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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계 보험회사인 알리안츠생명이 자신들의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객 돈을 불법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사실은 16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회사 내부 기밀문서에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알리안츠생명을 보험업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특별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알리안츠 쪽에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계처리가 이뤄졌다"면서 "법인세를 덜 내기 위해서 주식을 매도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4년 동안 매년 수백억~수천억 이익 내고도, 법인세 '0원'

 

참여연대가 이날 공개한 알리안츠 내부 문건에 따르면, 알리안츠 생명은 현행 세법상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는 '이월결손금 공제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고객들이 투자한 펀드 자산을 임의대로 처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월결손금공제제도는 회사가 특정연도에 큰 손실을 입었을 경우 세무당국이 해당 회사를 상대로 5년 동안 손실액만큼 소득에서 공제해 법인세 납부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지난 2002년에 2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을 경우, 이후 회사가 매년 이익을 냈더라도 5년 동안 이익 2000억원 범위 내에서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지난 2002년 197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이후, 2003년에 36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2004년부터 영업이 나아져 1743억원의 이익을 올렸고, 2005년에 756억원, 2006년엔 474억원 이익을 올렸다. 작년에는 무려 2023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물론 이 회사는 적자가 난 2002년과 2003년을 빼고도, 2004년부터 4년 동안 매년 이월결손금공제제도에 따라 단 한 푼도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문제는 회사가 법인세를 내지 않기 위해 회사 특별계정 항목에 들어있는 변액성장형 펀드에 포함된 주식을 임의대로 처분했다는 것. 이렇게 처분한 주식 이익을 일반계정에 포함시켜 회사의 이익을 부풀리는 수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이월결손금 공제는 5년 이내(2002년 손실금의 경우 2007년까지)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을 보면, 보험회사는 특별계정에 속하는 자산에 대해선 일반계정과 분리해서 회계처리를 하도록 돼있다.

 

"회사 CEO도 전략적인 세금계획 승인했다, 기밀사항..."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김경율 세무사는 "그동안 보험회사들의 경우 법인세 신고 때 변액보험의 특별계정 평가 손익을 일반계정으로 포함해 세금을 줄이는 관행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알리안츠생명은 단순한 회계상의 변동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인 변액펀드의 주식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김 세무사는 이어 "알리안츠와 같은 보험회사는 현행법상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자산을 운용하도록 돼 있다"면서 "하지만 이 회사는 자신들의 법인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일시적인 평가손익을 영구적인 처분이익으로 둔갑시키는 방법을 썼다"고 지적했다.

 

2004년 이후 공제대상 이익금액이 2002년, 2003년 손실금을 초과했음에도 법인세를 계속 내지 않은 것에 대해 김 세무사는 "결국 2002년 이전에도 수천억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알리안츠의 자산운용 계획은 지난 2006년 7월부터 회사 최고경영자 등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진행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내부 회의록 등을 보면, 지난 2006년 7월 말 이 회사 박아무개 재무담당 임원이 세무상 평가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이후 같은 해 9월 18일께 박아무개 임원은 이 회사 주요 인사에게 보낸 e메일에서 "우리의 전략적인 세금계획(결손금이월조세 활용계획)은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담당자)도 승인했다"면서 "각 초안은 조심스럽게 다뤄야하며, 아직 기밀사항이며, 전결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특별계정에 있어 평가이익 조정은 앞으로 법적, 회계적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해 특별한 주의를 요망한다"고 적었다.

 

참여연대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심각히 침해"

 

또 이 회사는 2006년 10월께 결손금이월조세 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웠다. 내부 문건에는 2007년 2월 말까지 (변액펀드를) 정상적으로 거래한 후, 2007년 3월부터 결손금을 활용하기 위한 거래를 활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실행 계획은 실제 작년 3월께 진행됐으며, 2007년 3월 12일부터 23일까지 주식시장의 상황 등에 따라 변액펀드에 일부 주식을 매각했다.

 

문제는 당시 주식시장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알리안츠의 변액펀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정체 상태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가 작년 4월 30일께 작성한 내부문건을 보면, 주가상승으로 동업계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알리안츠 VUL 성장형 펀드는 심각한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적고 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 때문에 당시 알리안츠 성장형펀드에 가입한 보험계약자들이 이 회사에 낮은 펀드 수익률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는 결국 보험회사가 법인세 차감이라는 회사 이익 때문에 많은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금융감독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리안츠 "적법한 회계절차를 밟았다"

 

이에 대해 알리안츠생명 쪽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계처리가 이뤄졌다"면서 "법인세를 덜 내기 위해서 주식을 매도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어 "특별계정 항목의 내용도 보험회사의 자산으로 보고 있다"면서 "(변액펀드를 매도한 것은) 국내 주식시장 전망을 기초로 해서 수립된 중장기 자산운용전략에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태그:#알리안츠, #이월결손금공제제도, #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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