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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면서 공무원들이 무척 곤란을 겪고 있다. 잠시 말단 공무원 생활을 경험한 사람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국무회의 시간을 당겨서 새벽별보기 운동을 해야 하니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외환위기로 정권이 바뀐 1998년에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다.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것도 아닌 지금 또다시 공무원들을 대규모로 퇴출시키려한다.

 

공무원이 과연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우리는 종종 공직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뉴스에도 접하곤 한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무능하게 시간만 떼우며 봉급을 받아가는 공무원이 왜 없겠는가? 그들이 받아가는 돈은 모두 국민의 혈세이다. 당연히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또 일반 국민에 비하여 특권을 누리고 있는 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누리는 특권이 과도한 것이라면 분명 고쳐야한다. 예를 들어서 공무원연금같은 경우 국민연금과는 달리 세금으로 많은 보조를 해야한다. 뭔가 형평성이 결여된 측면이 있다. 또 귀책사유가 분명한 경우에도 신분보장이라는 틀에 고정되서 퇴출하지 못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량한 공직자가 국민과 국익에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일이 많아서 언제나 야근하는 공무원도 적지않게 있다. 업무를 열심히 처리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훌륭한 공직자들도 많지만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항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킨 경우만 보도되고 알려지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공직에 봉사한 공직자들은 사실 칭찬받아야 할 분들이다. 기업의 임금상승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봉급인상을 억제했던 세월을 견뎌왔다. 박봉에 시달리며 오래 봉직하여 승진도 하고 봉급도 인상되었다. 그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내는 동안에도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점차 공무원의 처우가 향상되어 이제는 좀 생활의 여유가 생겼지만 과거와 달리 점차 대국민 봉사의 강도는 많이 높아졌다.

 

사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 국민 위에 군림하는 태도도 많이 사라졌으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인드를 가진 친절한 공무원도 많아졌다. 잘못을 저지르는 일부 공직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열심히 맡은 바 임무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종종 인력의 부족이나 예산의 부족으로 일처리가 안되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일 뿐이다. 모두 현직 공무원들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태풍이 불거나,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폭설이라도 내리면 퇴근도 못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그들은 국민과 국가에 나름의 봉사를 하고 그 대가로 국민에게 봉급을 받는 것이다. 안되는 모든 일이 공무원의 탓일 수는 없다.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만 교체되도 이리 치이고 저리 몰리는 처지로 수십 년을 고생한 분들도 많다. 그들을 마구 혼내는 방식으로 뭐가 나아질지 모르겠다.

 

정권의 공무원 혼내기

 

새정권이 들어서고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다. 국민과 국익에 봉사해야할 공직자를 누가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대통령과 장관들의 국정에 대한 사고의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공무원이 좌불안석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인원감축에 대한 불안감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공무원 감축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인력감축안을 내놓으라고 장관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사실 우리의 행정서비스의 수준이 그리 만족할 수준에 달하지 못한 원인은 업무를 담당할 공무원의 숫자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무조건 작은 정부가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적정한 수준의 공직자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부이다. 신분을 보장한다며 뽑아놓고 별다른 잘못도 없는데 나가라고 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직자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이다.

 

둘째, 즉흥적인 지적사항이다. 국무회의를 하는 도중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대통령이 언급하면 거기에 따라서 장관들이 우왕좌왕하며 호통을 치고있다. 200명이 통행한다는 톨게이트의 문제가 전형적인 예이다. 분명하게 방향을 정리해서 정확하게 지시를 해야 우왕좌왕 시간을 낭비하고 혼선을 빚는 일이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가볍게 건드린 문제라도 장관들이 듣고 국장이나 과장에게 지시할 때는 한층 강한 톤으로 변한다. 그들이 하위직 공무원들을 닥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안절부절하면서 허둥대는 동안 업부의 효율은 심각하게 떨어질 것이다.

 

세째, 근무시간도 문제이다. 공무원의 정시근무 시간은 법으로 정해져있다. 그것을 마구 변경하는 일은 부당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무회의 시간을 출근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상 빠르게 당겨버렸다. 장관들은 국무회의에 빈몸으로 나가서 앉아있을 수가 없다. 회의자료도 준비하고, 보고서도 만들어야 한다. 국장과 과장들은 그 전날 야근을 하거나 새벽에 출근해야 한다. 하위직은 더더욱 많은 시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벽별 보기운동을 시켜서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가 없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길이 없다. 그들은 공장의 기계를 돌리는 사람이 아니다. 근무시간이 길다고 생산성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넷째, 권력자 눈치보기다. 공무원은 정권의 임기와 관계없이 국가에 봉사하는 사람들이다. 정권이 바뀐다고 과거 정권에서 일한 것을 반성하고 그에 대하여 혼날 일이 아니다. 그들은 당시의 정부방침에 따라서 일했을 뿐이다. 오히려 이념이나 정책적 성향을 가지고 항명을 하거나 반발을 했다면 그런 사람이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후 고위직 공직자들이 극심하게 위축되서 눈치를 보고 있다. 장관이 나서서 공기업 사장들을 내쫓는 장면을 보고 두렵지 않을 고위공직자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눈치를 본다면 지시에 순응하는 바보들만 남게 만든다.

 

이렇게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국무위원들이 공무원을 동네북처럼 혼내고 마구 압박해서는 효율적이고 좋은 정부를 만들 수 없다. 그 들은 이미 정부가 정년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갖고 공직에 봉사한 것이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못없이 그렇게 혼나며 생활할 필요가 없다. 뭔가 지금의 분위기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과거 우리가 일인당 국민소득 1만불 이하일 때는 근면함이 필요했다. 대부분 공업생산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일하면 생산량이 늘고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구조였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태도는 근면이었다. 근면하면 경제성장이 가능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하였다. 이미 우리는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세계적인 수준의 IT강국이 되었다. 이제 오랜시간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그러한 특성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도 있고, 그런 업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창의성을 필요로 하고 있는 시대이다.

 

시대와 산업구조가 달라진 만큼 국민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그에 맞추어 공무원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새벽에 나와서 저녁 늦게까지 봉사하는 것으로 국민과 국익을 만들기는 어렵다.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생성하며 일해야 한다. 창의성 없이 과거의 관행에서 맴도는 업무는 그리 생산성이 높지 않다.

 

그렇다면 공무원도 정시에 근무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충분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서 업무에 임해야 창의성이 생기고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는 법이다. 국가가 언제 해고할지 모르는 불안감도 없어야한다. 그렇게 불안을 느끼는 공무원이 일을 잘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살아남기 위한 술수를 연구하는데 바쁠 뿐이다. 또 정부가 채용시 약속한 신분보장이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보장되어야 한다.

 

과거에 비하여 처우도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이 과도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여지는 없다. 공무원이 건전한 사고로, 창의적인 태도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 피곤하고, 불안하며, 우왕좌왕하도록 그들을 혼내고 몰아가선 안 된다. 새정부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염려스러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공무원 감축, #국무회의 시간, #창의적 사고, #업무의 효율성, #신분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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