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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승 "정치는 특권층 아닌 국민들의 것" 14일 오후 당산동 통합민주당사에서 만난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빌린 권력은 정치인의 사유물이 아니라"며 현 정치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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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승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14일 늦은 오후 회사를 나섰다. 택시를 잡아타고 당산동 민주당사로 가자고 했더니 5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가 대뜸 하는 말, "요즘 그 쪽 난리대요."

짐짓 모르는 척 하고 "왜 난리냐"고 물었더니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몰려와서 아우성치니까 그렇죠"라며 껄껄 웃는다. "근데 이러 저리 옮겨 다닌 사람들은 다 떨어졌대요. 이인제씨는 이번에 옮기면 다섯 번째라던가…." 기사는 다시 큰소리로 웃는다.

작은 택시 공간이지만, 한국 정치가 이렇게 기사와 손님 사이에 웃음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친 김에 한걸음 더 나가봤다. "공천은 어느 당이 더 잘한 것 같아요?"

"민주당은 확실하게 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나라당은 아무래도 대통령 의중이 많이 작용한 거 아닌가요?"라며 질문이 돌아온다. 일단 "그렇겠죠…"라고 대답해놓고 다음 말을 생각하는 사이에 그의 말이 이어진다. "형님 공천 주고 다른 사람 자르면 그게 되겠어요?" 역시 한국 택시기사의 정치 의식 수준은 놀라웠다.

어느덧 택시는 성산대교를 건너, 노들길을 따라 민주당사 근방까지 와있었다. 기사는 주행기의 지불 버튼을 누르면서 한마디를 보탠다. "근데 공천심사위원장들 나중에 맞아 죽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한나라당 공천 잘하고 있다, 그러나 거긴 '부잣집 잔치'"

박재승 위원장과 민주당사 8층 최고위원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수많은 현역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도 하고, 좌절을 맛보게도 하는 공천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바로 그 방이다. 그에게 바닥 민심을 가장 정확히 반영한다는 택시기사의 말부터 전했다.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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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면서 택시기사가 위원장 나중에 맞아 죽지 않겠냐고 걱정하던데.
"하하. 왜요? 왜 그런 걱정까지… 아무튼 관심 가져주는 것은 감사하다. 그런데 관심이 너무 크다 보니까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 '저승사자'란 별명이 붙었다. 마음에 드나?
"제 이름에 승자가 있기는 한데, 저는 '재승'이지 '저승'이 아니다. 좀 섬뜩한데. 제 역할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겠지만… 선의에서 나온 것이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의외로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초면의 기자가 던진 당돌한 질문을 세련되게 받아넘긴다. 보통의 정치감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까 기존 정치권 인사들을 저렇게 꼼짝 못하게 만들지.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날 한나라당은 ‘화약고’였던 영남지역의 공천결과를 발표했다. 현역의원 25명 탈락. 여의도가 발칵 뒤집어졌다. 사람들은 이것을 '박재승 효과'라고도 했다. 당사자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나라당 잘하고 있더라. 겉으로 보면 저희 통합민주당 공천이 한나라당보다 조금 약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처한 상황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대선참패를 맛봤고, 그래서 사기가 저하돼 있다. 대선 직후에 공천신청을 받았는데, 전국적으로 우리가 2대1 수준이고 한나라당은 5대1이 넘으니까. 저쪽은 부잣집 잔치고, 우리는 가난한 집 살림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민들께서 부자가 되려는 몸부림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 한나라당 공천이 민주당의 남은 공천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해석이 많은데.
"정치현실이니까 자연스럽게 견줄 수 있겠는데, 사실은 견준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 큰 변동 있겠나."

"손학규 대표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어서"

- 공천심사위원장을 어떻게 맡게 됐나.
"작년 대선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참여정부가 못했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 그렇게 보고 있고, 저도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렇게까지 매를 맞아야 하는 건가. 총선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견제 없는 권력이 나오게 되고, 견제 없는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고 오만하게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견제세력 주지 않으면, 결국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생각하는 시점에 제안이 왔다. 선뜻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잘할 수 있을까? 욕먹는 일이 뻔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잘할 수만 있다면 보람도 있고, 국민 마음을 살 수만 있다면 견제세력을 달라는 호소를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우물쭈물 며칠을 보내고 보니 거절하면 내가 우습게 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손학규 대표가 계속 권유하고… 그래서 맡게 됐다.

