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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 '까까'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5백원인 줄 알고 손을 대면 7백원이 넘는 게 나오시니 말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까까를 내려놓을 수도 없다. '이거, 이거'라는 아이의 볼륨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사긴 하나, 과자 한 봉지에 천원짜리 한 장씩 올라가는 계산대가 야속하다.
 
물론 큰 슈퍼나 마트에 묶음 과자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거 하나 때문에 차 끌고 가기도 그렇고, 몸에 좋지 않은 걸 많이 사는 것도 거시기 하고, 결정적으로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아이 손에 이끌려 동네 슈퍼를 가끔 방문하는데, 얼마 전부터는 황감하게도 8백원짜리가 등장하셨다. 
 
고물가 행-진
 
4월 1일 통계청은 '2008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2007년 3월) 대비 3.9% 올라, 3월만 놓고 보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활물가 역시 4.9% 뛰는 등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고물가 비행은 국제 원유가, 곡물가,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원인이다. 그 영향력 아래 있는 휘발유나 경유, 라면, 자장면, 밀가루, 식용유, 금반지 등이 큰 폭으로 오른 게 증거다. 여기엔 스낵과자도 끼어있다.
 
어~, 아이 과자도 오르고 교육비도 오르고
 
그런데 아이의 인생에서 까까만 오른 게 아니다. 교육비도 올랐다. 이미 지난 5년간 소비자물가의 2배 이상 오른 교육비는 3월에도 강세를 이어갔다. 전년동월 대비 5.4%가 인상되어 소비자물가(3.9%)나 생활물가 상승률(4.9%)보다 높다.
 
물론 21.1% 오른 라면, 14.7% 뛴 휘발유에 비하면, 5.4%라는 수치는 작아보인다. 하지만 5.4%는 교육비 전체의 평균치기 때문에, 교육비의 세부 품목에는 라면과 휘발유가 부럽지 않은 분들도 있다.
 
 
품목별로 보면, 전국적으로 국공립대 납입금 8.5%, 유치원 납입금 8.2%, 보습학원비 7.3%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역 지자체 중에서는 광주가 7.1%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인천 6.5%, 경기 6.3%가 다음이다. 조사 한 31개 도시 중에선 수원시 8.3%, 충주시 7.7%, 마산시 7.3%, 천안시 6.8%, 부천시 6.7%, 고양시 6.7%의 오름새를 보였다.
 
지역과 품목을 섞어서 들여다보면, 더 높은 수치를 만날 수 있다. 제주 고입학원(단과) 18.3%, 인천 고입학원(단과) 17.2%, 광주 대입학원(단과) 16.8% 등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접할 수 있다.
 
 
수입품도 아닌데, 교육비는 왜 오르나
 
그런데 재밌다. 아무리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하지만, 교육비마저 왜 올라야 할까. 지금의 물가 인상이 국제 원유가나 곡물가 때문인데, 그것과 교육비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대학등록금, 학원비, 유치원비(보육비) 등 교육물가 인상의 3대 주범은 수입품도 아니고, 수입 원자재를 가공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런 이유로 교육비 인상은 전반적인 물가 폭등과 아무 관련이 없다. 국제 가격이 어떻게 되든, 다른 물가가 어떻게 되든 간에, 교육비는 오르게 되어 있었다. 교육물가 인상에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아닌 '시장화'다.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유치원, 학원, 대학은 한국 교육에서 시장화가 가장 많이 진척되어 공교육의 원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학원은 애초부터 시장이었고, 동네에서 국공립 유치원이나 대학을 발견하는 건 신의 계시이며, 거기에 아이를 들여보내는 것은 신의 가호다.
 
이 뿐만 아니라 대학등록금, 학원비, 유치원비 등 '빅3'는 아비와 어미에게 '필수재'다. 아이를 유치원, 학원, 대학에 보내지 않으면 되겠지만, 강심장이 아니라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내라면 내야 한다.
 
우리의 대학당국께서는 평소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고 하다가도, 등록금 책정할 때만 되면 '너넨 돈 나오는 현금인출기잖아'라며 자기 마음대로 등록금 액수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이제 돈 내. 아니면 나가고'라는 배짱을 보여주신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와 '대학본부만의 등록금 자율화'라는 든든한 제도가 있는 거다.
 
이명박 정부의 특별 관리 품목이지만
 
교육비는 이명박 정부께서 특별히 관리한다는 52개 주요 생필품에 포함되어 있다. 학원비, 가정학습지, 납입금, 보육시설이용료가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일찍이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을 교육정책의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특별 관리는 '특별히 높여주겠다'가 될 수도 있다. 영어몰입교육 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그 빈자리를 "어느 어느 어학원이 얼마 올렸대"라는 아줌마 통신이 메우고 있는 게 지금이다. 또 대학등록금 절반 정책은 실종된 지 오래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학당국과 교육청들이 무한 이기주의 자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52개 특별관리 생필품에 교육비가 들어있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냥 이명박 정부의 은총만 기다리고 있다간 뒤통수맞기 십상이다.
 
아내가 작년부터 저축을 포기했다. 맞벌이하고 있기는 하나, 수입의 상당 부분이 두 공주마마에게 들어가기 바쁘다. 하긴 유치원 보내고 젖먹이 맡기는 비용이 어디 한 두 푼인가. 얼마 전에 재계약한 전세값도 간신히 맞출 정도니 집안 금고 사정은 뻔하다. 앞으로 왕비마마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특히, 마님이 아쉬워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지 목돈을 바칠 수 있도록 미리미리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송경원은 명희 남편이고, 다예와 은예 아빠다. 노회찬과 심상정의 진보신당에서 교육분야를 살피고 있단다. 


태그:#교육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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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습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요, 정말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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