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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습기가 차지않게 실실러를 깔고 방부목을 깔고 있다. 미리 박아놓은 앵커볼트를 쪼인다
 바닥에 습기가 차지않게 실실러를 깔고 방부목을 깔고 있다. 미리 박아놓은 앵커볼트를 쪼인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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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기초공사가 끝나고 드디어 골조공사에 들어갔다. 진입로가 너무 좁아 펌푸카와 레미콘이 들어오지 못해 기초공사를 하지 못했다. 이곳은 대전 근교에 있는 전원주택단지로 현지 토박이 원주민들과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반반 섞여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하는 동네였다. 집 짓기 과정 중 가장 힘든 작업이 주변 사람들과 빚는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집 짓기를 의뢰한 주인집의 터가 대형차들이 진입하기 곤란한 곳에 위치해, 기초공사만 하면 전체공사의 반은 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 기초바닥에 방부목을 깔고 있다. 방과 화장실 거실 등의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다
 ▲ 기초바닥에 방부목을 깔고 있다. 방과 화장실 거실 등의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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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속에 기초공사를 끝내고 방부목을 대는 토대공사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실실러를 깔고 그 위에 앵커볼트가 박히지 않은 곳은 구멍을 뚫어 앵커볼트를 박았다. 이번에는 기초 수평이 제대로 잡혀 어느 정도 수평이 잘 맞게 되었다.

이번에 일을 같이 하게 된 친구들은 3명이었다. 3명 다 목조주택을 배우기 위해 나선 사람들인데 2명이 초짜목수고 1명은 고급 인테리어 목수였다. 3명 다 장 목수인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 김대중이라는 친구는 아는 후배의 소개로 알게된 후배였다. 또 황 목수로 새끼 목수가 된 황은광은 조치원에 살고있는 친구의 동생이었다.

▲ 처음으로 망치를 들고 즐거워 하는 김대중 초짜목수. 이 목조주택을 배우기 위해 2년 전부터 부탁을 했다.
 ▲ 처음으로 망치를 들고 즐거워 하는 김대중 초짜목수. 이 목조주택을 배우기 위해 2년 전부터 부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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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목수로 초빙되어 목조주택을 정식으로 배우게 된 이 목수는 내 초등학교 동창으로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친구였다. 이 친구가 동창 중에 나와 같은 목수 일을 하는 걸 알긴 했지만 함께 일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그 전에 청도건설인가 어디 큰형 밑에서도 집 짓는 일을 해봤다는 초짜목수 황은광
 ▲ 그 전에 청도건설인가 어디 큰형 밑에서도 집 짓는 일을 해봤다는 초짜목수 황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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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도 목조주택은 처음인데 이번 기회에 목조주택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고 해 함께 일하게 되었다. 나중에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서로 해보니 나와도 비슷한 생활을 해와 더욱 친근감이 갔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훈련소에 가서 목수일을 배웠듯이 이 친구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목공소에 가서 목수 일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지만 일을 하면서 하기로 하고 우선 일을 시작했다. 수많은 막걸리잔이 오가야 친구의 삶아온 이야기며 내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화조를 묻었다. 정화조 묻는 날은 정말 바빴다. 포크레인을 불러야 하는데 이게 또 주변의 사람들과 갈등을 빚게 된 원인이 되었다. 우리쪽에서는 포크레인을 부르고 정화조, 지하수 멘홀 설치, 심야전기 설치, 바닥 되메김, 자재 나르기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데 위쪽 집에서는 얼마 전에 포장된 진입로가 깨진다고 난리였다. 이 포장 진입로는 그동안  여러 가지로 문제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길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책임지고 원가만 받고 포장을 해주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해 버렸다.

프레임 작업이 시작되었다. 프레임에 대한 기본 설명을 해주었다. 프레임의 길이, 왜 8피트 짜리 기둥을 써야 하고 나무를 재단할 때 얼마를 짤라야 하는지 계산을 해가며 설명을 했다. 우선 인치자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어떤 사람은 센치로 환산을 해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목조주택은 모든 게 인치로 나와 있기 때문에 인치자가 필요하다. 자에 표시된 눈금대로 목조주택을 짓는다면 아주 편리하기 때문이다.
    
▲ 처음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초짜 목수들.  이목수는 초등학교부터 목공소며 목수일을 많이 해봤지만 목조주택은 처음이라고 했다.
 ▲ 처음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초짜 목수들. 이목수는 초등학교부터 목공소며 목수일을 많이 해봤지만 목조주택은 처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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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과 황은광이 벽체를 들어 나르고 있다
 김대중과 황은광이 벽체를 들어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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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체를 세우고 있다
 ▲ 벽체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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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벽체를 세우고 박는데, 과연 이렇게 집을 지어서 튼튼한 집이 될까? 이 목수는 아직까지 목조주택에 대해서 모르겠다고 말한다. 30년 넘게 목수 일을 해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 얘기는 아직 목조주택 공법을 이해 못하고 신뢰 하지 못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은 겨울이라 아침나절 현장에 도착하면 손발이 얼어 일을 시작할 수가 없다. 그래 불을 피우는데 이때 커피 포트에 컵라면 하나 끓여먹으면 그 맛이 그야말로 "죽이는 맛"이다. 따뜻하니 불을 쬐다보면 몸이 녹고 서리 내린 연장과 나무를 챙겨 일을 시작한다.
       
 
▲ 벽체를 하나하나 세워가며 수직과 수평을 본다. 이때 과연 베테랑 목수는 다르다. 수평이며 각이며 조금만 설명해줘도 이해를 금방한다.
 ▲ 벽체를 하나하나 세워가며 수직과 수평을 본다. 이때 과연 베테랑 목수는 다르다. 수평이며 각이며 조금만 설명해줘도 이해를 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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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난감한 일이 생겼다. 문제는 막걸리였다. 원래 우리 팀들은 일을 할 때 술을 먹지 않는데 처음 일을 시작하며 집주인인 유 교수님한테 서먹서먹함을 씻기 위해 내가 농담을
한 마디 했다.

"유 교수님 이거  어려운 기초공사도 끝나고 골조공사 시작하는데 이거 막걸리 갔다놓고 목수들 한잔씩 따라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거 고사 지냈다고 하는데 교수님만 지내면 뭐 합니까? 목수덜한티 막걸리 한 잔씩을 주고 시작해야 하잖아요?"

그러자 유 교수님이 잠깐 안 보이더니 동학사 식당가에 가서 막걸리통을 들고 나타났다. 일명 더덕막걸리라고, 처음에는 쌉쌀하니 그렇더니 이게 맛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와 목수들이 한 잔 두 잔 받아먹기 시작하고는 알딸딸하니 기분좋게 취해오르는 것이었다.

이러다 집 짓는 거 내팽개치고 계룡산 산자락을 베고 자빠지는 건 아닌지…. 하여튼 막걸리 맛이 달콤하고 입에 당기기 시작해서 그 이후로 막걸리통이 현장에서 떠나갈 줄을 모르니, 이거 말릴 수도 없고 내가 먼저 마시고 싶어지니 현장에서 이상한 술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왼쪽에 임시 창고를 만들어 비가 안맞게 지붕을 덮었다.
 ▲ 왼쪽에 임시 창고를 만들어 비가 안맞게 지붕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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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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