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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민들레 전경 스케치
 공간민들레 전경 스케치
ⓒ 공간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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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탐방팀'은 홍대 주택가에 위치한 '민들레 사랑방'을 찾았다. '공간 민들레'라는 작은 문패를 보지 못했다면 가정집으로 오해할 여지가 다분한 3층 주택은 담이 없고 매우 정갈한 모습이다.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거실이 나오고, 소파와 테이블이 오밀조밀 놓여 있는 익숙한 풍경. 또 알록달록 천들을 붙여 만든 퀼트벽걸이와 크리스마스트리 인형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공간 전체에 정겨운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거실 옆으로는 주방과 작은 정원이, 맞은편에는 위층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있어 내부 구조도 영락없는 가정집이다.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공간 그래서 따뜻한 공간. 공간 민들레의 첫 인상은 그러했다.

공간 민들레는 민들레 사랑방이 '민들레 출판사'에서 독립한 지 6년이 되는 지난 여름, 출판사와 함께 마련한 공간으로 현재 매주 40~50명의 청소년과 어른들이 드나들고 있다. 청소년들의 아지트인 사랑방과 다양한 어른들이 드나드는 출판사의 만남은 기존 청소년 아지트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들이 모여 공부하고, 돌볼 수 있는 독특한 대안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민들레 사랑방이 문을 열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 발단은 이렇다. 1999년 탈학교 한 청소년들이 대안교육 잡지를 발간하는 민들레 출판사를 찾아왔다. 그 때 모인 아이들이 '탈학교 모임'을 결성, 매달 2회의 정기모임과 탈학교 학생들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탈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 <자퇴일기>를 발간했다.

이 소식이 각종 언론을 통해 퍼졌고 민들레 출판사로 더 많은 청소년이 모여들었다. 대개 청소년모임이 대안학교, 대안교육기관들이 교사, 학부모의 발족으로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사랑방은 이렇게 청소년들이 모여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출판사와 함께 만들어낸 공간이다. 2001부터는 공간을 독립해 민들레 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공간을 마련,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대안교육 기관과 연결하여 학생들의 자기 길 찾기, 작은 사회 운동들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

학교 구조 또한 독특해 한 마디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입학, 졸업, 학년 등 기존 대안학교에서 갖추고 있는 제도가 없고 준 학교 프로젝트에서부터 동아리까지 수업과 참여 방식, 제도들이 가지각색이다.

대안학교 중, 소외 계층을 위한 학교가 아닌 경우 경제적인 문턱이 높고 또 홈스쿨링은 교사와 동료가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민들레 사랑방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보완했다. 도시의 보통 가정에서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자유롭고 다양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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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랑방에서는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의 중간 형태로써 '안채 과정'이, 누구나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는 강좌로 '사랑채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안채 과정은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목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 준 학교다. 화요일에는 글쓰기·인문학 수업을 하고, 목요일에는 '뿌리와 홀씨'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월목학교'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학기 동안 진행되는 작은 학교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뿌리와 홀씨'에서는 공간 디자인, 청소년 잡지 만들기, 애니메이션 제작 등 복합적인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기 관심사를 구체화 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말했던 안채 프로젝트를 제외한 프로젝트와 소모임을 모두 사랑채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나이제한이 없어 학생들과 어른들이 함께 참여하며 목공 모임, 치유적 글쓰기·그림그리기 모임, 영화 모임, 문화 이야기 모임, 영어 커뮤니티 모임 등을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모임을 개설하고, 강사를 맡는 것도 학생들, 민들레를 드나드는 어른들이 될 수 있다.

위에 나온 안채 과정과 사랑채 과정, 프로젝트와 소모임 등이 모두 학생의 선택이다 보니 누구는 매일 꼬박꼬박 나오지만 또 누구는 1주일에 한 번 나오고 또 어떤 친구는 한 학기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신청한 프로젝트를 열심히 수행한다면 사랑방에서는 이런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렇게 독특한 공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학생들은 사랑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이아무개군은 사랑방을 노인정이라고 소개한다. 특별한 일 없이도 찾아 올 수 있는 공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학생들은 또래를 만나는 곳,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곳 등으로 사랑방을 표현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성인이 되었음에도 종종 민들레 사랑방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고 밥상을 나누는 사람, 외부에 나가 일을 하면서도 주기적으로 들러 소모임에 참여하는 사람 등 사랑방을 드나드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사랑방의 독특한 커뮤니티를 보며 나는 가족을 떠올렸다. 다양한 세대가 모여 서로를 챙기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이, 언제든 찾아 갈 수 있는 공간이, 같은 미래는 아니지만 함께 미래를 그린다는 것이 내게 '가족'의 개념으로 이해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딱히 가족이라고 명명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공간 민들레에서 하고 있는 일이 가족의 범위를 넘어서 작업 동료, 멘토의 역할까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진행하는 크고 작은 모임만 30여개. 민들레 식구들이 이렇듯 많은 모임을 꾸리고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대안을 꿈꾸며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는 그들이 새로운 마을을 일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 나는 그들의 커뮤니티를, 사랑방을 대신 할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태그:#민들레사랑방, #공간 민들레, #하자작업장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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