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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 위치한 스카이아파트. 스카이아파트는 지난 2004년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붕괴위험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현재 3년이 지난 상태다.
 서울 성북구 정릉3동에 위치한 스카이아파트. 스카이아파트는 지난 2004년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붕괴위험이 높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현재 3년이 지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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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아파트로 향하는 계단을 한 주민이 힘겹게 오르고 있다.
 스카이아파트로 향하는 계단을 한 주민이 힘겹게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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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에 찾아간 성북구 정릉3동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스카이아파트'는 이름처럼 하늘과 가까운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파트는 38년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는 듯 건물 곳곳에 심한 균열과 이를 지탱하는 철제구조물들로 가득했다. 또 땅이 꺼져 물이 고인 곳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총각 조심해요. 지나가다 위에서 떨어지는 돌멩이 맞을 수도 있으니깐…. 얼마 전 우리 애도 학교 갔다 오다가 아파트 계단 천장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에 머리를 맞을 뻔 했거든.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해."

아파트단지 안에 들어서자 주민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박영남(48)씨였다. 17년 동안 이 곳에 살았다는 박씨는 매일같이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조각들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했다.

시선을 돌려 아파트 한 편을 보자, '엄마 아빠 무서워요. 지나가다 돌멩이 맞아 죽을 거 같아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붕괴 위험으로 철거 등급... 그러나 "계속 살아라"

정릉동 스카이아파트는 60년대 후반 성북구 인근 야산에서 천막을 치고 살던 사람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기초생활 수급자, 단신가구 등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영세민들이 살고 있다. 아파트는 총 5개 동(1·3·5·6·7동, 2동과 4동은 없음)으로 이루어져있고  140가구 중 현재 90여 가구 정도만 살고 있다.

가난하지만 이웃 간의 정을 소중히 하며 살아가던 스카이아파트 주민들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지난 2004년 아파트 안전검사 발표가 난 직후였다.

붕괴위험이 있어 즉시 철거가 요구되는 'D(아파트 구조물)', 'E(아파트 난간)'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에 있는 6동의 상태는 다른 동에 비해 심각하다고 했다.

"3년 전에 SH공사란 데서 와서 안전점검을 했죠. 우리집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판정을 받으니깐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았죠. 그 때 구청하고 SH공사에서 같이 우리 아파트를 '재건축'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바꿨죠. 여기가 자연경관지구, 고도제한지역이어서 건물을 높게 못 지니깐 돈이 안 남는다고 하나…. 그래서 그냥 계속 살래요. 대책 없이…(한숨)."

스카이아파트 3동 1층에 마련된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미옥(38)씨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스카이아파트에 대한 서울시와 성북구청의 일관되지 못한 행정을 비판했다. 또 주민들의 안전보다는 개발이익을 우선하는 공무원들의 태도에 치가 떨린다고 했다.

재건축 계획→공원화 계획→재개발 계획... 주민들은?

아파트 곳곳에는 균열이 발생되었고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심하게 부식돼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다. (사진은 6동 모습)
 아파트 곳곳에는 균열이 발생되었고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심하게 부식돼 떨어져 나간 곳도 있었다. (사진은 6동 모습)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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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재건축이 수포로 돌아가니까, 갑자기 2006년 초 우리 아파트 단지를 공원으로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황당했는데, 저희 부담금을 조금은 줄일 수 있고 기타 보상금을 받아 이사를 갈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시와 구청의 방침에 동의했죠. 그리고 2006년 10월 공원타당성 조사가 완료됐고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죠. 잘 됐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스카이아파트 공원화 계획은 돌연 한 달 뒤인 2006년 11월, 부지가 좁다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후 '재개발'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자료를 보여주며, 서울시로부터 공원화 사업비 17억 원은 당시 책정됐다고 했다.  

"서울시에서 여기에 개발특수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 있는 주민들은 하루벌기 바쁜 영세민들이거든요. 무슨 부동산 투기고 그런 건 모르죠.

