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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신두리 해안사구 지역의 경우, 이번 사고로 인하여 거의 식물군락 인근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번 사고의 심각성에 대하여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사고 이틀째인 8일 저녁때가 다되도록 사태파악은커녕 이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녹색연합이 천연기념물과로 수차례 전화연락을 했으나 받는 사람이 없었으며(토요일), 담당 과장에게 직접 연락하여 신두리 사구 피해를 언급한 후에야 심각성을 이해하는 상황이었고 부랴부랴 직원들을 현장에 급파하였다.‘

지난해 12월 11일 녹색연합의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제2차 피해 실태 조사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7일 태안 국립공원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환경대재앙으로 일컬어지는 원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홍콩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를 들이받아 1만2547kl의 기름을 쏟아냈다. 어민들의 생존권 문제 뿐 아니라 환경오염에 따른 생태계 파괴도 심각해 최소 20년이 지나야 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응하는 문화재청의 태도는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미진한 실정이다.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관리하는 천연기념물은 총 323건, 총 4952필지다. 국보, 보물, 사적 등 유형별로 구분해보면 천연기념물의 지정구역은 9079억915만3000㎡로 면적당 제일 넓다. 문화재보호구역도 355억1643만2500㎡(1176필지)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보호,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안 기름유출사고의 범위는 이미 진도 등 서남해안권까지 확산되어 있어 천연기념물에 대한 피해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름유추사고 피해 서남해안권까지 확산... 천연기념물 피해 우려

문화재청에 확인한 결과, 문화재 보호, 관리의 최후 보루라고 칭해지는 문화재위원회(천연기념물분과)는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회의도 열지 않았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특별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한 관계자는 “사고 발생 다음날 서울대 이창복 교수를 대동하고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해안사구 피해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는 등 현재까지 3차례 이상 태안을 방문했다” 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회의 단 한차례 동행했던 서울대 이창복 교수가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위원이자 관련 분야 전문가라며 “급하게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개최 필요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현장방문 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름막 설치, 북서풍 계절에 따른 기름이 모래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래 차단막 설치 등의 대응도 했다는 설명이다.

태안 소재 천연기념물 제334호 난도괭이갈맹이번식지에 대한 피해조사는 진행한 것일까. 그는 “기름유출에 따른 피해는 천리포와 만리포 근해에만 발생했다”며 “피해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난도는 중국쪽 30km가량 떨어져 있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기름유출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상주하면서 기름제거 자원봉사, 피해 동식물 실태조사 및 구조활동 등을 벌였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

그에게 기름유출 피해가 서남해안권까지 확산된 점을 감안해 신안군 소재 천연기념물에 대한 피해조사가 진행되었는지를 질의하였으나,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남 신안군 문화진흥과 한 관계자도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에 대한 피해조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안군 소재 천연기념물은 홍도, 흑산도, 가거도 등에 천연기념물이 위치해 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피해조사 한 적 없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기름유출에 따른 전반적인 천연기념물에 대한 피해조사는 실시할 계획에 있는 것일까. 현재까지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두리 해안사구에 대한 사고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충남 태안군 문화관광과 한 관계자는 “올해 신두리 해안사구 모니터링에 대한 사업비가 없어 작년 11월경 해안사구 주변정비 사업비로 책정된 예산을 사업내용을 변경해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신두리 해안사구 모니터링 예산도 문화재청 예산이 아니라 지자체 예산이라는 것이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취할 방법은 다 취했다. 현재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실명을 밝히지 말라고 요구한 문화재위원회 한 문화재위원은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의 대응은 사실상 면피용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는 기름유출사고에 대해서도 관심이 거의 없다. 당연히 천연기념물에 대한 조사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도 사실상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홍준 청장은 천연기념물에 대해 관심이 적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해경의 조사에서 삼성중공업의 과실이 확인되고 있어 피해보상에 대한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에서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 훼손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음에도 피해보상 등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

 태안, 신안지역 천연기념물 현황
우선 태안 지역을 중심으로 천연기념물의 분포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천연기념물 제334호 난도괭이갈매기번식지(충남 태안군 태안군 소재)와 천연기념물 제431호 태안신두리해안사구가 있다.

유조선에서 유출된 타르가 남해안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천연기념물 제341호 구굴도해조류(뿔쇠오리, 바다제비, 슴새) 번식지), 천연기념물 제170호 홍도천연보호구역, 천연기념물 제332호 칠발도해조류(바다제비, 슴새, 칼새) 번식지(이하 전남 신안군 소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천연기념물 제326호 검은머리물떼새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 검은머리물떼새는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희귀종이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검은머리물떼새는 전세계적으로 한정된 지역에서 번식하며, 매우 적은 수의 집단이 캄차카 동해안, 오호츠크해 북단 펜지만과 중앙 아무르 분지, 중국 하북성 및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 서해의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서 적은 수가 번식하기도 하지만, 주로 겨울철새로 여름에 러시아와 중국에서 살던 무리가 우리나라로 와서 겨울을 난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생명은 힘이 세다(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 기름유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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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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