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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골짜기에 자리 잡은 지형 때문에 소래울, 안골로도 불리는 마을이 내 고향 내곡동(內谷洞)이다. 1983년에 청원군 강서면에서 청주시로 편입되었으니 시내가 된 지는 오래되었다. 그래도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덕에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고향에 가면 어린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가 많았다.

하지만 고향의 삼분의 이 이상이 청주시에서 추진하는 공단부지로 책정되어 있다. 고향을 떠나야 할 사람들이나 남아야 할 사람들이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얘깃거리가 앞으로 닥쳐올 현실과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명절분위기마저 가라앉아 쓸쓸하다.

풍물놀이패들이 대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 풍물놀이 1 풍물놀이패들이 대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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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신에게 수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게 해달라고 빌고 있다
▲ 풍물놀이 2 우물신에게 수도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게 해달라고 빌고 있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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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에 만나서 술 한잔하던 친구들이 풍물놀이를 하며 가라앉은 마을 분위기를 바꿔보자는데 의기투합했다. 예전에는 집안의 곳곳에 신령이 살고 있으면서 집안 식구들의 무사안위와 복을 맡고 있다는 가택신앙을 믿었다. 풍물놀이를 하며 들리는 집의 터주신, 조왕신, 우물신에게 그 집안 식구들의 안녕을 비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음식이 나오면 풍물소리도 신이난다
▲ 풍물놀이 3 음식이 나오면 풍물소리도 신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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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새끼줄에 돈을 꽂아주며 흥을 돋아준다
▲ 풍물놀이 4 집주인이 새끼줄에 돈을 꽂아주며 흥을 돋아준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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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음식과 돈다발에서 고향의 푸근한 인심을 느낀다
▲ 풍물놀이 5 푸짐한 음식과 돈다발에서 고향의 푸근한 인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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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집마다 푸짐한 술상을 대령한다. 새끼줄에 돈을 꽂아주며 풍물패의 흥을 돋궈주는 것도 고향사람들의 푸근한 인심이다. 더덩실 어깨춤을 추며 풍물패의 놀이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이날 새끼줄에 꽂혀있던 돈은 한 푼도 빠짐없이 마을대표에게 인계되었다.

고향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마저 정부에서 하는 일을 어떻게 말릴 것이냐며 덤덤하게 받아들일 만큼 순진한 사람들이 현재 내 고향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늘 손해 보는 일이 많지만 집단행동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순진한 사람들이 손해 보지 않는 정책을 펼쳐 고향을 떠나는 날까지 마음 편하게 살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술상과 돈도 받았으니 더덩실 어깨춤을 추며 놀이를 즐긴다
▲ 풍물놀이 6 술상과 돈도 받았으니 더덩실 어깨춤을 추며 놀이를 즐긴다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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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풍물놀이, #내곡리, #소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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