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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편지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지하철 서점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에게 시선을 모아보겠습니다. 서점을 철거한다면 평균연령 58세, 62명의 아주머니들이 갈 곳이 없어지게 됩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하고, 노동시장유연성이 높아가는 때에 필연적인 시대의 흐름이라고, 더구나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은 경쟁력이 없다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이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곧 다가올 미래 사회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일입니다. 2020년 노인인구 비율이 15%가 되고 이는 마이너스 성장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2020이란 숫자는 오래 전 SF만화영화의 제목에 삽입되기도 한,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숫자이지만 겨우 약 10년 후에 그 충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숫자입니다.

 

젊은이들은 많은 세금을 내야하고, 대다수의 노인들은 가난에 허덕이는 시대입니다. 세 명 중에 능력 있는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방식보다, 그 한 사람이 덜 받고, 나머지 두 명에게 나눠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만 그 시대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단기적으로 볼 때 이득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 조직은 커다란 손실을 입고 맙니다. 극단적으로 조직에서 떨어져나간 이들이 단결하여 그 조직에 대항하여 일어섰을 때, 그 조직은 큰 위기에 처하고 맙니다.

 

조직의 관리자는 그 조직을 기계처럼 돌아가게 하고 싶어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독립적인 인격들이 심겨진 인간은 결코 기계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인간이고, 희망을 걸어야 할 것도 인간입니다. 노인이든 어린이든, 남자든 여자든,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필리핀인이든, 그 안에 내재된 에너지는 엄청납니다. 각 사람들이 품고 있는 각 씨앗들을 잘 피어나게 하는 사회가 발전하고 건강해집니다.

 

서울 메트로는 62명의 아주머니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대신에 그들에게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서울 메트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길이며, 모범적인 공기업 사례로 제시되는 길입니다. 구체적으로 그 방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3. 땅 아래의 작은 서점에서 만나는 책과 인생의 길잡이

 

서점의 아주머니들이 교육을 받아 찾아오는 시민들의 책과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것입니다. 책 판매원과 더불어 사회의 공공 서비스 제공을 겸하는 것입니다. 직원 수를 현재의 배로 늘려, 월~목 주4일 근무, 금~일 주 3일 교대 근무를 하고 일을 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독서와 교육을 합니다.

 

주 2권 정도를 최소 의무 독서량으로 정하고 일주일에 한 번 씩, 쉬는 날 모여서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함께 읽은 책으로 토론을 합니다. 적어도 한 주에 두 권씩이면 일 년이면 백 여 권이 되고 이는 대한민국 성인들의 평균독서량의 열 배에 달합니다. 충분히 책 길잡이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기간 교육이 이루어지면 매달 각자가 학생, 직장인, 주부 등 직업 직군별 추천도서목록, 우울증, 불안, 기쁨 등 감정별 추천도서목록을 직접 작성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기초적인 상담 교육을 이수합니다.

 

이러한 교육과 계발을 통해, 지하철 작은 서점이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이 결코 할 수 없었던, 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가도록 합니다. 지하철 서점을 생활에 지친 이들이 한 번의 웃음과 잠시의 평안을 얻는 곳으로 만들어갑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하철 서점은 사회의 정신적 피로와 찌꺼기를 걸러내는 신장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직원교육의 장에 평생교육사로서 소양이 있는, 사명감은 넘치나 갈 곳이 없는 박사학위 소지자들이나 책을 많이 섭렵하고 실력은 출중하나 배가 고픈 작가들이 강사 혹은 그룹의 리더로 들어가게 합니다. 이 직원교육을 통해 고학력자 실업 문제 해결에도 작게나마 도움을 주게 됩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데 있어서 노년층이 일할 곳을 확보하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현재 노년층이 담당하고 있는 일의 영역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허드렛일이 많이 주어지는데, 앞으로는 일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회적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다른 아랫세대의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일들로 그 영역을 넓혀가야 합니다.

 

공공 서비스가 가장 손쉽게 그 문을 열 수 있는 장입니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아주머니, 할머니, 아저씨, 할아버지들로부터 인생의 지혜를 얻고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된다면, 그리고 서점에서 일하는 분들이 자신들의 일에 큰 보람을 느껴 사람들에게 더욱 봉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세상은 한결 훈훈해지게 될 것입니다.

 

전체적인 사회적인 만족도 역시 함께 올라가게 됩니다. 서울 시민들이 새롭게 된 지하철 서점을 환영한다면, 현재 62개소에서 전체 135개소로 늘려 더 많은 노년층이 일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메트로가 모범적으로 이를 운영하였을 때, 여타의 공기업들도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비슷한 사례들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바로 이 때, 젊은 세대가 많은 세금을 내게 될 때, 자신들의 지지자와 조언자가 되어주는 노년층을 위해 세금이 쓰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조세 저항은 줄어들고, 위기의 고령화 사회는 안정을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현재 서점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일주일에 6일을 일하면서 한 달에 대략 40~50만 원을 번다고 합니다. 현 고용주인 한우리 서적은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몇 년 전에,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급여도 월급제에서 판매수당제로 바꿨다고 합니다. 최저 임금이 보장되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공기업인 서울 메트로는 지하철에 입주한 점포들이 정부에서 정한 최저 임금의 노동법을 지키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아니면 한우리 서적의 지하철 서점 사업을 서울메트로 부대사업팀이 인수하여 직영서점으로, 고용도 용역이 아닌 직접고용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일들을 시행하기 위해서 직영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일주일에 4일, 여덟 시간 근무, 최저 시급으로 계산을 하여 한 달에 50여 만 원을 월급으로 정합니다. 주말을 포함하여 3일을 일하는 팀 역시 조정을 통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월급제로 정합니다. 최저생계비를 간신히 넘는 임금 수준인 것을 고려한다면 교육과 독서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무상으로 제공 합니다.

 

당장 이들에게 투자할 재원이 부족하다면 광고를 늘리면 됩니다. 한 해 한 해 지하철의 광고량은 이미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어떤 광고는 아예 벽면 하나를 통으로 다 덮기도 하였습니다. 어마어마한 광고료였을 것입니다. 이왕 늘리신 것, 한 번 더 늘리셔서 공공의 일에 투자하십시오. 기왕이면 일러스트가 뛰어난 책들을 위주로 광고를 내시는 게 좋겠습니다. 지하철 미관도 살리고 도서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돈이 없다면 직원들의 평균연령을 생각하여 보건복지부의 도움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김상돈 사장님. 1년 뒤를 준비하시겠습니까? 10년 뒤를 준비하시겠습니까? 서울메트로가 내건 대로 지하철은 서울 시민의 문화공간입니다. 서울 메트로는 세금과 시민들이 지불한 표 값으로 운영됩니다. 엄연히 서울 메트로의 주인은 시민들입니다. 지하철이 모든 시민들의 것이라면,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서 한 번이라도 시민들의 뜻을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일이 뜻을 묻기 어렵다면, 적어도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시민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결정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에서 제시한 것들을 검토한 후에 타당성이 없다면 얼마든지 다른 제안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외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천 만 명의 서울 시민들이 있습니다. 부디 그 아이디어들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문화적 상상력의 공간을 죽이지 말아주십시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태그:#지하철 서점, #서울 메트로, #한우리 , #문화 공간 , #고령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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