평소 우리 정치 보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느낀 게 있는데 이거 잘 해결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판사를 했는데, 이것도 욕먹는 직업이다. 양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는 욕을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욕먹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 상쇄한다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할 만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손학규 대표와는 원래 일면식도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손 대표와 짜고 치는 것 아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더니 그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냐"며 담담히 부인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미지의 '저승사자'를 불러들인 셈이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야당으로서 생존의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를 찾았을 것이다. '대쪽 법조인'으로 알려진 그에게 메스를 맡기고 수술대에 올랐다.

위원장 맡을 때부터 '비리전력자 공천배제' 생각... "억울한 사람도 있다"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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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이 지난 5일 '금고 이상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란 칼을 전격적으로 꺼내 들었을 때 민주당에서는 그야말로 '악' 소리가 났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라는 탄식과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는 "역사는 희생을 딛고 전전하는 것"이라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 위원장을 맡으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한 측면은 어떤 것이었나.
"바로 문제 되고 있는 것들이다. 여의도 정치를 본 국민들이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 사람 빠짐없이 사면권을 남발해왔다. 특히 선거 직전에 그랬다. 사법권 독립? 아무 소용없게 된다. 국민들이 보기에 어떤가, 수억, 수백억씩 심지어는 수천억 받은 사람도 다 사면됐다. 공직 들어가는 법적 요건 다 갖추게 됐다.

일반인들은 어떤가. 구멍가게에서 우유 하나 훔쳐 먹어도 전과 하나 있으면 청송감호소 가서 5년, 7년 있어야 되고, 공직은 턱도 없다.

정치인들은 희한한 문화까지 생겼다. 1, 2심에서는 무죄 주장하고 대법원 상고까지 해놨다가 사면 있을 것 같으면 상고를 취하해 버린다. 또 사면 직전에는 항고도 안 한다. 그래 놓고 지금에 와서는, '나는 무죄인데 사면이 있을 것 같아서 상고를 취하한 것이다. 나는 억울하다'라고 변소한다. 그게 변소인가.

이런 게 계속되면, 정치는 민심에서 이반되고 그래서 정치를 멀리하고, 우리와는 다른 특권층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문화를 조금이라도 고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했었다."

- 말을 듣고 보니 위원장 맡으면서부터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라는 기준을 생각한 것 같다.
"그렇다. 그 부분이 가장 큰 것이었다."

- 실제 실행해보니 저항이 예상한 정도였나, 더 거셌나.
"예상했던 상황이다. 그런 정도는 저항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그래서 11명이 배제됐는데, 그 중에 정말 억울한 사람이 있다고 보나.
"본인으로서는 억울한 점 있다고 본다. '나는 좀 다르지 않느냐'고 볼 수 있다고 인정한다. 미안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평소 형님, 형님 하는 분도 있는데 지금은 전화도 없네."

이 대목에서 박 위원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며 말이 잠시 끊겼다. 눈자위가 붉어졌다. 지금 국민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 서슬 퍼런 날을 거침없이 휘두르고 있지만, 그 이면의 인간적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국민에게 용서 비는 명분으로써 공천하고 있는 것"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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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치사에서 총선은 그때그때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이번 총선은 어떤 의미를 갖는 총선이 되길 바라나.
"노무현 대통령의 공과를 보면 그 양반이 어떻든 나중에 평가 받겠지만, 정치 풍토를 바꾸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 부정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놨다. 4년 전과 달리 선거 자체는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만 관리하면, 공정한 선거의 원년이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 야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서 이번 총선의 의미를 말한다면.
"국민들이 견제세력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꼭 통합민주당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헌법에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야당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굉장한 지원을 한다.

