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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쉬는 토요일이라 시골 어머니 댁에 갔습니다. 동생 내외가 어머니를 모시고 있기에 자주 찾아갑니다. 8살 차이지만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나이 차이를 많이 느끼지 못합니다.

 

동생은 한우를 키우기 때문에 한미FTA와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대하여 반대합니다. 요즘 시골에는 방앗간이 없습니다. 거의가 집에 방아를 찧는 기계를 두고 벼를 조금씩 찧어 먹습니다. 방아를 찧다 보면 왕겨가 나옵니다.

 

왕겨를 소 밑에 깔아주면 소들이 좋아하고, 나중에는 거름이 됩니다. 왕겨를 베자루에 담았습니다. 50 베자루를 담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생이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도덕성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나."

"기준이 다르다고?"

"이번 각료 인사들을 바라. 그 정도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처음부터 임명하지 않았을끼다."

"이 대통령 자신이 도덕성 문제가 있었는데 자기 기준으로 생각했으니까 그렇지 않았겠니?"

"그래도 대통령쯤 되면 그러면 안 된다 아이가."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한우 농사를 짓고 있는 동생의 생각하는 도덕성 기준을 얼마나 알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민심은 참 무서운 것입니다. 조금씩 돌아서는 민심을 과연 청와대는 알고 있을까요?

 

"형님아 이번 곡물가 파동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나?"

"라면값 100원 올랐잖니?"

"사람들은 모른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쌀 빼면 5% 밖에 안 된다."

"그래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 없을 것 같은데."
"형님아 이것 아나. 곡물 생산량이 3% 줄면 곡물가는 30% 인상된다는 것. 생산량이 3% 줄면 곡물가도 3% 올라야 되는데 열 배가 오른다."

"아니 그 정도니?"

"형님, 세계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나라는 미국 빼고는 거의 없다. 중국도 이제 식량에서 수출을 갈수록 줄일 것이다. 중국이 농산물 수출을 중단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것 같노?"

"우리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 대부분이 중국산과 미국산 아니니. 그럼 거의 재앙?"

"미국과 FTA 체결하면서 우리나라 각료들과 경제인, 찬성하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다. 공산품 팔아서 식량 수입하면 된다. 쉽게 말해 반도체, 자동차 팔아가지고 쌀 사면 된다고 말이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 이번 곡물가격 상승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쌀은 자급자족한다지만 만약 2~3년 동안 냉해, 태풍, 홍수로 우리나라 전역에 쌀 생산량이 대폭 줄어 흉년이 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노. 내가 농사를 짓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동생은 단순히 쇠고기가 개방되는 것이 농민들이 한우와 돼지 농사를 짓지 못하기 때문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동생은 근본적인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형님 라면값 100원 오른 것 갖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섰다. 100원 갖고, 100원 요즘 아이들 껌값도 안 된다. 100원 올라 대통령, 언론이 나섰다. 그럼 진짜 곡물 가격 파동이 일어나면 라면값이 1만원은 시간 문제다. 라면은 안 먹어도 된다. 하지만 다른 곡물은 어떻게 되겠노. 정말 답답하다. 우리 식탁에 올라 올 식량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그래도 수입을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잖아?"

"순진한 생각하지 마라. 미국이 왜 쇠고기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아나. 쇠고기 팔아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 나라에서 충분히 팔아먹을 수 있다. 이유는 쇠고기 개방하면 식량 주권을 빼앗는 일이다. 미국이 호주하고 FTA 체결했다. 그런데 미국은 호주와 쇠고기는 협정을 맺지 않았다. 호주 쇠고기와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경쟁에서는 분명히 이기기 때문이다. 쇠고기를 개방해서 팔면 단기간에는 미국 농민들에게 이익이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나라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를 미국산으로 대체한다. 그리고 한우 농가가 거의 파국에 이르면 우리나라 쇠고기 주권을 완전히 빼앗는 것이다. 생각하면 무섭고, 끔찍하지 않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맞았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밀과 면화 농사를 지었는데 개방되면서 밀과 면화 농사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개방이 단순히 자국 농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곡물과 농산물 주권을 빼앗는 일인 것입니다. 

 

"형님아, 극단적으로 말해서 차 안 타고, 컴퓨터는 안 해도 살 수 있다. 문명이 조선시대로 돌아가도 사람은 살 수 있다. 하지만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도 단 한 가지 사람이 먹지 않으면 안 된다. 공산품을 팔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 망해도 먹거리가 있으면 다시 나라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공산품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먹거리가 없는 나라는 살아날 수 없다. 선진국 기준이 무엇인지 아나? 식량 자급률이다. 우리나라는 이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있지 않아서 농촌에 농사짓는 땅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나는 걱정할 것 없네!"

"형님은 당연하지. 우리나라 대통령과 각료들, 경제인들이 정말 모른다. 정말 모른다. 일본은 자국 농산물과 농민들을 보호하는 이유가 단 하나다. 식량 주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그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그렇습니다. 구석기 시대나, 요즘도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거리입니다. 먹거리가 사람의 생존 기준입니다. 곡물 가격이 상승이 라면값 100원 인상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식량 주권과 관계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식량 주권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 현재 상황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동생 생각입니다. 늦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식량 주권을 위해서 마음을 모으고, 함께 노력을 해야 합니다.


태그:#식량 위기, #한미FTA, #곡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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