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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의원
 전여옥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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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9일에는 이명박 후보의 측근인 전여옥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솔직히 BBK부터 후보 자녀들 (위장)취업문제까지 좀 짜증이 났다"고 밝힐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이명박 후보 지지는 아직까지는 변함이 없습니다. 수십 차례의 위장전입, 선거법 위반 및 국회의원직 사퇴, 부인의 천만원대 명품가방과 변명, 탈세목적의 자녀 위장취업, “세상이 미쳐 날뛴다“, “장애태아는 낙태 허용해야“ 등 각종 언행.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만도 합니다.

심지어 장관후보 검증에서도 한가지만으로도 이미 부적격 판단을 받을 만한 문제들을 붙들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겐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국민들에게 무슨 마법을 건 걸까요.

외국에 있다보니 제가 생각하는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 검증의 잣대가 너무 높은 건가 고개를 갸우뚱해 본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의 각종 의혹과 밝혀진 문제들로 스스로 짜증이 난다는 전여옥 의원이 그러면서도 또 덧붙이는 말을 보고, '국민들을 눈 멀게 하는 마법(?)을 걸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명박 후보에 불안한 애정을 보내고 있다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향해  명확히 할 것이 있다며, 이 후보는 단순히 한나라당을 대신하는 "최전선의 전사일 뿐"이라면서 "우리가 가꾼 정원이 노무현 정권에 의해 '수치스럽고 태어나기 부끄러운 대한민국'으로 유린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래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호소 아닌 마법(?)을 걸고 있습니다.

노무현 미우니까 묻지말고 찍어?

전여옥 의원의 "우리가 가꾼 정원"은 무엇일까요.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 하는 한나라당을 생각하니,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그 아름답던(?) 시절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전 의원이 말하는 그 지키고 싶은 정원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되돌리고 싶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정원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 전 의원이 그렇게 그리워하는 시대의 정원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습니다. 1983년! 국민학교 6학년. 당시 저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를 정말 존경했습니다. 아니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제 친구들, 또 어디를 가도 각하 사진이며, 뉴스, 세상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저는 뉴스를 즐겨보던, 장군이 꿈인 어린이였습니다.

9시뉴스는 거르지 않고 보던 저는 "뚜 뚜 뚜우 전두환 대통령은 오늘…"로 시작되는 뉴스에서 각하가 항상 청와대 봉황그림을 뒤로 하고 앉아 서류에 "전두환"이라고 멋지게 사인을 하는 모습으로 끝나는 뉴스에 중독(?)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각하의 사인을 시간나면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봄날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6학년 교실 대청소시간. 마룻바닥을 일주일에 한번씩 왁스를 각자 사서 닦아야 했습니다. 싼 딱딱한 초같은 왁스도 있었지만, 더 비싼 짜서 쓰는 왁스를 사서 그날도 청소에 열중하던 중 각하가 떠오르면서 바닥에 친구들에 폼내며 전두환 각하의 사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담임선생님이 귀를 잡아당겼습니다. 그리고 뺨을 수차례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감히 대통령 각하 성함을…. 모범을 보여야할 부반장이 마루바닥에 써"라고 하면서. 선생님은 아주 많이 흥분하셨습니다.

나 : (수차례 뺨을 맞고) 선생님, 제가 각하를 존경하는 마음에… 죄송, 죄송합….
박 선생님 :  각하를 존경하는데 마루바닥에 각하 사인을 해.

하시면서 더 가열차게 뺨을 때리시던 담임선생님. 당시 30세 초반이셨으니 지금도 어느 초등학교에 계실 것도 같습니다.

2007년! 대통령에게 욕하는 것이 일이 되어 버린 지금, 전여옥 의원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발언들을 그때 제 담임선생님이 어디선가 들으시고 얼마나 속이 상하실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여옥 의원이,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가 찾고 싶은,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그 연장에 있을 딱 24년 전의 한 단면이 아직까지도 제 가슴에 있습니다. 대통령의 격을 세우고 잃어버렸던 권위주의를 세우고 싶은 것이 한나라당의 정권교체의 변이라면 저는 사양합니다. 각하의 사인도 맘대로 못하고 어린 초등학생도 뺨을 맞아야 하는 세상보다는 대통령 욕하고도 멀쩡한 전여옥 의원과 함께 사는 지금이 더 좋아 보입니다. 

'갱제 살리기'와 '경제 살리기'는 똑같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전여옥 의원님

지난 10년은 "갱제를 살리겠다, 갱제를"이라고 외치며 당선되었던 김영삼 정부 때문에 국민들이 고생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시 '갱제'는 아니지만 "경제를 살리겠다"고 이명박 후보가 방방곡곡 누비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단군이래 최대 부패한 정권", "경제파탄세력", "무능정부" 등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일컬어 한나라당이 불러준 이름들입니다.

국가부도사태에서 2007년 말 현재 외환보유고 2500억 달러, 주가지수 1900대, 세계경제지표 11위! 이명박 후보가 살리겠다고 찾겠다고 외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는 집에 멀쩡히 있고, 전 보다 더 건강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두환 5·18 광주 민간인 학살/1800여억원 은닉, 노태우 1000 여억원 은닉, 김영삼 대통령 신한국당에 900여억원 제공/국가부도위기 초래, 국세청 동원하여 기업으로부터 180억 강제모금, 수백억 차떼기, 권력형 비리 등 전여옥 의원이 그렇게도 찾고 싶은 또 알뜰히 '가꾼 정원'에서 다 일어난 일들입니다.

아직 국민들이 이 모두를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서 아직 정원의 '아름다운(?) 꽃'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한나라당과 전 의원이 찾고 싶은 정원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어야 합니다. 역사바로세우기 입니다. 그것은 국민의 몫입니다. 유권자의 몫입니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여옥 의원이 그리도 지키고 싶어하는 향수에 젖은 정원에 이름을 하나 불러준다면 "부패가든"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 하물며 세탁기를 사도 이리저리 보고 물어 보고 사는데, 우리가 살아갈 5년간의 대한민국의 얼굴을 뽑는데, 묻지 말고 그냥 노무현이 미우니까 뽑자는 말에 솔깃 하십니까. 마법에 걸린 척 하신 당신,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이제  말하십시오. "이제부터 따져 보겠다고!"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태그:#이제 부터 따져 보십시오, #부패가든, #이명박, #전여옥, #유권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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