왜 그렇게 하는가. 민주주의를 하라는 것이고, 국민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야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못한 것은 사실이고, 열린우리당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를 때린 뒤에는 어루만지기도 해야 한다. 팽개치면 안 된다.

물론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먼저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이번에 한해서만 용서를 해달라고 국민들께 호소를 해야 한다. 그 용서를 위한 명분으로 공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안·신안 빼고 호남에 '전략공천' 안해... 요구 있었지만 거절했다"

현재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공천 진도가 느리다. 이어 그에게 남은 공천 과정의 쟁점과 구상을 들어봤다. 특히 '전략공천'을 어느 범위까지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박 위원장과 손학규, 박상천 두 공동대표 사이에 '전략공천'을 높고 미묘한 신경전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원칙과 기준은 무엇일까?

- 당 지도부와 '전략공천' 숫자에 대해 어떻게 정리돼 있나.
"두 대표님께서 합의해온 부분을 제가 일부 합의를 한, 해드린 부분이 있다. 그런데 숫자는 저한테 아주 무관심 영역이다. 몇 곳인지는 모르겠다."

- 박상천 대표는 호남의 5곳에 대해 전략공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남 쪽도 전략공천 대상에 포함되나.
"정치학 교과서에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 모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전략공천의 개념은 후보들이 성에 차지 않는 경우에 더 나은 후보가 있다면 그를 내보내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전략공천을 설사 당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권한을 행사하는 시기가 중요하다. 이미 절차가 다 진행돼서 치열하게 다퉈서 막바지 단계인데, 그런 상황에서 후보를 보내겠다면 어떻게 하나.

미리 전략지역을 정해서 비워놓고 신청을 받든지, 신청을 받았더라도 이렇게 무르익기 전에 정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공천신청 때 등록비 수백만원씩 내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한 마디 없다가 갑자기 여기는 전략 공천한다고 하면 이게 민주적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이것도 인권이다. 지금은 늦었지 않나 싶다."

- 지금 말씀대로 한다면 전략공천은 할 곳이 없다고 보는데.
"그렇게까지는 말씀을 못 드리겠다. 다만 이런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주가 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되겠나."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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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천 배제 11명이 전략공천 대상이 될 수 있느냐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데.
"며칠 간 그런 질문 계속 받는데, 이건 상식상 안 되는 것 아닌가. 자꾸 그런 말 하는 분들은 정말 문제다. 당규 14조 5호에 비리 전력자들은 후보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그 구체적 기준으로 '금고형 이상'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전력이든 어떻든 결국 심사대상으로 다시 올리라는 것 아닌가. 그러면 원점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 주장은 당의 기율을 해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계속 얘기하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생각한다. 저는 국민의 입장에서 그렇게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 손학규, 박상천 두 대표와 박 위원장이 합의해야만 '전략공천'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 두 대표가 합의해서 제게 합의를 요구하도록 돼 있다. '협의'라고 돼 있기에 당규 만들 때 협의는 독립성이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제가 요구하고 당이 수용해서 '합의'로 바꾼 것이다. 제가 미리 예측하고 한 것이다."

- 박 위원장이 합의해준 지역에 호남 쪽도 포함돼 있나.
"(김홍업 의원이 배제된) 전남 무안-신안을 빼고는 내가 해준 합의에는 없다. 거기는 전략의 고려를 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호남 다른 지역에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거절했다."

- 이후로는 어떤가.
"그건 모르겠다. 사정 변경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데 사정 변경이 없는 한은…."

- 합의를 안 해준 13곳은 왜 그런 것인가.
"판단의 시기도 중요하다. 시기를 잘 선택해야 부작용도 없고 당 이미지도 산다. 지도부는 그런 것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학입시 보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너는 갑자기 원서도 내지 말라고 하면 되겠나. 예고는 했어야 했다."

- 수도권 이런 데서 정말 공천할 사람이 경우에는 전략 공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럴 것이다. 지도부에서 그렇게 하지 않겠나. 그런데 그 경우에도 배제된 사람들을 거기에 넣으려 하면 안 된다."

