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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일리노이주와 켄터키주는 오하이오강을 경계로 갈린다. 카본데일에서 차로 한시간 정도 가면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나온다. 가는 방법은 13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가서 고속도로 57번을 타고 가다가 24번 고속도로로 바꿔서 내려가면 켄터키주로 가게 되는데 켄터키주에 들어서기전, 오하이오강을 건너 바로 직전에 메트로폴리스라는 지명이 적힌 이정표를 보고 출구로 나오면 된다.

 

메트로폴리스는 두 개의 명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데 하나는 이 동네에 있는 하라(Harrah)라는 카지노이고, 다른 하나는 시 한복판에 있는 수퍼맨 동상과 근처의 수퍼맨 박물관이다. 카지노는 성인들의 놀이터인 거고, 그래도 가족들이나 어린이들이 꼭 들러서 사진 한번 찍어보는 곳이 이 수퍼맨 동상이다.


수퍼맨 동상은 메트로폴리스의 도시 한복판에 있다. 수퍼맨 동상 뒤에 있는 건물은 메트로폴리스가 있는 일리노이주 마삭 카운티(assac County·카운티는 우리나라의 '군'에 해당한다)의 지방법원이다. 법원 앞에 만화주인공의 동상이 서있다니. 그런데 그게 그렇게 이상하고 어색하지않은 것이 결국 수퍼맨의 역할이 미국의 정의와 진실의 수호자라는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퍼맨의 역할과 법원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수퍼맨의 동상의 발판에는 '진실-정의-미국식(Truth-Justice- The American Way)'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수퍼맨 박물관은 이 동상 바로 옆에 있다. 주인 아저씨가 50년에 걸쳐서 수퍼맨은 물론 수퍼맨과 비슷한 수퍼영웅물의 관련된 장난감, 기념품, 만화 등을 수집해서 전시를 해놓은 곳이다. 2006년 여름에 한번 들어가본 적이 있는데 들어갈 때 3달러의 입장료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들어가서 놀란 것은 아저씨가 일본까지 가서 수퍼맨 얼굴이 찍힌 도시락통, 필통같은 것도 사와서 전시를 해놓은 것이었다. 수퍼맨 관련된 상품보다도 그것을 찾아서 모아놓은 아저씨의 수집광 성격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수퍼맨이 내 어렸을 적의 기억을 지배했던 것은 아니기에 그렇게 감흥이 일지는 않았는데, 미국인들은 좀 달랐던 것같다. 내가 어렸을 적에 이런 류의 대단한 곳을 가본 것은 아산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현충사였던 것같다. 이순신은 그래도 역사에 적혀있는 구국의 영웅이고 실제로 그가 쓰던 유품들도 전시되어있는데 독립전쟁기에 영국과 싸웠던 것 말고는 자국땅에서 외적과 맞서 싸웠던 기억이 거의 없는 미국인들은 그런 역사적 영웅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배하지는 않는 것같다. 대신 이런 만화책에나 나오는 허구적 인물이 더 의미가 있겠지.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만화주인공을 이순신처럼 기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실존했던 구국의 영웅과 허구에 존재하는 이상화된 영웅. 그러니 전반적으로 무겁고 엄숙하다기보다는 가볍고 그냥 노스탤지어적인 분위기가 더 강하다.

 

메트로폴리스 시내에서 십분만 걸어내려가면 오하이오강과 강을 건너 일리노이주와 켄터키주를 연결하는 철교가 나온다. 옛날에는 이 길을 통해 사람들도 오고갔을테지만 이제는 고속도로가 나서 이 철로는 여객기능을 상실했고 그저 화물만 실어나른다. 물론 이 오하이오강을 통해서도 바지선이 좀 왔다갔다 하긴 한다. 저 강을 건너가면 켄터키주 파두카(Paducah)라는 도시가 나온다. 오하이오강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왔다갔다했을 때에는 거기도 비교적 큰 도시였을터인데 이제는 그런 기능을 잃고 쇠락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노광우 기자는 2001년부터 뉴욕한국영화제를 위해 일했습니다. 현재 서던 일리노이대학교의 매스커뮤니케이션 앤 미디어 아츠 대학에서 영화와 대중문화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태그:#수퍼맨, #일리노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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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영화보고 책보고 글쓰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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