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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운 겨울, 당신의 마음까지 얼어붙을까봐 걱정스럽다면 뮤지컬 <컨페션>을 보러 가라고 권하고 싶다. 한 편의 순정만화 같은 이 공연은, 매서운 바람을 뚫고 극장에 들어선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주기 때문이다. <컨페션>이란 제목 그대로, 관객들은 무대 위 인물들의 감미로운 사랑고백을 엿들을 수 있다. 이뤄지는 고백도, 안타까운 고백도 있다. 하지만 알아둬라, 무대 위 그들은 모두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그러니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공연 중 노래처럼 “또다시 이 작은 떨림을” 느끼고 싶다면.

 

청각을 잃어가는 작곡가 주현, 태연에게서 옛 사랑을 발견하고…


구석의 피아노, 그 위에 걸린 여자의 눈 감은 사진, 중앙 카운터 밑에 적힌 음표, 날씨의 변화를 알려주는 창문, 그리고 폐쇄된 철도…. 이는 극장에 들어온 관객들이 보게 되는 춘천 ‘레일로드 카페’의 풍경들이며, 뮤지컬 <컨페션>을 이해하는 중요한 힌트들이다.

 

노래하는 종업원을 구한다는 전단을 보고 카페를 찾은 가수 지망생 태연은 유명 작곡가 주현과 만난다. 청력이상으로 음악을 포기하고 사랑했던 여인 혜미까지 잃은 주현은, 매일 노래연습을 하는 태연에게 호감을 느껴 음악을 가르쳐주기로 한다. 태연은 주현에게 조금씩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고, 주현은 태연에게서 옛 연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공연은 2막으로 나눠져 있으며, 위의 내용은 1막의 이야기다. 거칠게 말해서, 1막에는 주현을 향한 태연의 감정이 부각되고 혜미가 돌아오는 2막부터는 주현과 혜미의 사랑이 주목받는다.

 

처음 설명한 카페 속 여러 풍경들은 세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매끄럽게 만드는 데 주요한 구실을 한다. 공연은 또한 감초 역할을 하는 두 조연(카페 사장, 미정)을 등장시켜, 톡톡 튀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약속해요>를 포함한 감성적인 뮤지컬 넘버들은 강렬한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배우들의 진실한 연기도 돋보인다. 주현으로 분한 김우형과 태연 역의 윤공주는 공연 중 실제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컨페션>은 ‘똑 떨어지게 맞는 양복’같다. 흠을 잡을 데가 거의 없을 정도다. 여기서 우리는 ‘왕용범’이란 연출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러 카페에 들어온 꿈 많은 태연에게선, 예전에 그가 연출했던 <밑바닥에서>의 나타샤가 겹쳐진다.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전개과정에서는, 최근 호평을 받은 <락 뮤지컬 햄릿>의 회전무대가 떠오른다. 일반 대중들의 감성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는 그의 이름은, 뮤지컬을 즐겨보는 관객들에게 큰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공연문화잡지 <씬 플레이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뮤지컬, #컨페션, #김우형, #윤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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