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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마을 만들기> 첫 기사에서 밝힌 바 있듯 '하자작업장학교' 글쓰기 팀은 전국 대안학교 몇 곳을 방문, 학생들과 만나 '대안학교 학생들의 진로 고민', '대안학교의 구조와 활동'에 대해 토론하고 그 때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재 기사를 작성한다. 대안학교의 활동을 평가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다. 대안학교 탐방팀은 11월 30일, 오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이우고등학교를 찾았다. 이우학교는 2002년 설립한 특성화 고등학교로 현재 12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편집자말]
우리 청소년 세대에게 '니트 족' '코쿤 족'이라는 이름이 붙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 족', 외부 생활로부터 도피하는 '나홀로 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언론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입시위주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낳은 위기라고 말하고 그 대안으로, 많은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율적·주체적·독립적·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교과서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수업, 함께 만드는 수업 등을 통해 '회색 인간'이 아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학습을 결정할 수 있는 아이들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공간으로는 크게 학생회가 있다.

학생들이 자기 학습,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기구로, 하자작업장학교에는 '자치위원회'가, 간디학교에는 '학생총회'가 있고 이우에는 '학생회'가 있는 등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학생회가 운영 중이다. 이번에는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우학교의 학생회를 찾아가 학생회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금강산(하자작업장학교 주니어과정 수료, 2007년 봄 학기 자치위원회장)

"제도권학교에서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교육의 주체 중 하나로서 함께 학교를 꾸려나가는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겠다. 각 학교 학생회를 들여다보며 차이를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고, 편하게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가려 한다. 이우학교는 학생회가 굉장히 크다고 들었다. 구조도 복잡하던데 조금 설명을 하자면?"

장대환(이우학교 고등과정 3학년, 2007년 학생회장) "학생회에는 학년 학생회가 있고 그 안에 총 학생회가 있다. 학년 학생회는 각 반의 대표가 참석하는 것으로 약 28명 정도의 인원이 활동 중이고, 총 학생회의 구성은 회장, 부회장, 임원, 각 부장으로 구성, 15명의 임원이 있다. 부서로는 환경부, 생활부, 총무부, 사법부, 문화부, 학습부가 있고 각 부서당 한두 명의 부장이 있다. 부서에 참여하려면 학생회에서만 뽑는다."

금강산 "와, 정말 많다. 학생회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이 43명이나 되다니. 학교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친구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장대환 "사실 그렇지도 않다. 학년 학생회 같은 경우 한 반당 두 명의 임원을 뽑으니 그렇게 많은 인원이 된 것이고, 실상 학생회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총학생회 정도다. 부장들이 담당 부서의 일을 기획해오면 학생회에서 원하는 친구들이 모여 함께 일을 벌이는 구조다."

학교에도 '당' 있다! 그 이름은 '마주치당'

장대환 학생.
 장대환 학생.
ⓒ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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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이우학교는 선거하는 과정이 남달리 재미있다고 들었다. 출마하기 전에 먼저 당을 만들고 그 당내에서 학교에 관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의제, 정책을 만든다고 말이다."

장대환 "그렇다. 내가 선거에 출마했을 때 우리 당 이름이 '마주치당'이었다. 선거에 출마할 때는 학생회장을 필두로 원하는 친구들이 모여 당을 기획하고 학교의 사안,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그리고 정책을 만든다. 그때 나온 정책을 가지고 선거에 출마하여 공략을 편다. 선거 운동을 당원이 모두 함께 하는 셈이다. 하지만 당원이라고 해서 모두 학생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발을 통해 뽑힌 사람만이 학생회에 들어올 수 있다."

금강산 "선발? 그 선발은 누가 하나?"

장대환 "학생회를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은 자원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생회장이 지명, 선출한다. 학생회의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학생회장과 마음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그런 이유로 학생회장에게 그 위임을 넘긴다."

금강산 "독특하다. 학생회장이 지명하는 것. 사실 다른 대안학교에서도 학생회장을 주축으로 아이들이 모여들거나, 학생회장이 마음이 맞는 친구들에게 학생회에 들어올 것을 권유하고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추천, 선거 등을 통해 학생회를 뽑는다.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적은 편이고 자치활동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많이 생긴 것이 얼마 되지 않은 터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모두 다 '자치위원회'에 들어올 수 있다. 학생회장이 지명하는 경우라면 당 활동을 함께 한 사람들이 같이 학생회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겠다."

장대환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려움이 있었다. 당 활동만 참가하고 선거에는 참가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당에서 학생회를 하게 된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아무래도 당을 함께 하며 토론하고 함께 의지를 냈던 친구들이 빠지니 학생회를 시작할 때 당에서 논의된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어 합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소중(이우학교 고등과정 3학년, 2007년 학생회 임원) "아무래도 고 3이 다가오면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 같다. 게다가 학생회는 일이 많기 때문에 활동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친구들이 있다. 얼마 전 선거를 치르고 내년 학생회를 조직하는 후배들은 아예 당을 꾸린 사람들이 책임지고 통합하여 학생회를 가져가기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렇게 운영될 것이다."

