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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별별 간판을 찾아 동네방네 탐험하는 간판별동대원 신비인입니다.”

간판별동대는, 희망제작소 부설 간판문화연구소와 행정자치부와 함께 만든 ‘대한민국 좋은간판상’의 실행대원들이다. 월별로 시민들이 올려준 간판사진 중 다수 추천을 받은 스무 개의 간판이 걸려있는 매장을 ‘간판별동대’가 직접 찾아가 인터뷰 한 후, 운영위원들의 심사를 거치면 ‘이달의 좋은간판상’ 주인공이 탄생한다. 간판별동대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동아리이자 도시문화 개선을 이끄는 시민연구모임으로 지난 8월 24일 발족하였다.

정부종합청사에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지도 어느덧 3개월 가량 지났다. 실내건축을 전공하면서 공간에 대한 생각과 동시에 화두가 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넓혀 참여할 수 있는 일을 찾다 활동하게 된 간판별동대. 처음 간판별동대를 한다고 하자 주변인들의 반응은 이랬다.

“간판별동대? 그게 뭐하는 거야?”  이러이러한 일을 한다고 하면 “하긴. 간판이 어지럽긴 하지. 그런데 표현방법이 각각 다르잖아. 그걸 일괄적으로 정리가 가능할까?”라는 반응들이 많다. 어지러운 도시미관을 만드는데 간판이 일조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비와 개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간판의 ‘간’자도 모르는 나 역시도 단순히 미관상 좋다, 좋지 않다는 잣대를 지어낸다는 것이 우습게 생각되었다. 자신의 얼굴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의 표현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라 생각되었다.

가지각색 간판들을 보며 나야 말로 정작 간판이 어떤 종류가 있고, 제작과정이 어떤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게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수 있는 간판. 제작현장에 간판별동대 대원들이 직접 찾아가 보았다.

지난 10월 20일 토요일 낮 12시반. 간판별동대원들은 부천일대 옥외광고 제작업체를 찾아 제작하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희망제작소 앞에 모였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대원들의 몸은 다소 경직된 상태였지만 간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마음은 들떠 있었다.

희망버스를 타고 부천으로 향하는 별동대원들
 희망버스를 타고 부천으로 향하는 별동대원들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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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희망버스’를 타고 부천에 도착한건 오후 2시. 처음으로 찾은 곳은 옥외광고 협회 부천시지회였다. 부천시지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회원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공동구판장을 가지고 있으며, 시 위탁으로 현수막 설치 및 철거 사업 및 옥외광고물의 안전도 검사를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간판디자인학교 1기 졸업생이자 부천시지회 옥외광고 협회의 감사를 맡고 있는 유형용 중동광고 대표님의 안내로 간판제작의 프로세스와 법규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유형용 중동광고 대표가 강의하는 모습
 유형용 중동광고 대표가 강의하는 모습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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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제작 과정은 이렇다. 제작자에게 의뢰가 들어오면 시안 디자인 계획과 현장탐방을 한다. 이 과정에서 실측과 사진촬영을 통해 주변 환경과 건물 색상과 재질을 세밀히 조사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찾아가 허가사항을 체크한다.

현재 규정되고 있는 간판의 허가절차는 까다로웠다. 가로형 간판을 표시할 때는 가로는 건물 전면 폭 이내에, 세로는 윗층과 아래층간의 벽면 높이까지 설치하고, 4층 이상은 건물상단에서의 입체형을 권장하고 있었다.

세로형 간판의 경우 주 출입구에 한해서는 판류를 권장 하고, 가로는 60Cm 이내, 세로는 2m 이내를 쓰도록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애드벌룬의 높이까지 규정하는 것이었는데 건물 옥상에서 풍선 최고 높이까지 의 길이는 30m에서 50m 이내로, 문구는 가로 1.2m 세로 7m 이내를 규정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분별하다고 생각했던 간판게시물들이 대부분 법적으로 규제가 되어있었지만, 정돈되지 않아 일반적인 시각으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러한 허가절차에 따라 제작된 간판을 기본 컨셉을 잡고 디자인을 한 후 의뢰자 의견을 듣고 최종안을 완성한 후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허술하게 관리된다고 생각했던 간판들이 여러 가지 복합적 절차에 걸쳐 완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천시옥외광고협회에서의 설명을 듣고 우리는 플렉스를 주로 제작하는 <애드후렘>을 방문하였다. 정신없는 디자인의 거대한 플렉스 간판이 먼저 우리를 반겼던 이곳은 우리에게 간판제작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전에 간판 주문 시엔 글씨가 크고 눈에 잘 띄는 것을 주로 원했지만 지금은 디자인적으로 예쁘고 독특한 것을 많이 원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와 함께 도색이 되어 있는 인포메이션 간판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인포메이션 간판은 판으로 제작해 페인트 도장하여 완성시키고 좀 더 비싼 제품은 스텐레스나 다른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간판디자인에도 시간의 흐름 따라 다르다는 것에 사뭇 놀랐다.