시에서는 주민들이 안전을 볼모로 '불로소득'을 얻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재개발로 계획을 바꾼 것 같아요. 공무원들도 여기에 와서 하루만 살아보라고 해요. 정말 그런 말이 나오는지…."

아직 정릉동 스카이아파트 부지에 대한 재개발지구 확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개발 계획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들만 돌고 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안전 및 보상대책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장마철엔 비세고 겨울엔 수도 터지고...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김미옥씨와 이야기가 끝날 무렵 주민대책위 사무실에 아까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박영남씨와 6동 주민 김명철(51)씨가 들어왔다(현재 6동은 붕괴위험이 커 대부분의 주민이 이주했고 40가구 중 김명철씨를 포함해 단 3가구만 살고 있다).

김명철 "아 열 받아. 돈도 없어 죽겠는데, 집 무너진다고 나가라고 하네. 지금 임대아파트 보고 오는 길인데 일단은 거기에서 살래. 이주보상비는 한 푼도 안주고…. 나 완전 내쫓기는 기분이야(한숨)."

박영남 "뭐 6동만 그러겠어. 내가 살고 있는 3동도 곧 집 무너질 거라고 나가라 하겠지. 집 팔아봤자 다른 데서 살 전세금도 안 될 거고…. 이제는 우리 아파트가 위험하다고 구청에서 전입금지 시키고 세도 못 주게 하니깐, 이도저도 못하는 처지야, 우리는…."

김미옥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불편했었어. 집 무너질 거란 심리적 불안감은 둘째 치고, 아파트에 균열이 생겨서 장마철엔 비가 새고 곰팡이가 끼잖아. 그리고 오래된 수도관 때문에 물이 새서 수도요금은 얼마나 많이 나와. 겨울엔 터지기 십상이고. 하도 속상해서 구청에다 수도관 좀 교체해 달라고 해도 사유재산이다 뭐다 해서, 구청 돈 대줄 수 없다고 하니…. 힘 없는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뭐…."

김명철 "그리고 우리 6동에 빈집이 많으니깐 요즘 노숙자들이나 비행청소년들이 거기에 와서 살더라. 밤만 되면 무서워 죽겠어. 애들이 몰래 본드도 하고 담배도 피고…. 아파트가 우범지대가 돼가는 것 같아."

총 5개 동으로 이루어진 스카이아파트는 현재 140가구 중 9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총 5개 동으로 이루어진 스카이아파트는 현재 140가구 중 90여 가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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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아파트 6동 주민들의 이주는 '강제이주'에 가까웠다고 한다. 이주보상금 한 푼도 없이 한시적으로 지정된 임대아파트에 살라는 구청의 압력만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이주민들을 위한 대책은 없었다.

또 누수가 심한 수도관 등 시설물 문제에 대해서는 성북구청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스카이아파트의 경우 60년대 건축방식으로 지어져 수도관이 아파트 벽면 깊숙이 매설되어 있어, 이를 교체하려면 벽면전체를 허물어야 한다. 비용도 워낙 많이 들어가 이를 고치기 쉽지 않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건물 곳곳에 생긴 균열, 듬성듬성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 그 사이로 보이는 붉게 녹슨 철근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러니 스카이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오죽할까.

성북구청 "보수 지원하면 다른 곳도 해줘야 한다... 재건축 계획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스카이아파트 문제를 담당하는 성북구청의 입장이 궁금했다.

성북구청 주택과 이병식 씨는 전화통화에서 "대피명령 차원에서 현재 6동 주민들을 일단 10년짜리 임대아파트로 이주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10년 뒤 이주민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어 이씨는 "수도관과 같은 사유시설 보수문제는 전적으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이며, 스카이아파트에 구청예산을 지원하게 되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곳도 보수를 요청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재건축은 자연경관지구에 따른 용적률 문제로, 공원화는 부지문제로 현재 계획이 재개발로 변경되었으며, 스카이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을 다시 추진한 뒤 이 결과를 가지고 주민 대책을 서울시와 추후 논의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태그:#스카이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성북구청,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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