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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분홍색 하트들이 사방에 가득하다. 이른바 사랑의 밸런타인 데이가 다가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이용하여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쩡우의 유치원에서도 반 친구들에게 나누어줄 ‘밸런타인’, 즉 카드나 작은 선물을 준비해달라는 공지가 왔다. 이 틈을 통해 온갖 상술이 판치는 것은 아쉽지만, 사랑의 표현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

 

쑥스럽기도 하고 닭살 돋기도 하지만, '사랑해!'는 듣는 이나 말하는 이 모두에게 기쁨을 준다. 특히 아이들은 언제나 엄마 아빠의 사랑 고백에 기뻐하고 뿌듯해 한다. 표현이 서툰 우리에게 도움이 될 ‘사랑해!’ 책들을 소개한다.

 

<엄마, 나를 사랑하나요? Mama, do you love me?>(1991)는 백 만부가 넘은 인기 베스트셀러로, 우리가 흔히 에스키모라고 부르는 이누이트족 모자의 대화를 담고 있다. 꼼꼼한 검증을 거친 수채그림과 책 끝에 덧붙인 생소한 단어들의 설명은 낯선 북극의 삶을 잘 소개하고 있다. 2005년에는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을 배경으로 하는 <아빠, 나를 사랑하나요? Papa, do you love me?>도 출판되었다.

 

작은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엄마는 나를 사랑하나요?”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은 제법 체계적이다. 아이는 사랑의 깊이('How much?'), 사랑의 기간('How long?')을 물어본다. 엄마는 보석을 좋아하는 까마귀나, 물뿜기를 좋아하는 고래같은 동물들의 본능에 비교하며 그보다 많이 사랑한다고 대답한다. 고래뼈로 만든 우미악 Umiak이라는 보트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북극의 삶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비유하며 영원히 사랑한다고 대답한다.

 

이제 아이는 사랑의 한계를 확인하려 한다. 먼저 갖가지 말썽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일상의 경우에 대해 질문한다. 타미간 Ptarmigan이라는 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알을 낳는데, 이것은 이누이트족에게 귀중한 식량이다. 그 알을 실수로 깨버린다면? 엄마의 방한복에 연어와 레밍 같은 동물을 집어넣는 장난을 친다면?

 

 

“그럼, 화가 나겠지. 그래도 널 사랑할 거란다. Then, I would be angry. But still, I would love you”라는 대답은 이 책을 읽는 엄마로서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라고 하지만,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그냥 사랑한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아이는 가상의 경우를 제시한다. 엄마에게서 달아난다면? 늑대들과 동굴에 산다면? 사향소로, 바다코끼리로, 아니면 사나운 북극곰으로 변해 버린다면? 엄마는 놀라고 무섭겠지만, 그 안의 있는 아이를 여전히 사랑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엄마는 언제나, 영원히 너를 사랑할 거란다. 왜냐하면, 너는 엄마의 소중한 아가니까."

"I will love you, forever and for always, because you are my Dear One."

 

엄마와 딸이 소곤소곤 속삭이는 듯한 이 그림책을 우리집 아들도 좋아한다. 한 번 읽어주면, "또 읽어줘요!" 하고, 이 책을 꼭 끌어안으면서, "난 이 책이 좋아요" 한다. 북극이라는 낯선 풍광, 여러 동물들의 등장, 그리고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쩡우가 더 좋아하는 책은 <꼬질꼬질 구린내 나도, 너를 사랑해! I love you, stinky face>(1997)이다. 여기에는 똥내나는 스컹크, 사나운 육식 공룡, 늪에 사는 괴물, 그리고 벌레 먹고 사는 외계인도 나오기 때문이다.

 

잠자리에 누운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엄마는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꼬마는 궁금하다. 만약 내가 엄청나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스컹크가 되어, 별명이 똥내나는 방구쟁이여도, 엄마는 나를 사랑할까?