출고대기 중인 채널간판
 출고대기 중인 채널간판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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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이나 호프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번쩍번쩍 네온사인 제작과정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우리는 <명진네온>을 찾았다. 글씨모양에 맞게 열을 가하여 유리관을 제작한 후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었다. 그 후 글씨에 맞는 색깔을 내는 가스를 주입하여 전기를 가해 준 후 봉한다. 그 후 철제 맞게 제작 한 후 설치하면 끝이 난다. 네온사인의 색이 20여 가지가 존재하고 그 수명만 해도 7만 시간을 간다고 하니 거의 반영구적이라 할 수 있었다. 직접 관을 잘라보는 체험도 할 수 있었는데, 어렵게 생각했던 과정이 쉽게 되어 뿌듯했다.

네온 제작업체에서 직접 네온을 잘라 본 나
 네온 제작업체에서 직접 네온을 잘라 본 나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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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간판이라고 하면 흔히 네모반듯한 간판만 생각하지만 글씨를 따로 제작, 그 안에 네온사인을 넣어 제작하는 <백송스카시>를 찾았다. 주로 아파트나 빌라 이름에 붙이거나 내부 안내사인 같이 타이틀에도 많이 들어가는 스카시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스카시외에도 제작되는 철제프레임은 그 안에 네온을 넣어 불을 밝히는 것이라 설명해 주었다. 전기톱으로 스카시를 제단 하는 일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었지만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웠다.

채널 제작 과정
 채널 제작 과정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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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러 가지 글씨 모양을 뒤로하고 우리는 LED 제작현장인 <정광테크>를 찾았다. 네온과 비슷하게 생각했던 LED는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앞으로의 미래가 밝다 전망했다. LED 모듈(module), LED파노라마 모듈바 등이 있었다.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을 이용 모두가 불이 커지면 흰색 등 여러 가지 색을 연출해 낼 수 있었다. 특히 파노라마는 느낌이 좋았다. 여러색을 구현가능한 것을 디밍효과라 부르는데 흔히 CGV 옥외간판으로 쓰는 파노라마 전구는 물결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업주들이 주로 찾는 종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LED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간판별동대원들
 LED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간판별동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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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 사인을 뒤로 하고 우리는 흔히 유리창에 붙이는 글자 재단과 실사출력을 하는 업체 <장성아크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곳에서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바로 거대한 플로터였다. 색색깔의 잉크와 그곳에서 나오는 해상도 높은 간판글씨가 보기 좋았다. 이곳에서 아크릴이 기계로 조각되어지는 것도 보게 되었는데 단단한 아크릴 안에 용이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플렉스 간판 안에 형광등이 직접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규격에 맞게 형광등 틀을 맞춰 끼우고 드릴로 고정을 시킨 후 전자식안정기와 형광등을 넣는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형광등을 설치할 때 스타트전구를 사용하지만 안정기로 설치하면 깜박임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여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플렉스 간판 뒷면에 형광등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플렉스 간판 뒷면에 형광등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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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에 대해 멀게만 생각했던 내가 간판제작과정을 보고 난 후 제일 놀라운 것은 바로 다양한 간판의 연출이었다. 네모반듯한 플렉스 간판만이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무심코 지나친 네온사인과 스카시 그리고 LED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LED 간판은 밤거리를 아름답게 수놓을 별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해보았다.

아쉬운 것은 번잡한 간판들이 통일성이 없음에 대한 한탄이었다. 제대로 된 법규도 마련되어 있지만 규격대로 지켜지지 않고, 건물과의 전체적인 조화가 이루어 지지 않아 도시 경관을 망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표현방법은 여러 가지 각양각색이지만 이를 전체적으로 통일시키도록 점포주와 업체주가 협력하여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만드는데 힘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나의 임무도 막중함을 알 수 있었다.

공공디자인에 대해 더욱 연구하고 외국 못지않은 주변 환경을 만들어 한국을 생각할 때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를 연상 시킬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간판별동대의 힘찬 행보가 기대되는 하루였다.

현장탐방 일정을 모두 끝낸 별동대원들, 기분이 좋아보인다
 현장탐방 일정을 모두 끝낸 별동대원들, 기분이 좋아보인다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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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신비인 기자는 희망제작소 간판별동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한민국 좋은간판상, #희망제작소, #간판문화연구소, #행정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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