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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에 오후의 겨울햇살이 내리쬔다. 가로등에 매달린 여수엑스포 오색 깃발은 바람에 펄럭인다. 검푸른 바다에 파도가 일렁인다. 좀 전에 지나온 뭍에서는 바람 한 점 없더니 바다에 오니 바람이 일고 있다. 방파제를 걸어가는 여행객들은 옷깃을 여미고 목을 잔뜩 움츠린다.

 

갯바위 주변은 바람이 드세다. 파도가 부서지며 바닷물이 흩날린다. 해녀는 오전에 물질을 해 바다에서 건진 해삼을 다 팔았다며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떠날 채비를 한다. 부부가 갯바위에서 추위와 싸우며 낚시를 한다. 방파제 건너 바다는 물결이 잔잔하다. 서녘으로 기울어가는 빛바랜 햇살은 금빛을 쏟아내며 물살에 부서진다.

 

그래! 바다를 보자

 

어선은 물살을 가르며 오간다. 오동도 숲으로 이르는 계단으로 길을 잡았다. 길에는 커다란 노송이 우뚝 버티고 서 있다. 바람맞이 언덕의 노란 털머위 꽃잎은 갯바람이 다 가져갔나 보이지 않고 꽃대만 앙상하다. 양지녘에는 노란 머위꽃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럽다. 광주에서 아가씨들이 바다를 보러 왔단다.

 

그래! 바다를 보자. 이곳 여수는 집을 나서면 차로 10여분 거리에 동서남북 어디로 가든 바다에 다다른다. 날마다 보는 바다, 난 오늘도 바다를 본다. 초겨울 바람이 휘몰아치는 오동도 바다를 본다. 바다에는 수없이 많은 물결이 지나간다. 망망대해로 가고 또 간다. 파도가 흔들면 더 세차게 지나간다.

 

동백꽃이 불을 피운다. 빨갛게 활활 타오른다. 햇살 머금은 동백꽃은 눈부시게 뜨겁게 타오른다. 울울창창한 동백 숲에서는 스산한 바람이 불어온다. 햇살이 많이 모여드는 곳에 동백꽃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북이 쌓인 낙엽 더미 위에 뚝뚝 떨어진 동백꽃 봉오리, 동백은 떨어진 꽃봉오리도 아름답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동백이파리 사이사이에 동백꽃망울이 수없이 맺혀 있다. 초겨울 오후의 오동도 동백 숲은 고요하다. 동백 숲 여기저기에서 직박구리 녀석들이 고즈넉한 동백 숲의 고요를 깬다. 이 녀석들이 없었다면 동백 숲은 아마도 침묵 속에 잠겼을 것이다. 오동도 숲길은 마음을 다독이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용굴 이르는 통로에는 팔손이 꽃이 만개했다. 통로를 따라 내려가다 갯바위에 이를 무렵, 계단에서 등대 쪽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우거진 푸른 숲, 하얀 등대가 아름다운 대비를 이룬다. 홀씨를 날려 보낸 앙상한 갈대의 흔들림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울창한 동백 숲 사이로 살풋살풋 비추는 햇살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은 다 아름답다. 울창한 동백나무 숲 사이로 살풋살풋 비추는 햇살은 따사롭게 느껴진다. 산책로의 대나무 울타리에는 정겨움이 담겨 있다. 동백 숲에 애기단풍잎은 햇살을 받아 곱디곱다.

 

오동도 등대는 오동도에서 가장 멋진 풍경 중 하나다. 바다의 영원한 불빛 오동도 등대는 1962년 5월 12일 최초로 점등했다. 현재의 등대는 2002년에 새로 정비를 한 것이다. 높이가 25m 등탑이며 야간발광은 45km이다. 10초에 한 번씩 깜박인다. 안개나 비 등으로 시계가 안 좋을 때면 30초에 한 번씩 소리를 내어 등대 위치를 알린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는 1903년 6월 경기도 옹진군에 세워진 팔미도 등대다.

 

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오동도의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멀리 경남 남해와 하동, 돌산도, 구봉산 등을 조망하기에 좋다. 충남에서 왔다는 관광객은 “여길 오길 잘했어요. 아주 좋아요”라며 흡족해 한다.

 

등대에서 해돋이 길로 가는 길은 신이대가 우거진 숲길이다. 암벽에는 담쟁이의 붉은 잎이 아름답다. 오동도 숲길 인적이 드문 곳에는 블록에 돌이끼가 덮여 있다. 지압로 길에는 노란털머위꽃이 한창이다. 광장 조각공원 잔디밭에는 한갑수의 작품 ‘그 자리’가 시선을 붙든다. 겨울철에 찾은 오동도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준다. 내 마음 한 자락을 그곳에 두고픈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동동, #동백꽃, #동백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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