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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만난 이삼평 비문과 도산 시비

도조 이삼평과 아리타 도자기의 흔적을 표시한 지도
 도조 이삼평과 아리타 도자기의 흔적을 표시한 지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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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신사를 내려오면서 보니 그 사이 도자기 도리이 옆에 있는 등에 불이 켜져 있다. 청자색을 띤 도자기와 등에서 퍼져 나오는 밝은 주황색 불빛이 잘 어울린다. 아리타에서 본 최고의 장면이다. 계단을 내려와 다시 오른쪽으로 가니 도자기로 만든 이삼평 비문과 도산 시비가 보인다. 비문에는 이삼평의 일대기가 적혀 있고, 시비에는 도산을 노래한 송시(Ode)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도자기에 새겨진 '도조 이삼평 비'의 문구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도자기로 구은 도조 이삼평 비 설명문
 도자기로 구은 도조 이삼평 비 설명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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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평 공은 사가번의 시조인 나베시마 나오시게가 귀국할 때 일본으로 데리고 왔다. 그 후 귀화하여 출신지의 이름을 따서 그 성을 가나가에라고 지었다. 처음에는 참모인 다쿠 야스즈미에게 맡겨져 오기군 다쿠 마을에 살며 손에 익힌 기술로 도자기 가마를 이루었으나, 양질의 백토를 구하지 못해 영내 각지를 찾아 돌아다녔다고 한다.

1616년경 마츠우라군 아리타 마을의 미다이바시에 가마를 짓고 드디어 이즈미야마에서 최상급의 원료가 되는 백자광을 발견하자 가미시라가와로 옮겨 살며 순백색의 자기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일본에 처음으로 백자 도자기가 소성된 유래라고 한다.

그 후 이 제조 기술은 수많은 도공들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어 아리타 도자기의 오늘의 번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이삼평 공은 아리타 도자기의 시조일 뿐만 아니라 일본 요업계의 대 은인이다.

도산 시비
 도산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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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시비에는 1918년 니시마츠우라(西松浦) 군수가 지었다는 시 '도산'(陶山)에 대한 해설을 적어놓았다. 이삼평 비에서 내려다 본 아리타 마을의 아름다움과 당시 아리타 도자기의 명성을 노래했다고 한다. 도자기 안내문 옆으로 돌에 새겨진 '도산'이라는 시비가 있어 여기에 옮긴다. 오언절구의 한시이다.

눈 아래 집들이 즐비하게 보이고            眼底家如櫛
도자기 굽는 연기가 발아래서 올라온다.  窯煙起脚間
솔바람이 그것을 떨어뜨리듯이              松風自落事
이삼평 도조가 도산을 평정했다.            李祖鎭陶山

아리타 도자기의 과거와 현재

도산신사의 홍매화
 도산신사의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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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과 시비 옆으로는 도산신사를 관리하는 듯한 건물들이 보인다. 등롱이 있고 그 옆으로는 봄을 알리는 매화꽃이 피어 있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고 피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약간 산그늘이 져서 그런 것 같다. 하나는 백매화이고 다른 하나는 홍매화이다. 도자기 신을 모시는 신사와 잘 어울린다.

신사를 내려와 아리타 시내로 오면서 다시 철길을 건넌다. 마침 하우스텐보스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기차가 지나간다. 기차에 쓰여 있는 글자를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하우스 텐 보스가 아니라 후이스 텐 보쉬(Huis Ten Bosch)이다. 후이스는 하우스의 네덜란드식 표기이고, 텐은 관사 2격으로 '-의'에 해당한다. 그리고 보쉬는 숲을 뜻하는 부쉬의 네덜란드식 표현이다. 그렇다면 후이스 텐 보쉬는 '숲 속의 집'이라는 뜻이 된다.

후이스 텐 보쉬는 사세보에 있는 테마 리조트 공원으로 네덜란드 풍의 작은 도시이다. 과거 일본이 네덜란드와 교류한 인연으로 1992년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이 리조트가 생겨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세보는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군항으로 바다 쪽으로의 교통이 편리한 편이다. 그렇지만 일본 각지에서 도로나 철도를 이용해 하우스 텐 보쉬에 갈 경우 이곳 아리타를 지나게 되어 있다.

