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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돈'에 관련된 일이라면 그 기쁨은 더욱 크겠죠.

 

저도 20일 그런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7000원이어야 할 돈이 2만5000원이 된 것입니다. 순식간에 1만8000원의 돈이 저절로 생겨난 셈이죠.

 

그러나 저는 얼떨결에 생긴 1만8000원을 마음 편히 쓸 수 없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7000원이 2만5000원이 된 '마술' 같은 사연

 

 
지난 20일 저녁, 저는 서울 근교의 어느 도시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덧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 오더군요.

 

서울로 가는 전철의 '막차'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저는 친구와 헤어진 후 급하게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전철역에 도착했을 때 택시의 미터기는 3200원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저는 계산을 하기 위해 지갑에서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고, 주머니에서 100원짜리 동전 2개를 꺼내 1만200원을 기사님에게 드렸습니다. 기사님은 '어두운' 택시 안에서도 노련한 솜씨로 5000원짜리 한 장과 1000원짜리 2장을 재빨리 꺼내 저에게 건넸습니다.

 

저는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막차를 잡기 위해 무작정 달렸습니다. 다행히 서울로 향하는 전철이 남아 있어 무사히 집에 돌아왔지만, 옷을 갈아입으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택시 기사님에게 받았던 거스름돈 7000원이 2만5000원으로 둔갑해 버린 것입니다. 그야말로 '마술'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죠.

 

그러나 그것은 마술도, 기적도 아니었습니다. 기사님이 어둠 속에서 실수로 1000원짜리 2장을 만원짜리로 준 것이죠.

 

추석을 앞두고 졸지에 1만8000원의 '공돈'이 생긴 저는 늦은 시간에도 방금 헤어진 친구에게 전화로 실컷 자랑을 늘어 놓았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친구와 야구장에 가서 맥주 한 잔씩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까', '아니면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던 DVD 타이틀을 살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타인의 불행으로 얻은 '행운', 돌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고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저는 1만8000원의 '행운'을 얻었지만, 택시 기사님은 같은 액수만큼의 '불행'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운전을 하느라 굉장히 피곤했을 텐데, 만원짜리 지폐 2장이 천원짜리로 바뀐 것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힘이 빠졌을까요. 어쩌면 기사님은 거스름돈을 잘못 줬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챘으면서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급하게 달리는 저를 미처 잡지 못했을지도 모르죠.

 

어두운 곳에서 지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기사님이 1차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는 하지만, 저 역시 거스름돈을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손님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얻은 '행운'은 무심코 긁은 복권이 당첨된 경우와는 분명 성격이 다른 것입니다. 제가 기쁨을 느끼는 만큼, 기사님은 아픔을 느끼는 일이기 때문이죠. 결국 저는 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돌려줄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차 번호를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뒷자리에 탔기 때문에 기사님의 얼굴과 이름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막차 시간 때문에 조급한 마음에 계속 시계를 보느라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죠.

 

고민 끝에 <오마이뉴스>와 인터넷의 힘을 빌리려고 합니다.

 

20일 밤 11시 50분경에 서울 근교의 도시 전철역에서 내리는 남자 손님에게 거스름돈을 잘못 전해준 기사님이 이 기사를 본다면, 계좌번호와 당시 이동했던 구역을 적어 저에게 '쪽지'를 보내 주세요(도시 이름을 적지 않은 것은, 일부 몰상식한 누리꾼의 '장난'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는 우연히 얻은 '행운'이지만, 기사님에게는 땀 흘려 얻은 '노동의 대가'입니다. 제가 그 돈을 손쉽게 써버린다면, 추석 때 떠오를 환한 보름달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신권 지폐 확인 주의하세요!

 

신권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지폐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저 역시 커피 자판기에 실수로 만원 짜리 지폐를 넣는 실수를 저지른 적도 많습니다.

 

전국에 계신 택시 기사님들 모두, 밤늦게 운행하실 때는 조금 귀찮더라도 반드시 실내등을 켜고 요금을 계산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합니다. 승객분들도 거스름돈을 정확히 확인한 후 하차하시고요.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편안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답답한 도로 한복판에서 추석을 보내실 택시 기사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태그:#택시, #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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