이우학교에는 '학생 법정'도 있다

이소중 학생
 이소중 학생
ⓒ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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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학생회에서 결정한 사안이 학교 운영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 궁금하다. 또 함께 결정하는 자리가 있는지."

장대환 "학생들이 하는 것은 학생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초기 교사들의 생각이었다. 자치라는 이름이니만큼 학생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난, 음주, 흡연 등 학교에 꽤나 큰 문제들이 발생했고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이러지 말자고 학교 뒷산에 올라갔다 오는 등 학교 전체의 각성이 있었다.

이를 통해 이들 스스로 자생력을 발휘하여 나아지리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들이 나섰는데 곧 학생회 내부에서 '학생회 일에 교사들이 너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사법부가 생겼다. 학생들이 법정을 만들어서 우리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거였다."

금강산 "정말 법정처럼 판결을 내리나?"

장대환 "그렇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이런 게 있다고 해서 따왔다. 법조계에 관심 있는 선배를 주축으로 학생들이 문제가 일어났을 때 무작위로 뽑힌 배심원들과 판결을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실행에서는 법정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같은 학생인데 내가 왜 너에게 옳고 그름을 선고받고 처벌(봉사활동)을 받아야 하냐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사법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회의 자리에서 가끔 말다툼이 오가기도 했다. 이런 문제(흡연, 절도)는 학생회에서 맡기가 버거운 측면이 있었다. 술 먹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뭔가 이상하고 말을 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고 해결이 나지 않았다. 결국 교사회 내에서 학생생활협의회라는 상설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학생생활협의회는 기존 학교의 선도부를 이우학교 구조에 맞추어 만든 것이다. 교사회에서 이런 일들을 맡기로 합의를 하고 나니 학생회에서는 좀 더 학생들 간의 소통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금강산 "우리 학교에서는 그런 음주, 흡연, 폭력 등 학교에서 발생하는 큰 문제들은 공론화 시키고 학교 구성원 전체가 모여 토론을 벌인다. 하자뿐 아니라 어떤 대안학교들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공청회나 학생들의 토론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잘 진행되는 편인데, 이우에서는 어떤 이유로 힘들었는지 궁금하다."

장대환 "이우학교에서도 초반에는 학년 총회를 통해 해결했다. 그러나 문제가 뭔지는 알겠는데,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 이런 경우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판결을 내 보자고 만든 것이 사법부였고, 사법부에서 하기로 했던 것은 결국 학생생활협의회가 맡게 되었다. 학생생활협의회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학생회장은 참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학생들이 이야기를 풀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분명 있는 것 같다."

금강산 "우리 학교는 흡연, 음주를 금지하지 않고 있고 학교 구성원이 이우학교처럼 많지 않아 함께 모여 토론을 하기가 더 쉬웠을 것 같다. 게다가 전체회의에는 교사, 학부모 등이 참석해 방향잡기나 제안에 도움을 주신다. 학생들끼리의 토론이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학생회 운영, 이래서 어렵다!

금강산 "학생회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을 한 번 꼽아보면?"

장대환 "처음에 학생회를 조직하는 것이 힘들었다. 3월이 당장 개학인데 2월에도 학생회가 제대로 꾸려지지 않아 이 애, 저 애 만나면서 설득하러 다녀야 했다. 심지어 방학 때 반 친구들을 모두 모아 학생회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한 적도 있다. 2월 말 정도에 학생회를 꾸렸다. 내세운 정책을 수행하는 것과 학생회 내부를 운영하는 것,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것도 힘들었다."

금강산 "교사,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어려움은 없었나?"

장대환 "학생회는 워낙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도와줄 수는 있어도 외부적인 영향이 직접적으로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아쉬움을 굳이 꼽아 보라면, 학생회는 교사회에 비해 회의비를 비롯한 활동비를 확보하기 어렵다. 또, 교사대표자회의,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설령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게 잘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학생회에서 이러한 권리를 학생회에서 쟁취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상 그것이 매우 어렵다. 교사회에서 더욱 동료의식을 갖고 학생회를 바라본다면 그동안 있었던 교사회-학생회 간의 잡음이 어느 정도는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이우 학교 전경
 이우 학교 전경
ⓒ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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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학교 학생회는 비교적 크고 체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다. 제도적인 지원 아래 많은 친구들이 즐겁게 활동하고, 꾸준한 평가를 통해 학생회가 학교의 상황에 맞추어 학생회가 자리 잡은 모습은 여느 대안학교들에게 '학생회'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우의 학생회가 학교를 함께 움직이고 있는 중심 축 중 하나인 지, 또는 학생회가 중요한 학습으로 인정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스럽다.

대안교육은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규모도, 구조도 성장했다면 이제는 그 내실을 다듬어야 할 때다. 아직까지 대안학교에서는 학생회나 자치활동을 취미생활, 동아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공동체 의식과 자기 기획력을 갖출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겠다고 이야기하는 대안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참여 할 수 있는 장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 장은 부모와 교사의 지휘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운영 할 수 있는 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싶은 친구, 학생회 조직이 어려운 학교들은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다른 대안학교의 학생회를 눈 여겨 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회, 자치활동의 멋진 케이스가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태그:#대안학교, #학생회, #이우학교, #하자작업장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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