아리타의 현대도자기 전시관인 아리타칸
 아리타의 현대도자기 전시관인 아리타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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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을 지나 우리가 차를 내렸던 시내 중심부로 다시 오니 아리타칸(有田館)이 눈에 들어온다. 아리타칸은 아리타 지방에서 생산되는 현대 도자기를 전시하는 전시관으로 유명하다. 다기, 도자기, 자기 인형 등 400여점의 자기 제품이 전시되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벌써 저녁 6시가 넘어 문이 닫혀 있다. 걸려 있는 현수막을 보니 자기로 만든 세계 최대의 시골인형을 이곳에 전시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고 보니 7단 장식으로 된 세계 최대의 도자기 인형을 볼 기회를 놓치고 만 셈이다. 여러 설명문을 보니 아리타칸은 아마 자기로 만든 시골 인형을 대표 상품으로 전시해 놓은 것 같다. 아리타(www.town.arita.saga.jp)에는 그 외에도 큐슈 도자문화관, 아리타 도자미술관 등이 있어 도자기로 만든 생활용품과 예술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아리타는 일본 최대의 도자기 산지로 150개의 도요(陶窯)와 250개의 도자기 상회가 운영되고 있다.

상점에 진열된 도자기
 상점에 진열된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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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있는 도자기 상점들을 보니 백자가 주류를 이루고 가끔 청자도 보인다. 백자는 하얀 바탕에 파란 문양을 그린 것으로 아주 깨끗하고 청초한 느낌을 준다. 문양의 종류도 다양한데 꽃이 주류이고 나비와 풀 등이 부차적으로 쓰이고 있다. 또 도자기 상품도 다양하다. 밥그릇, 물그릇, 술병 등 생활자기가 많은 편이고, 개나 닭 그리고 돼지 같은 동물 모양의 장식용 도자기도 있다. 그리고 연적이나 볼링핀 같은 재미있는 도자기도 보인다.

이곳 아리타에는 이삼평의 묘가 있고 또 이삼평의 동상이 있다. 이삼평의 묘는 시내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600m 가면 있다. 그 근처에는 유명한 덴구다니 요의 유적이 남아 있어 아리타 도자기의 과거 역사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시간이 없어 이들을 찾아갈 수가 없다. 지도를 보니 이삼평의 동상은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이즈미야마(泉山)에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17세기 아리타 도자기
 17세기 아리타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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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아리타 도자기
 18세기 아리타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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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도공들에 의해 전해진 도자기 기술이 꽃을 피운 곳은 사가현의 아리타 외에 가고시마현의 사쓰마(薩摩)이 있다. 좀 더 정확히는 나에시로가와(苗代川)이다. 우리에게 심수관요(沈壽官窯)로 알려진 도자기가 바로 사쓰마 지역 나에시로가와에서 생산되었던 것이다. 1598년 사쓰마 번으로 끌려온 박평의와 심당길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전통이 14대 심수관에 의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 

하라즈루에서 보낸 하룻밤

아리타에서 우리는 차를 타고 숙소가 있는 하라즈루(原鶴: www.harazuru.jp)로 향한다. 사실 하라즈루는 온천 휴양지일 뿐 그 외 볼거리는 없는 편이다. 하라즈루에 가려면 나가사키 자동차 도로를 타고 토수(鳥栖)까지 우리가 왔던 길을 되돌아 간 다음 오이타 자동차도로를 타고 계속 동쪽으로 가야 한다.

이미 밖이 어두워져 경치를 구경할 수는 없지만 가끔 나타나는 표지판을 통해 오고리(小郡)와 아사쿠라(朝倉)를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차는 하기(杷木)에서 고속도로를 나온 다음 치쿠고가와(筑後川)를 건너 하라즈루 그랜드 스카이 호텔로 들어간다. 10층쯤 되는 현대식 호텔로 일본적이기보다는 국제적이다.

하라즈루의 저녁 식사
 하라즈루의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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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니 시설 역시 국제화되어 있다. 호텔 가운데 중정(中庭) 있고 그 주변으로 복도와 객실을 배치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가 있는 서양식 방이다. 온천은 1층에 있으며 수온이 50도 정도 되는 단순천으로 유황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짐을 푼 다음 2층의 식당으로 내려가 보니 저녁이 준비되어 있다. 식당의 시스템도 역시 국제적이어서 중국식으로 음식을 둥근 테이블에 놓고 돌려가면서 먹을 만큼만 떠먹는 식이다.

우리가 오늘 먼 거리를 다니면서 많은 지역을 답사하다 보니 저녁이 늦은 편이다. 차려진 음식이 성찬은 아니지만 우리 회원들 맛있게 식사를 한다. 식사를 끝내고 회원들은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나도 역시 컴퓨터를 켜고는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 사진을 옮기고, 오늘 있었던 일 중 중요한 사항들을 기록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 우리가 후쿠오카 현과 사가 현을 누비고 다닌 셈이다. 내일은 이제 구마모토 현으로  넘어가야 한다.

하라즈루 풍경: 하룻밤 자고 나니 밤 사이에 눈이 왔다.
 하라즈루 풍경: 하룻밤 자고 나니 밤 사이에 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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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 #큐슈, #하우스 텐 보스, #아리타칸, #하라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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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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