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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을 살려내라, 회장 만나게 해달라"는 절규는 끝내 문을 열어내지 못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 사이에 몸싸움이 일었다. 한쪽에서 "들어가면 불법"이라고 외쳤고 반대편에선 "사람 죽이는 게 합법이냐"고 맞받았다.

 

13일 오전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본사 뒷편의 모습이다. 조호영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는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죽은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가 몸싸움 중에 넘어져 차가운 거리를 뒹굴었지만, 한국타이어 직원들은 본사 입구를 '사수'할 뿐이었다.

 

조 대표와 동행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한국타이어 문제해결을 위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러 온 것"이라며 들여보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직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이 악질 기업은 사람을 얼마나 더 죽일 것이냐"며 조 대표가 길바닥에 주저앉고, 급기야 119구급차까지 도착한 후에야 한국타이어 고위관계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서한만 전달받아 돌아갔고, 그 사이 조 대표는 울먹이며 한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산업재해는 기업 살인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이에 앞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한국타이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국타이어는 노동자 집단 산재 사망을 초래하고 대규모 산재를 은폐한 노동자 탄압 기업"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 연합', 민주노동당,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다산인권센터 등 21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 1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최근 대전지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3년 동안 공장과 연구소에서 발생한 183건의 산업재해를 은폐해왔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만 1394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산업재해는 기업 살인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한국타이어 공장은 무자비한 살인이 이뤄지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노동자 사망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한국타이어 노조(한국노총 소속)에 대해서도 "자본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대표는 "사측은 유족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한다"며 "사망사건에 대해 진실감추기에 급급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사인 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 ▲적절한 보상 등을 요구했다.

 

한국타이어, 노조 탄압도... 계열사 ASA노조 노숙농성 4일째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ASA노조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ASA노조 쪽은 "한국타이어가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지난 10일부터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성세경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직부장은 "공장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회사는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년간 임금동결도 모자라 상여금 400%를 삭감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명박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피켓이 눈에 띄었다. 피켓에는 '사위는 한국타이어 산재살해·ASA 노동탄압, 자식은 위장취업, 본인은 위장전입·BBK 주가조작'이라는 글귀도 보였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사위다. 오정숙 '다함께' 활동가는 "이 후보를 비롯한 그 친인척 모두 범죄자집단"이라며 "후보를 즉각 사퇴하라"고 외쳤다.


태그:#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돌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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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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