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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피지기> 출연진이었던 손정은, 문지애, 서현진, 최현정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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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합성한 '아나테이너'란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예능인으로서 브라운관을 휩쓸던 아나운서들이 '추락'하고 있다.

24일 폐지된 MBC 예능프로그램 <지피지기>가 이를 방증한다. <지피지기>는 서현진, 문지애, 손정은, 최현정 등 여자 아나운서들의 대거 포진으로 시청자들의 눈길 붙잡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방송 내내 시청률 한자리 대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한 <지피지기>는 결국 쓸쓸한 뒷모습을 남긴 채 퇴장했다.

아나운서들이 <지피지기>에 출연한다는 것이 화제가 됐던 이유는 이들이 연예인이 아닌 철저히 '아나운서'란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에서도 아나운서란 직업의 특성을 십분 살려내 이들만의 특화성을 보여줘야만 했다. 하지만 <지피지기>에서 보여진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다소 능수능란하지 못한 신인 연예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문제는 '개연성'이었다. 아나운서의 출연에 개연성이 떨어진 프로그램은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지피지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불가능은 없다>에 출연한 서현진은 별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결국 하차했으며, SBS <일요일이 좋다-기적의 승부사>에 출연했던 정미선, 김주희 아나운서 등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하이파이브>에서 활동중인 이정민은 재기발랄한 연예인 정도에 그칠 뿐, 특별한 활약상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제2의 노현정 탄생으로 주목받았던 최송현 아나운서는 KBS 2TV <상상플러스>에서 약 1년만에 하차한다. 톡톡 튀는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지만, 아나운서로서 안방마님 역할이 미진했던 최송현의 프로그램 하차는 아나테이너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했듯 개연성이다. 아나운서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출연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일요일이 좋다-기적의 승부사>에 아나운서들이 대거 등장해 명랑 운동회를 펼치는 모습은 "왜 아나운서들이 떼로 몰려나와 운동회를 펼쳐야 하지?"란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나운서들의 개연성 잃은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곧 이들의 희소가치를 떨어뜨린다. 가끔 특집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톡톡히 빛을 발하던 아나운서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 신선함과 존재감을 잃게 됐고, 결국 더이상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효자 자원으로 기능할 수 없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굴욕'을 당한 아나운서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은 시사교양프로그램이다. 서현진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불가능은 없다>보다 <네버앤딩 스토리>에서 더 당당해보이며, KBS 2TV <스타골든벨>에서 놀림감이 되는 박지윤은 생방송 다큐멘터리 <사미인곡>에서 품위를 되찾는다.

한 방송국 예능국 벽에는 '진정성'이란 문구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도 진정성과 개연성이 필요함을 항상 잊지 않도록 붙여 놨다는 것이 그곳 사람들의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스타 예능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희소성 잃은 아나테이너들은 진정성을 잃고 겉돌고 만다. 아나운서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곳은 예능프로그램이 아님은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