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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에서 파업 71일째를 맞고있는 이 회사 노조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에서 파업 71일째를 맞고있는 이 회사 노조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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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일 오전 10시 반,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71일 째 파업을 하고 있는 이 회사 노조원들의 비닐 천막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건물 입구에는 경비업체 직원들이 삼엄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전날 오후 이 회사의 지점장 99명이 해고돼, 긴장감이 한층 더해진 터였다.

비닐 천막에서 만난 변성민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 홍보실장은 "오늘부터 사장·임원 집 앞에서 농성이 벌인다, 해고된 지점장들은 현재 모처에서 대응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많은 언론에서 알리안츠생명 노조의 파업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이들의 파업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번째 대규모 파업'이란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결과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노사·노정 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터였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은 "잘 설득하라"고 말했고,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노사 자율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간의 대립은 격해지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직원 1700여명 중 800여명의 노조원이 현재 천막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본사 주변부터 지하 2층~6층에 있는 주차장에까지 비닐 천막의 행렬은 이어졌다.

왜 이들은 쾌적한 사무실을 나두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왔을까? 파업의 시작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가 일방적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한 이유는?

2일 찾은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입구. 회사가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들이 입구를 막아서고 있는 가운데, 알리안츠생명 노조에서 마련한 큰 걸개그림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2일 찾은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입구. 회사가 고용한 경호업체 직원들이 입구를 막아서고 있는 가운데, 알리안츠생명 노조에서 마련한 큰 걸개그림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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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지난 1월 21일 노조와 합의 없이 즉각적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회사는 조합원의 임금 관련 부분을 정함에 있어서 사전, 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깬 것이다.

노사가 이미 지난 2005년 9월, 2006년 12월 성과급제 도입에 합의를 한 상황이었다. 회사는 왜 그러한 선택을 했을까?

이에 대해 회사 쪽은 "노조가 성과급제 도입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협의 요청을 무시하는 등 성과제 도입 의지와 성의가 없었기 때문에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노조가 합의권을 남용할 경우,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이 안 된다는 법률 자문을 구했다"는 입장을 아울러 밝혔다. 정문국 알리안츠생명 사장은 당시 'CEO 메시지'를 통해 "노조는 합의권을 남용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노조를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의 주장을 일축하며 "협의를 먼저 요청한 쪽은 노조"라고 주장했다. 변성민 홍보실장은 "2006년 12월 합의 이후, 2007년 4월까지 여러 차례 성과제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자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노조가 회사의 불성실교섭을 문제삼자 회사는 2007년 4월 "2007년 노사간에 14회 교섭을 진행했다, (불성실하다고 한) 노조의 태도에 대해 유감"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회사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성과급제 뒤엔 구조조정의 압박이?

알리안츠생명 본사 빌딩에는 이 회사의 노조에서 붙인 많은 대자보가 보인다. '임금 체계를 변경하면 회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자보는 이번 성과급제 도입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안함 마음을 읽게 해준다.
 알리안츠생명 본사 빌딩에는 이 회사의 노조에서 붙인 많은 대자보가 보인다. '임금 체계를 변경하면 회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자보는 이번 성과급제 도입에 대한 노조원들의 불안함 마음을 읽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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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회사가 성과급제를 도입을 서두른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회사는 2004년 12월 처음 성과급제의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직원들 평가결과에 따라 S~D등급으로 나눠 임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노조에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다, 성과급제 도입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파업을 준비하는 등 사단이 났다. 변성민 홍보실장은 "1999년 제일생명이 알리안츠로 인수되기 전에 2700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1600명으로 줄었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쪽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동종업계에 최하위 수준이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며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게 아니라,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당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2005년 8월 신홍 중앙노동위원장이 회사의 안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야지, 처음부터 독한 약을 쓰면 다 죽는다"고 말한 기록이 남아있다.

이후, 노사는 "노조가 수용 가능한 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고 합의했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회사는 기존의 안을 물리지 않았고, 노조는 구조조정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불신만 쌓여갔다.

지점장 노조 가입에 대한 두 가지 시선

특히, 구조조정에 대한 지점장들의 우려는 더 컸다. 파업에 참여한 지점장 조경섭(40)씨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알리안츠생명 계열사들은 보험 판매를 홈쇼핑 방카슈랑스 등으로 돌리며 대면채널(우리의 지점)을 없애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03년 성과제를 도입한 흥국생명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며 붉은 머리띠를 두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전체 지점장 260여명 중 198명이 노조에 가입해 파업에 참여했다. 지난 2월 이들 중 주동자 5명이 해고됐고, 4월 1일까지 회사로 복귀하지 않은 지점장 99명 역시 회사에서 쫓겨났다.

회사는 지점장의 노조 가입을 두고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실제, 단체협약에는 지점장의 노조 가입은 배제돼 있다.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사설과 기사를 통해 지점장의 불법 파업을 엄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회사가 단체협약을 깨고 성과제를 도입한 것"이라며 회사가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법적 판단을 기다려야겠지만, 지점장의 노조 가입은 불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법률단체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쪽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변은 '단체협약에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의 가입을 거부할 수 없다'는 2003년 12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성민 홍보실장은 "지점장은 지난 1월 영업소장에서 이름이 바뀐 것일 뿐, 은행·증권사의 지점장과는 다르다"며 "보통 99㎡(30평) 되는 지점에서 총무 1명과 같이 일하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인사결정권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회사에서 보험설계사를 동원해 지점장에게 수면제를 먹여 납치하거나 회사 임원들이 지점장 가족들에게 회유·협박했다"며 "현재 사장 등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커뮤니케이션부(홍보실) 한 관계자는 "15일 이상 무단결근이 계속되면 자연퇴직이라는 취업규직 6조에 따라 해고한 것"이라며 "사장과 임원들은 당초 24일이었던 복귀시한을 계속 미루는 등 구제를 시도했지만, 99명은 끝내 복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조-회사 큰 피해,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은?

이번 파업 사태로 노조와 회사 모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농성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회사는 "300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노사는 현재 물밑 교섭을 통해 사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점장 해고로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재계와 노동계 모두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태그:#알리안츠, #알리안츠 생명, #알리안츠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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