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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촌마을의 예스러운 정취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돌담길.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다.(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향촌마을의 예스러운 정취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돌담길.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다.(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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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아! 놀∼자. 재성아! 놀∼자."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다. 그들 집 앞 골목에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같이 놀기를 권했던 시간이다. 그때 골목길은 친구를 불러내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하고 돌아 나오던 추억의 공간이었다.

그 담장은 돌과 흙을 번갈아 쌓은 토석담이었다. 아래는 비교적 큰 화강석을, 중단 이후로는 어른 주먹만한 정도의 돌을 쌓아 올렸다. 담 위에는 기와로 지붕을 만들었다. 야트막한 돌담 위로는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담장 위에는 또 호박 덩굴이 늘어져 있었다. 돌담으로 이어진 마을도 푸근해 정겨웠다.

정말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근대화 사업으로 초가지붕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면서 우리 곁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고향집 돌담길이 새삼 그리워진다.

그 옛날 돌담으로 쌓은 골목길은 친구를 불러내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하고 돌아 나오던 추억의 공간이었다.(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그 옛날 돌담으로 쌓은 골목길은 친구를 불러내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하고 돌아 나오던 추억의 공간이었다.(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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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이다. 남도에는 향촌 마을의 아름다움과 예스러운 정취를 고이 간직한 돌담길이 아직도 심심찮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엔간한 돌담도 아니다. 격이 다르다.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로 등록해 놓은 담장들이다. 이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돌담에 밴 향토적 서정까지도 함께 보존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사의 가교를 잇는 근·현대 시기에 형성된 건조물이나 기념될만한 시설물 가운데 보존가치가 크다고 해서 문화재로 지정·관리하고 있는 '돌담 문화재'는 전라남도에만도 7곳에 이른다.

강진군 병영면 병영마을,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영암군 군서면 죽정마을과 섬지역인 신안군 흑산도 사리마을, 신안군 비금도 내촌마을, 완도군 청산도 상서마을, 여수시 화정면 사도·추도마을 돌담이 그것으로 남도를 더욱 남도답게 해주고 있다.

강진 병영마을 돌담은 빗살무늬 형식이다. 지그재그로 15도 정도씩 눕혀 촘촘하게 쌓고 그다음 층에 엇갈려 쌓은 것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형식은 네덜란드 사람 하멜(?∼1692)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제주에서 표류하다 선원 33명과 함께 이곳으로 압송된 하멜은 1656년부터 7년 동안 이곳에 머물렀는데, 마을 담장도 이때 쌓인 것이란다.

옛 돌담 위에는 기와로 지붕을 만들었다. 야트막한 돌담 위로는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담장 위에는 또 호박덩굴이 늘어져 있었다.(전남 강진군 병영면 병영마을)
 옛 돌담 위에는 기와로 지붕을 만들었다. 야트막한 돌담 위로는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담장 위에는 또 호박덩굴이 늘어져 있었다.(전남 강진군 병영면 병영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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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S자형으로 굽어진 마을길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자연스럽게 S자형으로 굽어진 마을길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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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삼지천마을은 비교적 모나지 않은 화강석 계통의 둥근 돌을 사용한 전형적인 토석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돌과 흙을 번갈아 쌓아 줄눈이 생긴 담장과 막쌓기 형식의 담장이 섞여 있다.

대체로 담 아래에는 큰 돌, 위로 갈수록 작은 돌과 중간 정도의 돌이 사용된 전형적인 돌담이다. S자형으로 자연스럽게 굽어진 마을 안길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러 채의 전통한옥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전통마을로서의 가치도 더하고 있다.

영암 죽정마을 돌담은 흙 채움이 없이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다. 산기슭과 하천의 자연석을 이용해 쌓은 것이 특징. 높은 곳은 2m 정도에 이르나 대부분 1.5m 안팎이다.

가옥, 헛간채 등의 벽체도 돌로 쌓아 돌담과 가옥이 일체화돼 있다. 이는 돌의 쓰임이 단지 돌담뿐 아니라 건물의 벽체와 연계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옥의 벽체와 하천 제방이 옛 돌담과 잘 어우러져 우리의 전통 마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옛 돌담은 건물의 벽체와 연계돼 사용되는 곳이 많았다. 가옥의 벽체와 어우러진 돌담이 우리의 전통 마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전남 영암군 군서면 죽정마을)
 옛 돌담은 건물의 벽체와 연계돼 사용되는 곳이 많았다. 가옥의 벽체와 어우러진 돌담이 우리의 전통 마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전남 영암군 군서면 죽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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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지방의 전형적인 돌담도 있다. 완도 상서마을 옛 담장은 섬지방의 전형적인 구조인 강담 구조를 보이고 있다. '강담'이란 돌로만 쌓은 형식으로 완도군을 포함한 신안, 진도 등 섬지방에서 불려지는 명칭이다.

마을 전체가 돌담으로 형성돼 있으며 돌담 옆의 우물, 화장실, 담장을 덮은 넝쿨식물, 작은 녹지 등이 해안 마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신안 내촌마을은 잘 보존된 마을 돌담과 뒤쪽 바위산 아래 넓게 형성된 들판이 서로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 마을 뒤 고개에는 돌로 축조한 우실(북풍으로 인한 액운을 막기 위한 섬 지역 특유의 시설)이 눈길을 끈다. 고개 너머에는 젊은 사람들에게 하트해변으로 유명한 하누넘 해수욕장 등 풍부한 관광 자원을 지니고 있다.

섬지역의 돌담길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섬지역 돌담은 북풍으로 인한 액운을 막기 위한 우실이 눈길을 끈다.(전남 신안군 비금면 내촌마을)
 섬지역의 돌담길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섬지역 돌담은 북풍으로 인한 액운을 막기 위한 우실이 눈길을 끈다.(전남 신안군 비금면 내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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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사리마을 옛 담장은 돌담 밑이 넓고 위가 좁은 형태로 안정감이 있다. 마치 작은 성처럼 견고한 느낌을 준다. 돌을 쌓으면서 작은 호박돌과 길고 평평한 돌을 교차시켜 쌓아올린 덕분이다. 바람이 많은 섬지방의 환경에 맞게 견고하고 높게 쌓여져 있다.

여수 사도·추도마을 옛 담장 역시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를 띤다. 그러나 돌의 크기와 형태가 일정치 않고 평평한 것부터 둥근 것까지 다양하다. 길이가 10㎝에서 큰 것은 30∼50㎝정도 된다. 큰 돌과 작은 돌이 서로 맞물려 있는 형태로, 그 두께가 대부분 50㎝ 안팎이다.

특히 아담한 마을이지만 돌담이 견고하고 주변 풍광과도 잘 어우러져 인상적인 마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 돌담은 섬지방의 생활사를 연구하는데 학술적 가치가 있고 경관 측면에서도 보존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돌담이 견고하고 주변 풍광과도 잘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인상적이다.(전남 여수시 화정면 추도마을)
 돌담이 견고하고 주변 풍광과도 잘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인상적이다.(전남 여수시 화정면 추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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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돌담으로 쌓은 골목길은 친구를 불러내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하고 돌아 나오던 추억의 공간이었다.(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옛날 돌담으로 쌓은 골목길은 친구를 불러내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하고 돌아 나오던 추억의 공간이었다.(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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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돈삼 기자는 전남도청에서 홍보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태그:#돌담, #돌담문화재,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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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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