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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인원을 내보냈다. 기업의 인력은 여전히 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상황 변화가 일어날지는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한반도의 화해무드가 점차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남측의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양측이 서로에 대한 효험 없는 기싸움을 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서로에게 도움이 안되는 일을 벌이고 있다. 한국경제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까 걱정이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이명박 정권이 압도적인 차이의 득표로 집권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뜻이다.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던 대북관에 일정 부분 동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른바 친북좌파 정권론이나 대북 퍼주기라는 비난에 정당성을 부여해버린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 정세를 상생과 협력으로 이끌어온 지난 10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국민은 국제정세와 경제적 영향 등을 적절히 파악하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래서 당시의 정부와 야당의 주장 중 쉽게 와닿는 주장을 수용했을 것이다. 집권을 위해 대북정책을 비난한 것이 효험을 본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철저한 상호주의와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북한을 다루겠다는 것이 국민에게 수용되기도 쉬운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제 대선은 끝났다. 한나라당은 이미 집권당이 됐다.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은 다시 점검이 필요한 일이다. 북한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를 압박하고, '선 핵폐기 후 경제협력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현실적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득표에는 유리했으나 현실적으로 실용적이지 못하다면 바꾸는 것이 옳다. 영어몰입교육처럼 비현실적 이라면 국익을 위한 태도의 변화는 필수적인 일이다.

 

북한인권 문제를 자극하고 압박하면 북한인민의 인권이 향상될 수 있을까? 압박으로 해결이 가능한 일이었다면 이미 북한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을 것이다. 인민의 삶이 그렇게 피폐한 처지에 놓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이 엄청난 압박을 가했지만 여전히 개선된 것이 없다. 하물며 그리 강하지도 않은 대한민국의 압박에 굴하겠는가? 남북간의 관계에 해악을 끼칠 뿐이다. 인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굶는 인민에게 식량지원을 늘리는 것이 인권을 향상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북한의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 위해서 국제사회는 무수히 노력을 해왔다. 6자회담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결실을 본 것도 사실이다. 이미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까지 진도를 나갔다. 국제사회의 압박도 효과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하여 단호히 반대입장을 견지해온 우리 정부의 노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제 핵시설 신고에 대한 입장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다. 거기에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지금 섣 부른 압박을 가한다고 특별히 나아질 것이 없다. 오히려 BOD문제로 6자회담이 지연된 것처럼 역효과만 낳을 것이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핵폐기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개성공단의 확대도 없다"는 발언이 지금 왜 필요하고 그 파장이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데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그 정도의 태도로 북한을 상대해 왔다면 남북관계는 지금의 수준으로 안정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의 상식선에서 그들을 다루기는 어렵다. 이미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손을 내밀고 평화적인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것도 그들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한 것이다.

 

국가 위험도와 경제적 파급효과

 

'국가 위험도(Country Risk)'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대한민국의 처지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남북관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여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의 국가 위험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이 높아진다면 누가 한국에 투자할 것인가? 외국인 자금은 물론이고 내국기업도 모두 보따리를 싸서 외국으로 나가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가 없다.

 

1994년 북핵위기 때의 한국경제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국가위험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이해하기 쉽다. 그 때는 사실 자본시장의 개방 정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었다. 주가는 떨어지고 투자와 고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에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2차 북핵위기 때도 우리의 경제는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부시 정권의 대북압박이 본격화되면서 북한과 전쟁의 위험까지 높아질 때 한국경제는 매우 어려웠다.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와중에 전쟁의 위험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누가 한국에 투자하겠는가? 6·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의 화해무드를 조성하지 못했다면 대단히 어려운 경제위기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5년 동안 미국과 입장을 달리하며 무수한 비판에 시달렸다. 그러나 군사적 행동이라는 카드를 강력히 거부하며 한반도 정세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였다. 미국도 한국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5년동안 주가는 3배로 올랐고, 꾸준히 경제성장을 해왔다. 수출은 무려 두배가 넘는 기록적 증가를 보였다. 물가는 대외변수가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안정되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2002년에 비하여 50%가 넘게 증가했다. 이제 일인당 2만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금 다시 북한과의 관계가 적절히 관리되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급속히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우리의 우량기업은 외국인 지분이 대부분 50%를 넘나들고 있다. 무려 70%를 외국인이 보유한 회사도 있다. 그러한 외국인이 모두 보따리를 싸들고 빠져 나간다면 한국경제는 끔찍한 사태를 맞게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의 관계는 단지 국가안보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평화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반도 정세는 우리의 마음대로만 될 수가 없다. 주변국의 입장과 함께 상대인 북한의 태도도 고려하는 것이 맞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잃을 것도 없다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경제의 규모나 발전의 수준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에 달하는 나라이니 당연히 보유한 경제적 기반이나 자산이 풍부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켜야할 것이 너무도 많이졌다.

 

반면 북한은 경제적으로 가진 것이 없다. 국제적 원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인민이 굶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진 것이 없고 가난한 자에게는 지킬 것도 적은 법이다. 또 이판사판으로 판을 엎어버릴 유혹도 훨씬 많이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런 그들을 압박하고 궁지로 몰아가는 일은 대단히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다. 사리에 맞지 않는 억지를 좀 부려도 그것을 가능한 수용하고 달래면서 폭발적 위험성을 낮춰가는 것이 가진자의 현명함이다.

 

군사적으로도 그렇다. 사실 점차 현대식 무기에서도 우리는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다만 대량살상무기등이 우열만으로 안심하거나 굴복할 수는 없게 만든다. 위력이 강한 무기를 가졌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위력이 훨씬 약한 무기라도 일단 맞으면 죽는다. 강대국이라도 약소국을 쉽게 굴복시키기 어려운 이유이다. 지금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군사력이 약해서는 아닐 것이다.

 

북한을 우리가 가장 원하는 일방적인 방식으로 끌어간다면 우리의 국가 위험도만 높아질 뿐이다. 북한이 뭐 그리 더 나빠질 것이 있겠는가? 그들이 그래도 포기하기에는 좀 가진 것이 있다는 수준으로 오히려 우리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화해협력 정책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인민의 인권을 위한다면 좀 더 식량지원을 늘리는 것이 맞다.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만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미국도 함께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힘으로는 미국조차 해결할 수가 없는 일이다. 미국이 그동안 가한 압박이 약해서 해결이 안되었겠는가?

 

북한을 대하는 우리 국민의 태도도 좀 더 넓게 포용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한다. 한반도의 평화가 깨지고 위기가 높아지면 그들보다 우리가 훨씬 큰 손해를 보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좀 사리에 맞지않는 억지가 있더라도 그들을 배척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는 어렵다. 그들의 억지에는 우리도 억지로 대응하는 것이 상호주의는 아니다. 그들의 억지를 좀 더 힘있는 우리가 조금씩 양보하며 설득하는 것이 옳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남북관계, #COUNTRY RISK, #대북압박정책, #상호주의, #평화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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