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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 길놀이 정말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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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제가 '햅쌀축제'다. 게다가 우리나라 최고 명품 쌀의 고장, 이천에서 한다니 빠질 수 없다. 배낭을 메고 허위허위 찾아갔다. 2007 이천 쌀 문화 축제 '흐드러진 풍년 마당, 멋들어진 잔치 마당' 정말 멋진 주제다.

길놀이에 뒤따르는 행렬들.
▲ 우마차 길놀이에 뒤따르는 행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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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마침 길놀이를 하고 있다. '덩더쿵 덩더쿵'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면서 한데 어울려 놀아 보고 싶은 심정. 그러나 난 몸치에다가 용기도 없다. 행인까지 끼어 잘도 논다. 농악에 사물놀이에 임금님 행차, 우마차도 끼어서 간다. 우마차가 일등 공신이니까.

모두가 흥에 겨워, 덩실덩실.
▲ 길놀이 모두가 흥에 겨워, 덩실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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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쌀 축제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이 세상에서 농사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까? 봄부터 가을까지 오매불망 지켜보면서 자식처럼 키워낸 농산물. 이제 추수를 마치고 한데 모여 신명나게 놀아본다는데 어찌 어깨가 들썩거리지 않으리오.

지금은 풍경이 달라졌지만, 예전엔 낫으로 벼를 베어 논에 널어 말리고, 우마차에 실어 집 마당으로 운반했다. 우마차가 볏단을 실어 나르는 날은 논이고 길이고 마당이고 풍년노래가 신나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철렁철렁 요령 소리가 울리고 소도 신이 나는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길을 가는 듯했다.

쌀 한가마 반을 가마솥에 밥을 해 이천명이 이천원씩에 먹는다.
▲ 가마솥밥 이천명 이천원 쌀 한가마 반을 가마솥에 밥을 해 이천명이 이천원씩에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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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이미 벌어져 있었다. 주막으로 해서 체험마당을 거쳐 쌀밥 카페로 갔다. 가마솥밥 이천명 이천원 행사가 진행 중이다. 매일 점심 가마솥(1가마 반 분량)에 밥을 해서 이천 명이 이천원을 내고 먹는 것이다. 그릇에 이천 쌀로 지은 밥을 담고 김치와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숭늉과 함께. 꿀맛이다.

공짜 막걸리를 마셨는데, 누더기 사나이가 사진 찍으라며 포즈를 잡는다.
▲ 주막 공짜 막걸리를 마셨는데, 누더기 사나이가 사진 찍으라며 포즈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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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햅쌀을 직접 방아찧어서 판매
▲ 이천 햅쌀 전시 판매 이천 햅쌀을 직접 방아찧어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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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으로 만든 모든 것들.
▲ 짚놀이 짚으로 만든 모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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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불렀겠다. 소화도 시킬 겸 축제장을 둘러본다. 주막으로 갔다. 한 병이 너무 많다고 했더니, 공짜라며 즉석에서 한 사발 따라준다. 공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흡족하게 채워준다. 짚 놀이도 보고 이천 햅쌀 방아찧기와 판매하는 곳도 가 보고. 그런데 눈치 없이 비가 내린다. 아무래도 비가 자기 없이 풍년이 되느냐고 끼어 달라는 것 같다.

이번에는 외국인 며느리 김치 담그기 행사로 간다. 그런데 행사장 옆에서 밥 짓기가 한창이다. 작은 무쇠 솥을 나란히 걸어놓고 장작을 때서 밥을 하고 있다. 이천 쌀밥 명인전 경연이다. 김치 담그기 행사가 뜸을 들이자 잠시 그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런데 하필 아는 분을 만났다. 두 분이나.

정성들이는 아낙과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눈빛이 대조를 이룬다.
▲ 이천 쌀밥 명인전 정성들이는 아낙과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눈빛이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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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쌀밥 명인전에 참가한 선수들.
▲ 이천 쌀밥 명인전 이천 쌀밥 명인전에 참가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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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호텔에서 조리사로 근무할 때 부서장이었던 분들이다. 한 분은 조리 명장으로 또 한 분은 동원대 교수로. 오늘은 쌀밥 명인전 심사위원으로 오셨단다. 참, 이래서 죄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10년 만에 타지의 쌀 축제에서 만나다니. 덕분에 이천 쌀밥 명인전은 제대로 보았다.

이천 쌀밥 명인전은 꽤 진지했다. 무쇠 솥에 장작불을 때서 밥을 하는데, 밥을 하는 분들은 밥하는 내내 말 한마디 안 하고 공을 들인다. 다섯 개의 솥이 걸려 있는데, 한 번 할 때마다 한 명씩을 뽑아, 나중에 다시 경합, 마지막 날 최종 한 명을 뽑는다고.

무지개 가래떡 600m 만들기 행사다. 도중에 끊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진행요원들을 곳곳 배치, 나중에는 다 같이 나누어 먹는다.
▲ 무지개 가래떡 만들기 무지개 가래떡 600m 만들기 행사다. 도중에 끊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진행요원들을 곳곳 배치, 나중에는 다 같이 나누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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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곳이 있어 얼른 가 보았다. 무지개 가래떡 만들기 행사다. 지난해에는 527m를 만들었다는데 오늘은 600m 도전이란다. 와! 취재진들이 모여 있는데, 눈빛이 심상치 않다. 나는 쬐그만 카메라를 들었지만 질 수 없어 사람들 틈바구니를 뚫고 들어가 찍고 또 찍는다. 다 만들고 나면 나누어 준다니까 아주 인산인해다.

이천에 거주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다 모여 김치를 담갔다. 앞에 아기를 업은 아주머니는 노래로 흥을 돋구었다.
▲ 외국인 며느리 김치 담그기 이천에 거주하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다 모여 김치를 담갔다. 앞에 아기를 업은 아주머니는 노래로 흥을 돋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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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제법 주룩주룩 내리고 외국인 며느리 김치 담그기에는 아이를 업은 아주머니가 서서 구성진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흥을 돋운다. 우중이지만 잔치다, 잔치. 비가 오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늘어난다. 꽹과리 소리, 북소리, 노랫소리. 옛날 시골에서 포장 쳐놓고 벌이던 잔칫집 마당 같다.

오늘 첫날이니까, 앞으로 사흘 남았다. 가족인형극, 마당극, 솟대 만들기, 장승만들기 등. 신나는 체험과 놀이가 많이 마련되어 있어 주말 나들이로도 손색이 없다. 도시밖에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해주고 어깨춤이라도 한바탕 추고 오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축제는 28일까지 경기도 이천 설봉공원에서 진행됩니다.



태그:#쌀문화축제, #잔치, #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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