"공심위, 앞으로도 독립기구로서 상설화할 필요 있다"

-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공심위에 환호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부인사들이 당의 공천권을 휘두르는 것이 당의 민주주의 원리에 맞느냐 이런 지적을 한다.
"왜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나나. 나는 전권 휘두른 것 별로 없다. 자신들이 만든 당규에 따라 일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한 것을 최고위가 심의해서 확정하고 있다. 그것도 '의결'로 돼 있던 것을 (제가) '심의'로 고쳐달라고 해서 당이 고친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 게 없다. 군주제 하에서처럼 사법권 독립을 우습게 보는 논리를 펴면 안 된다. 물론 공심위가 사법권과는 다른 것이지만 독립성 측면에서, 이것을 주고 보니 안됐다 이런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당을 해롭게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또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 내가 무슨 이해관계가 있나."

- 외부인사에 의한 공천권 행사가 앞으로도 바람직하다고 보나.
"이렇게 가도 당은 잘 운영될 것으로 본다. 괜찮은 방식이라고 본다. 저항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개혁은 가죽을 바꿔버린다는 것인데 얼마나 어려운가. 이런 게 좋은 문화가 된다면, 운영의 묘가 있고 관리만 잘하면, 당의 일부 기구로 상존시키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 국정실패 책임을 물어서 관련 인사들은 공천에서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생각이라 본다. 과거에 연좌제 폐해가 얼마나 문제 많았나.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 없다. 노무현 연좌제가 가능하겠나.

두 번째로 '친노 배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책임이 없나 자문해야 한다. 같은 당에 있었던 사람들이 대통령이 잘못할 때 가서 말 한 마디 못하고, 과연 책임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또 당을 통합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통합을 안 했어야지.

반성을 하지 말라 그런 뜻이 아니다. 배제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다양성이 민주주의의 생명이다."

- 앞으로 비례대표 공천이 관심이 될 텐데, 사람들이 많이 오나.
"제가 관심을 둘 겨를이 없었다. 계속 새벽까지 일했다. 어제부터 제대로 잠자고 있다. 두 대표가 거기에 신경을 쓰셔야 하는데, 어떠신지 모르겠다."

- 공심위원장으로서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면.
"특별한 것은 없다.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에 맞게 전문성, 도덕성 그리고 사회적으로 당의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는 분이 좋겠다고 본다.

"권력은 국민에게 위임 받아 잠시 쓰는 것일 뿐, 사유물 아니다"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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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공천심사를 하면서 수백 명의 기성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을 면접해왔다. 정치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드문 경험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정치란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저는 정치행위는 안 했지만, 정치를 조금 안다고 생각하고, 또 알아야 한다고 본다. 주권자인 국민이 왜 정치를 몰라야 하나. 국민들이 정치를 모르는 것이 미덕인 것 같은 묘한 문화가 생겼는데 이것은 군사독재의 산물이다. 박정희 때문에 생긴 문화다.

정치는 우리의 신체, 자유, 재산, 사회분위기, 어린이 가정교육 등 일상에 영향을 안 끼치는 데가 없다. 그렇게 중요한데 왜 국민들이 정치를 몰라야 한다.

대통령 무슨 발언 갖고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었는데 정말 웃기는 일이다. 대통령이 왜 의견 표명 못하나. 우리나라가 특이한 나라다. 이런 문화는 전부 독재의 유물이다.

제 생각에 정치는 결국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것이고, 정치인은 그 능력이 있다고 자임해서 나온 사람이다. 그래서 주권자들이 그들에게 필요한 권력을 준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 것이 아니다. 임기 끝나면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을 사유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서 문제가 생긴다.

권력 갖기 위해 조그만 틈이 있으면 룰 밖으로 뛰쳐나가가려고 한다. 의사당에서 욕설하고 별 짓 다한다.

권력을 창출한다고 하는데, 말 자체가 틀렸다. 권력은 국민에게 위임 받아 잠시 쓰는 것뿐이다. 권력도, 돈도, 공직도 다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자기한테 왔을 때만 자기 것이다. 임기 끝나면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태그:#박재승, #민주당, #공천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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