 와서 부모님 모시랴 아이들 키우랴 고생이 많은데도 가정을 잘 꾸려나가는 모습에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결혼 초기에 용인으로 출퇴근하던 이씨가 2년 전부터 사업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 주말부부로 생활하게 된 것은 서로에게 안타까우면서도 서운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한국 이주자들의 한국생활 돕고 싶어요”

 

제밴씨가 이번에 효행유공자 도지사표창을 수상한 것은 역시 부모님을 공경하는 ‘효행’을 인정받은 것. 고국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재벤씨는 이제 시아버지를 친아버지로 생각하며 모시고 있다.

 

뇌졸중(뇌 병변 장애2급)으로 투병중인 시아버지도 그런 며느리가 항상 고마울 따름이다. 멀리 타국에 시집와서 낯선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화를 겪는 다문화가정도 많은데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거동이 불편한 시부모도 정성으로 섬기고 있어 친딸이나 다름없는 심정이라고.

 

재벤씨도 처음 한국에 와서 언어와 음식은 물론, 시어른과의 엄격한 관계 때문에 고생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맏며느리로서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 음식을 장만하고 식구들을 챙기는 일이 처음엔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의사소통에 어려운 점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도 익숙해졌다. 요즘은 성환도서관에서 매주 목요일 함께 한국어를 배우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생활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다.

 

“이주여성들도 한국국적을 갖고 있는 한국인이에요. 그들을 다르게 보지도 말고, 더 특별히 대해줄 것도 없이 그냥 ‘똑같은 한국인’으로 대해주시면 좋겠어요.”

한국에서도 몽골어를 가르치거나, 한국의 몽골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떠르지재벤씨의 이번 효행상 수상소식은 전통적인 효도관이 퇴색되고 있는 요즘 한국에서 생활하는 이주여성들은 물론 한국의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과 아산에 발행하는 주간지 충남시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효행상,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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