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리 3500원 빼고 7만 원만 받으세요.”
“그렇게는 안되요. 이건 제 마음대로 깎아드릴 수가 없어요.”

그가 명세서를 내밀면서 정색한다. 난 다시 지갑을 열었다.

“잔돈이 있나 모르겠다.”
“현금영수증 필요하세요?”
“어, 그럼 카드 결제도 되나요?”
“그럼요 되고 말고요. 단돈 1만 원도 된답니다.”
“아니 그런데 여태까지 다른 사람들은 왜 그런 말을  안 해줬을까?”
“대부분 사람들이 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는데요.” 
“어허 이런~~~ A/S비용은 카드결제가 안 되는 줄 알았네.”

카드결제가 된다고 하니깐 아쉬운 일 한 가지가 생각났다. 대형마트, 동네마트는 물론 시장에서도 카드를 받는 곳은 모두 카드를 사용해왔다. 그 외에도 세금, 자동차세, 보험결제 등 그래도 비교적 카드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동안 집에서 사용하다가 고장난 전자제품, 카메라 등 A/S를 받고는 모두 현금을 지불했었다. A/S비용이 카드 결제되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기사들 역시 가정방문해서 A/S를 해주고 돈을 줄 때 카드결제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나도 그런 비용은 애당초 카드결제가 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비용이 카드결제가 된다는 것을 며칠 전에 알게 된 것이다.

두 달 전쯤 컴퓨터를 고치고 그 비용이 10만 원이나 나왔다. 그때 마침 돈이 조금 모자라 기사한테 조금 싸게 해달라고 했다. 기사는 더는 싸게 해줄 수가 없다고 했다. 어쩌나 하고 지갑을 다 뒤져봤지만 돈은 안 나왔다. 그러다 화장대 서랍속에  비상금으로 쓰려고 봉투에 돈을 넣어둔 생각이 났다. 다행히 비상금이 나와 겨우 맞춰준 적이 있었다. 돈이 모자라 쩔쩔매고 있었지만  기사는 카드결제를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10만 원을 맞추어 주느라고 애를 먹은 생각을 하니 조금 약이 올랐다.

난 딸아이에게 “너 A/S 받고 카드결제 해본 적 있니?” “아니, 그것도 카드결제가 돼?” 하며 되묻는다. “그래 얘, 나도 며칠 전에 알았다.” 상품을 살 때는 당연히 카드결제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프터서비스를 받고 카드결제가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듯했다. 친구에게도 물었더니 “그거 현금으로만 되는 거 아니니?”하며 그 역시 나한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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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품질 보증서와 카드 매출전표 처음 받아 본 서비스 품질 보증서와 카드 매출전표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A/S카드 결제를 하고 카드 매출전표(고객용)도 받았다. 그 위에는 ‘서비스품질보증서’란 것도 함께 붙어있었다. 그런 것들도 이번에 처음 받아 보는 것이다. 서비스품질보증서에는 서비스 받은 제품의 동일부위에 대해 소비자보호법 의거, 2개월간 ‘서비스품질보증’을 해드립니다. 본 서비스 품질 보증서는 반드시 2개월간 보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곳에는  서비스 받은 내용도 상세히 기록 되어 있었다. 만약 그 내용을 읽지 않고 그대로 버린 후 서비스 받은 곳이 또다시 고장이 났다면 실랑이를 벌이면서 또 돈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보증서를 나에게 건네주면서 “이거 버리지 마시고 잘 두세요. 그리고 컴퓨터가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전화주세요.” 또 그는 매월 추첨을 통해 푸짐한 상품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을 해주었다. 얼마전 자신에게 서비스를 받은 고객중에 경품추첨에 당첨이 되어 전기 다리미를 상품으로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일들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돌아갔다. 그동안 서비스를 받고 설명을 들으면 잘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비스가 끝나고 나면 무엇을 서비스 받았는지 잘 모를 때도 있었다. 그가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면 백발백중 '서비스 품질 보증서'는 카드 명세서를 받은 즉시 없애버렸을 것이다.

난 그에게 서비스는 당연히 '매우 친절'이라고 답해 주었다. 그렇게 친절하고 믿음이 가는  기사는 처음 만났으니 말이다. 그가 오히려 내게 감사하다고 말을 한다.

"A/S를 담당하는 기사님들, A/S가 끝나고  비용은 카드결제도 가능하다고 한번쯤 말해주세요. 그리고 ‘서비스품질보증서’도 버리지 말고 잘 읽고 보관해두라고 덧붙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