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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노랗다.”

 

작은 개울가에 피어 있는 산국이 우뚝하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한적한 길가다. 내장사와 이웃한 곳이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다. 들판은 추수가 끝난 뒤라서 텅 비어 있다. 빈 바람만이 차 있는 공간에 산국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작은 꽃이지만 가슴을 꽉 채워주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노란 산국이 피어 있는 곳은 전북 순창군 복흥면의 이름 모를 마을 앞 시냇가다. 물이 흐르는지, 정지되어 있는 것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을 정도로 맑다. 헤엄을 치고 있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훤히 드러난다. 무엇 하나 감추지 않는 것은 아름답다. 진실은 하나로 통하기 때문이다. 투명한 물가에서 피어 있는 산국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텅 비어 있는 들판은 끝을 생각하게 한다. 역동적인 모습은 찾을 수 없고 마지막이란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풍성함도 이제는 지난 과거가 되었고 들판에서 희망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눈보라가 치는 하얀 겨울을 연상하게 되고 쓸쓸함과 외로움으로 넘쳐날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암울함을 산국이 반전시키고 있다.

 

나이를 먹게 되면 들판처럼 체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피부로 느끼게 되는 늙음을 한탄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만 한다. 무엇인가 하려는 의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는 무심하게 지나가는 세월 탓만을 한다. 빈 바람이 가득 차 있는 들판처럼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희망을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작은 산국이 들판에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회색빛 세상을 노란 색깔로 되살려놓고 있는 것이다. 고요가 내려앉아 있는 들판의 삭막한 풍광은 포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게 만들어 버린다. 활기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정적인 공간에 노란 산국의 모습은 힘으로 작용한다. 뭔가 해내야 한다는 의욕을 가지게 한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가족계획으로 인해 저출산이 지속됨으로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령사회는 들판의 정적인 모습을 닮아있다. 노인들의 육체는 필연적으로 약해진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요, 운명이다. 나만은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일 뿐이다.

 

쇠약해지는 육신을 따라 정신도 함께 나약해지면 희망은 없다. 그러려니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체념하고 포기하면서 살게 되면, 살아 있어도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안에 있으나, 산속에 누워있으나 다를 것이 없다. 숨 쉬고 있다고 모두 다 살아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꿈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산국이 들판에 새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것처럼 우리의 정신에도 활기를 불어 넣어주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이제는 할 일이 없다고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일이다. 신체는 비록 노쇠해져서 힘이 약해졌지만, 꿈과 희망이 살아 있다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 하지 않았는가. 어제가 오늘이 아니고 내일 또한 오늘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살아간다면 산국처럼 삶에 활기를 얻을 수 있다. 마음과 생각이 날마다 확장되고 증폭되는 생활을 유지한다면 꿈은 언제나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인생이란 중도하차할 수는 없지만 성취하며 살아가는 삶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맑고 투명한 시냇물 가에 노랗게 피어 있는 산국이 아름답다. 꽃을 찾아 벌 나비들이 찾아오는 모습 또한 역동적이다. 텅 빈 들판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는 산국을 바라보면서 내 삶도 저렇게 꿈과 희망으로 활기가 넘치도록 해야겠다는 욕심이 커진다.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강력한 힘을 느끼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순창군에서 촬영


태그:#산국, #시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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