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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요즘 들어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는 구나…'를 느낄 때가 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랬다. 내가 이런 순간을 많이 느꼈던 대표적 사례를 정리하며 나이를 먹어감의 의미를 짧게 생각해 보았다.

 

1. 후배의 정당한 항의나 의견제시에 그 중심 내용보다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올 때

 

나이를 먹을수록 보수화된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보수화되는 것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그 중심 내용에 대한 평가와 인정 내지는 토론보다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라 하니 이럴 때마다 나는 나이를 먹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2. 하루가 빨리 지나감을 알았을 때

 

일상과 업무에 젖어 아무런 사색이나 자기반성 없이 하루가 그냥 흘러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 순간 나 자신의 꿈이나 말랑말랑했던 가슴이 없어짐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나는 '나도 이제 기성세대로 편입되어 나이를 먹었다'고 느껴진다.

 

3. 동아리 모임에서 선배보다 후배가 많았음을 알았을 때

 

어느 날 오랜만에 동아리 모임에 나갔더니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짐을 알았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나는 후배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역시…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4. 어느 순간 처녀, 총각보다 아저씨, 아주머니와 더 많이 놀고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처녀, 총각들과 놀면서 세대차이를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아저씨, 아주머니와 놀면서는 제법 말이 잘 통함을 깨달을 때가 있었다. 나도 이제 아저씨라는 게 맞는가 보다.

 

5. 형, 누나라는 표현보다 형님, 누님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쓰고 있다

 

확실히 20대 초반에는 형, 누나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러나 지금은 형님, 누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형님, 누님이라는 표현을 듣던 후배들은 웃으면서 어색해한다.

 

6. 느려도 조용하고 안락한 차를 선호할 때

 

한 때는 빠르고, 잘 나가는 차를 선호했다. 소음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승차감 역시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점점 조용하고 안락한 차를 선호하기 시작하고 있다.

 

7. 축의금(경조사비)이 많이 나간다

 

나도 많이 받고 있고 그만큼 많이 나가고 있다. 상당히 부담이 되지만 결국 나도 똑같은 일을 한두 번 이상 겪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직접 가지는 못해도 투자나 인맥관리 차원에서라도 꼭 경조사비를 내게 된다.

 

8. 여동생 시집 보낼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집안 형편상 여동생 시집을 거의 내가 보내야 할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어리게만 느껴지던 여동생이 어느 순간 혼기가 차고 있는 보며 나는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9. 자식 걱정이 내 걱정보다 더 많아짐을 알았을 때

 

나 자신의 비전이나 자기 계발보다 딸 아이의 앞날과 건강 등에 대한 고민이 매우 많아짐을 알았다. 이제 나도 나만 보던 철부지 총각에서 자식을 보기 시작한 좀 더 확장된 인생을 살아감을 알았다. 좀 더 성숙해지고 책임 있는 인생을 살아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나이를 먹는 다 함은 인생이 더욱 무르익어 감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너무 무르익으면 그 껍질이 터질 만큼 흐물흐물해지고 너무 익지 않으면 떫어서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알맞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알맞게 잘 익어가야 함이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나이를 먹어가며 어린 시절을 아쉬워하거나 그리워하기보다는 겸손함의 지혜를 배워가며 하루를 살아도 성숙함을 일궈가는 '탱탱한 삶'이기를 소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본인의 블로그와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함께 실었습니다.


#나이#인생#성숙#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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