 

그래도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 스컹크가 된 아이를 좋은 향기나는 비누로 여러 번 씻겨줄 것이다. 여전히 악취가 진동한다고 해도, 엄마는 꼬질꼬질 구린내나는 스컹크를 더욱 꼬옥 안아주면서 속삭일 것이다. "똥내나는 방구쟁이야, 사랑해"라고. 꼬마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뭉친 난감한 상황들을 계속 제시한다.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악어가 되어 엄마 머리를 물어뜯으려 하면?', '무서운 육식 공룡이라서 뾰족한 발톱으로 매일밤 이불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면?',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늪괴물이라서 늪에서 절대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면?', '화성에서 온 초록색 외계인이라서 밥대신 벌레를 먹고 산다면?', '외눈박이 괴물이라서 큰 눈이 얼굴 한가운데에 있다면?'

 

 

엄마는 노련하고 침착하게 상상 속의 골치거리들에게 필요한 것을 골고루 챙겨주며 사랑을 표현한다. 꼬마와 똑같은 잠옷을 입고 있는 괴물들은 엄마의 품에서 행복해진다. 재기발랄한 질문과 위트 넘치는 엄마의 답변들을 구체적이고 유머러스한 그림과 함께 읽는 재미를 준다. 

 

사납고 무섭고 못 생기고 고약한 것들은 남자아이들이 언제나 재미있어 하는 것이다. 엄마들은 그런 악취미도 모두 사랑한다. 꼬마가 "엄마 사랑해요"라고 마무리하는 것처럼, 우리 쩡우도 책을 따라 읽으며 엄마 귀에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엄마가 똥내나는 방구쟁이어도 사랑해요."

 

마지막으로 '사랑해' 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달아나는 아기토끼 the Runaway Bunny>(1942)를 소개한다. 저자는 <잘 자요 달님 Goodnight Moon>으로 유명한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 Margaret Wise Brown이다.
 
아기토끼는 개울의 물고기로, 정원의 꽃으로, 또는 하늘의 새 등이 되어 달아나겠다고 말한다. 엄마토끼는 어부로, 정원사로, 또는 새들이 쉴 수 있는 나무가 되어 아이를 쫓아가며 보호하겠다고 답한다.
 
아기와 엄마의 대화 장면은 얼핏 엉성해 보이기도 한 얇은 펜 그림의 흑백이다. 그러나 다음 장을 넘기면 화사한 원색이 장면을 가득 채우며 엄마가 아기를 지키는 모습을 따뜻하게 표현해 준다.

 

사실, 이 책에는 ‘사랑한다 I love you’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여느 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쁜 dear’, ‘사랑스러운 sweet’, ‘소중한 darling’ 등의 애칭도 쓰지 않는다. 첫 번째 장면에서 ‘귀여운 little’이란 표현이 딱 한 번 등장한다.

 

 

“If you run away,” said his mother, “I will run after you. For you are my little bunny.”

“만약 네가 달아난다면,” 엄마는 말했다. “너를 쫓아 갈 거란다. 왜냐하면 너는 나의 귀여운 아기토끼니까.”

 

마지막에 아기토끼가 그냥 ‘엄마의 귀여운 아기토끼 your little bunny’가 되기로 하자, 엄마는 “당근 먹으렴 Have a carrot” 할 뿐이다. 조금은 엄격하고 구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절제된 표현은 자녀를 향한 부모사랑이 늘 절대적이며 확고부동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밸런타인 데이 상술에 놀아나지도 말고, 밸런타인 데이의 상업성에 분노하지도 말고, 기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자. 특히 당연히 사랑하고 있어서, 사랑한다 말하지 않은 사람에게 소리내어 말하자. 아이에게, 부모에게, 친구에게, 혹은 연애시절 모습이 가물가물한 자신의 배우자에게.

덧붙이는 글 | Mama, Do you love me? / by Barbara M. Joosse / Chronicle Books / 1991

I love you, stinky face / by Lisa McCourt / Scholastic / 1997

The Runaway Bunny / by Margaret Wise Brown / HarperFestival / 1942


Mama, Do You Love Me? - 비디오테이프 1개 - 영어원음 + 영어자막, 영어원음 + 무자막

애플리스외국어 편집부 엮음, 스크린에듀케이션(애플리스외국어)(2003)


태그:#부모사랑, #사랑, #밸런타인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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