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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하자마자 테러특조법 문제에 봉착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은 지난 10월 9일 수상관저에서 열린 지역활성화통합본부 제1차 회의의 모습.
 취임하자마자 테러특조법 문제에 봉착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은 지난 10월 9일 수상관저에서 열린 지역활성화통합본부 제1차 회의의 모습.
ⓒ 일본 수상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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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조기 퇴진을 불러온 결정적 요인 중 하나인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이하 ‘테러특조법’) 문제가 현행법 연장 대신 대체입법 추진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9·11 테러 이후인 2001년 11월 2일부터 시행된 현행 테러특조법은 인도양 주둔 미군에 대한 급유지원 등의 법적 근거로서, 본래는 2003년 11월 1일에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2003년·2005년·2006년에 1차례씩 연장된 바 있다.

오는 11월 1일까지 법률의 효력이 연장되거나 혹은 새로운 대체입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11월 2일부터 해상자위대가 인도양 주둔 미군에게 연료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후쿠다 야스오 새 총리의 취임 이후 이 문제는 일본의 여·야 모두에게 일종의 딜레마가 되었다. 전임자인 아베 총리가 민주당과의 협상에 실패하여 리더십 부족을 노출하면서 전격 퇴진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쿠다 총리로서는 여·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 처해 있다.

또 총리선거 이전인 지난 9월 15일에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주체적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후쿠다 총리의 입장에서는 미일관계를 위해서라도 자위대의 미군 지원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 당시 테러특조법 연장을 반대해온 제1야당 민주당의 입장도 간단치만은 않다. 민주당 내부에 반미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별다른 명분도 없이 자위대의 미군 지원을 반대하는 것은 미·일관계 발전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를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다.

또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국제치안지원부대(ISAF) 참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민당의 대미 지원을 반대할 명분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오자와 대표가 테러특조법 연장을 반대한 결정적 이유는 꼭 자위대의 미군 지원을 반대해서라기보다는 아베 전 총리를 겨냥한 ‘반대를 위한 반대’인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 같은 양측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내놓은 타협안이 바로 대체입법 추진이다. 이를 통해 자민당은 테러특조법 연장을 포기하는 대신 대체입법을 통해 계속해서 미군을 지원할 수 있고, 민주당은 새로운 대체입법에 찬성하는 대신 테러특조법 연장에는 끝까지 찬성하지 않았다는 성과를 남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큰 줄기에서는 대체입법안과 현행 법률이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3일의 정부·여당 연석회의와 4일의 여당 프로젝트팀 회의에서 결정된 신테러대책특별조치법안은 유엔 안보리 결의 1368호 및 1776호에 근거한 법률로서 법률의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되 1년마다 국회에 활동내용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해상자위대의 외국군 지원도 급유·급수로만 한정했다.

자위대의 대미 지원 중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연료 지원이므로, 급유·급수 지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여타의 지원 내용을 축소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 현행 법률처럼 대체입법도 2년 기한의 한시법이라는 점에서 양자가 본질적으로는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현재 정부·여당의 계획은, 참의원 예산위원회가 종료될 것으로 예정된 17일 저녁 이후에 일본 내각이 각의를 열어 대체법안을 확정하고 이를 신속히 국회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언한 대로 이번 국회에서 대체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게 정부·여당의 의지다.

그러나 새로운 법률이 11월 2일부터 시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새로운 법안에 대한 야당의 찬성 여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마오카 겐지 일본 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자민당과의 사전 협의는 수용할 수 없지만 국회 안에서는 협의할 수 있다’면서 유보적 입장을 밝힌 데 비해, 지난 5일의 여야 6당 협의에서 공산당·사민당은 미군에 대한 급유활동을 반대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야당의 찬성을 얻어 11월 1일까지 새로운 법률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자위대의 대미 지원활동에 중단기간이 생길 것이 명확하다. 지난 14일 NHK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방위청 장관은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급유) 중단기간을 가능한 한 최소화시키겠다”면서 이번 국회 회기 중에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취임하자마자 테러특조법이라는 난문제에 봉착한 후쿠다 총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더불어 언제까지나 무작정 반대만 할 수 없는 민주당이 어떤 명분으로 이 문제를 마무리할지도 관심거리다.

아직까지는 미국의 우산 아래에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미의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는 일본에서 이런 문제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 어쩌면 시작일지도 모른다.


태그:#테러특조법, #해상자위대, #후쿠다 야스오, #오자와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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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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